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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성은 획일화, 뽑기만 다변화된 한국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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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명 신작인데, 어디서 본듯한 게임만 줄줄이 나왔던 한 해였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지난 18일 듀랑고가 문을 닫았다. 서비스 종료에 많은 이들이 아쉬움을 표한 이유 중 하나는 국내 모바일게임 중 몇 없는 ‘참신한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MMORPG만 가득한 업계에서 다른 사람과 힘을 합쳐 섬을 개척하는 생존을 앞세운 듀랑고는 ‘모험’이라 말하기에 손색 없었다. 그럼에도 2년 만에 종지부를 찍고 말았다. 반대로 생각하면 국내 시장은 신선한 게임은 툭 튀어나온 돌처럼 정을 맞을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굳어진 것 같다.

그래서일까? 올해 국내에 출시된 모바일게임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게임성이 거기서 거기다. 애니메이션에서 봄직한 미소녀 캐릭터 다수를 앞세운 수집형 RPG, 좋은 장비 뽑아서 전투력 높이기로 귀결되는 MMORPG가 주를 이뤘다. 게임 이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겠으나 후배 기자가 V50 화면 2개로 각기 다른 게임을 돌리고 있었는데 같은 게임인 것처럼 보여서 ‘위는 뭐고, 아래는 뭔데’라고 물었던 적이 있다.

▲ 분명 다른 게임인데 굉장히 비슷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 자체로는 내세울만한 특징이 없어서 원작을 앞세운 게임도 더러 있다. 원작을 제대로 녹여냈다면 이 역시 나쁘지 않겠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원작 이름만 달아놨고 실상은 양산형 게임이었다는 후문이 뒤따랐다. 이름값을 높이기 위해 원래 만들던 게임에 유명한 원작만 갖다가 붙인 것 아니냐는 날 선 비판도 있다.

이렇게 게임성은 멈춰있는 가운데 유독 발전을 거듭하는 부분이 있다. 소비자에게 이러한 제품을 팔아서 돈을 벌겠다는 사업계획을 뜻하는 비즈니스 모델, 줄여서 BM이다. 게이머 입장에서 가장 큰 불만은 온갖 것에 확률이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장비, 캐릭터는 기본이고, 동료, 탈 것, 애완동물까지 뽑아야 하는 유료 상품은 점점 늘어났다.

확률이 들어가는 과금 상품도 세를 넓혔다. 극악한 성공 확률을 자랑하는 강화가 여기저기에 주렁주렁 달리기 시작했다. 경험치 획득량과 아이템 드랍률을 높여주는 유료 버프는 심심치 않게 등장했고, 특정 아이템을 모아서 추가 효과를 받는 도감에도 유료 뽑기로 얻는 물품 다수가 들어간다. 이러다가는 게임에서 숨만 쉬는 것도 확률을 붙여 팔겠다는 이야기가 농담 반, 진담 반처럼 나올 정도로 BM은 확률을 깊숙하게 파고 들어가는 한 방향으로 눈부시게 발전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을 종합하자면 올 한 해 국내에서 나온 모바일게임은 게임성은 고만고만하고, BM만 업그레이드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유튜브에서 주요 게임 영상을 찾아보면 이 게임이 재미있는지, 없는지가 아니라 얼마를 투자해 무엇을 얻었다는 내용만 수두룩하게 나온다. 뽑기 결과 외에는 게임적으로 딱히 이야기할