모바일에서 야구게임을 실감나고 재미있게 만들기는 쉽지 않다. 야구라는 종목 자체가 보기보다 훨씬 세밀하고 심도 깊은 조작과 묘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안정적인 실시간 온라인 대전 등을 지원하기엔 모바일은 콘솔이나 PC에 비해서 안정성 면에서 많이 열악하다. 그래서인지 야구는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임에도 불구하고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야구게임은 그다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야구팬들을 끌어들일 만큼 리얼한 야구 게임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게임즈가 넷마블과 결별한 이후 처음으로 자체 서비스를 진행하는 '이사만루 3'는 지금까지의 모바일 야구게임들과는 달리 본격적으로 리얼함을 추구한 작품이다. 모바일이란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그래픽은 물론, 실제 선수들의 모션을 복사 붙여넣기 한 듯 세심한 연출, 콘솔이나 PC 못지않게 세심한 조작이 가능한 완성도 높은 조작체계 등 다른 모든 야구게임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작품이었다.
개발진이 말했던 '리얼함'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사만루 시리즈는 컴투스 프로야구 시리즈와 함께 KBO 공식 라이선스를 얻어서 만든 모바일게임 중 하나다. 그렇기에 실제 KBO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 구단, 구장 등이 게임에 등장한다. 더불어 '피파'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과거의 레전드 선수들이나 각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연도별로 준비되어 있어 머릿속으로만 그려오던 KBO 최강의 드림팀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게임은 실제 존재하는 구단을 선택해 친구나 컴퓨터와 실력을 겨룰 수 있는 퀵 매치 모드부터 자신의 구단을 만들고 선수들을 관리해가며 시즌을 우승해 나가는 시즌 모드 등이 준비돼 있다. 모든 선수는 능력치에 따라 각각 등급이 정해져 있으며, 선수들을 훈련시키고, 업그레이드해서 자신의 팀을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선수는 카드팩이나, 경매를 통해서 수급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이적시장 경매 시스템은 실제 경매와 비슷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실제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처럼 팀을 짜고 운영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이런 이적과 트레이드 시스템은 '피파 온라인' 시리즈와 크게 닮아있다는 느낌이다.
현장에 있는 것 같은 그래픽과 비주얼
게임을 처음 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고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그래픽이다. 선수 외형은 물론이고, 구장의 전광판과 응원석에 앉아있는 관중들까지 모두 정밀하게 표현돼 있다. 특히나 놀라운 부분은 선수들의 투구폼과 타격폼까지 그대로 구현했다는 점이다 김광현 선수의 역동적인 뒷발 차기 모션이나 김태균 특유의 로테이션 타법 등이 게임에 그대로 담겨있다. 심지어는 공을 채는 순간 하얗게 흩날리는 송진 가루도 볼 수 있다.
선수들의 수비 동작도 매우 다채롭다. 보통의 경우는 리얼함을 아무리 강조해도 수비 동작 모션은 단순한 몇 가지를 돌려쓰는 것에 머물러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수비수가 다양한 동작을 취한다. 실책 후 백업하기 위해 달려오는 선수부터, 중계 플레이 직후 후속 플레이를 위해 주자들을 견제하는 선수, 송구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계속 공을 만지작거리는 선수까지 수비 모션도 매우 다채롭다.
그 밖에도 여러 세밀한 부분에서 리얼함을 추구했다. 타석에 서기 전 선수 특유 준비자세나 몸에 맞은 볼에 타자가 아파하는 모습, 홈런을 친 직후 덕아웃에 들어가 하이파이브를 하는 장면 등 우리가 TV에서만 보던 장면이 게임에 그대로 실려 있다. 덕아웃 풍경의 경우 팀 성적이나 게임이 흘러가고 있는 형세에 따라 매번 분위기가 다르다. 선수별 응원가가 삽입돼 있어 현장감을 더해주며, 롯데 팬들의 비닐봉지 응원이나 한화의 보살 팬 등도 게임에 실려 있다.
실감 나고 치밀한 게임성
비주얼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게임성도 굉장히 완성도가 높다. 우선 조작체계 자체가 콘솔게임 프로야구 스피리츠와 매우 흡사하다. 투구 시 구종을 선택하고 코스를 입력하는 것은 똑같지만 그 과정이 몇 번의 터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양손을 모두 이용해 가며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실감 나고 빠른 투구가 가능하다. 노멀, 굿, 베스트, 베드, 미스 등으로 나누어져 있는 투구 게이지를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제구력과 구위가 달라지며, 스트라이크 판정에도 다소 차이가 생긴다. 여기에 던지는 코스에 따라서 게이지가 오르는 속도 또한 미묘하게 달라진다. 덕분에 버튼만으로 실제 야구하는 느낌이 난다.
투구도 투구지만 타격 시에는 이 조작의 묘미가 더욱 극대화된다. 타격은 오토와 예측 모드가 있는데, 예측의 경우 예측 타격 존을 설정한 이후 유저가 직접 배트 위치를 움직여 공을 맞추는 완전 수동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측 성공 시 정확한 투구 위치가 화면에 표시되기 때문에 맞추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굉장히 정교하고 순발력이 있는 작업을 요한다. 타이밍을 잡지 못하면 배트를 공 근처에 갖다 대는 것조차 힘들 정도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가 말한 "타격이 모든 스포츠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이라는 명언을 뼛속 깊이 깨달을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다. 처음 게임을 접하는 유저라도 공을 쉽게 던지고 칠 수 있게 여러 시스템을 마련해놨다. 타이밍에 맞게 휘두르면 되는 오토모드라던가, 공의 궤적이 좀 더 잘 보일 수 있도록 타격 시에도 다양한 카메라 각도를 지원한다. 투구 시에도 포수가 상대 타이밍을 흔들어 놓을 수 있게 리드해 주는 기능을 활용할 수 있으며, 그마저도 어렵다면 오토 릴리즈 모드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심지어는 캐릭터 육성에만 관심 있는 유저를 위해 시즌 모드 만큼은 자동으로 돌리는 것도 가능하다. 야구 게임 내적인 완성도와 편의성은 매우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불친절한 난이도와 편의성은 개선돼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 자체의 난이도는 최초 유저가 접하기엔 진입장벽이 꽤 높은 편이다. 일단 이사만루3의 공은 실제 투구와 동일한 스피드와 궤적을 띄고 있어 공만 볼 것이 아니라 투수의 투구 타이밍까지 계산해가며 타격을 해야 한다. 그나마 선구안 스탯이 높은 선수는 공이 어디로 날아오는지 명확하게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휘두를 타이밍을 잡기는 쉽지 않다. 더불어 매 게임 9회를 온전히 플레이 해야 하는 시즌모드는 가볍게 게임을 즐기고픈 사람들에겐 충분히 부담스러울 수 있다.
더불어 게임을 좀 더 깊게 즐기고 싶은 유저 입장에서도 현재의 선수 수급 방식은 다소 불친절한 편이다. 우선 선수들의 등급이 노멀, 스타, 레어, 엘리트, 골든글러브, 타이틀홀더, 클래식, 레전드 등으로 지나치게 많이 세분화돼 있다. 당연히 높은 등급의 선수를 얻어야 강해질텐데 과금을 하지 않는다면 타이틀홀더 등급 이상 되는 캐릭터를 얻는 것은 매우 힘들다. 피파 온라인 시리즈처럼 선수 거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싶어도 실제 경매 시스템을 차용하고 있다보니 즉시 선수를 구매할 방법이 없어, 현재 유저간 선수 거래가 아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카드팩을 개봉하거나 레벨업, 성장미션 확인, 시즌 모드의 하이라이트 관전 중에 스킵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것도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이는 시즌 모드에서 낮은 난이도를 빠르게 진행하고 얼른 높은 난이도로 넘어가고픈 유저에게는 답답함을 유발하는 요소다. 더불어 챔피언십 및 챌린지 모드가 3월이 지나서야 오픈되다 보니 콘텐츠가 적은 것도 아쉽다. 물론 이사만루3는 현재 정식출시가 아닌 '시범경기'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
종합해보자면 '이사만루3'는 모바일게임답지 않게 야구 특유의 리얼함이 잘 살아있는 작품이다. 조작성이나 야구 경기의 완성도, 그래픽과 연출의 세밀함만 놓고 보면 PC는 물론 콘솔게임과도 견줄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작품이다. 야구 외적으로는 불친절하고 불편한 부분들이 존재하지만, 게임 고유의 재미를 헤치는 수준은 절대로 아니다. 공게임즈가 이 게임을 소개할 때 기존의 모든 야구게임을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이야기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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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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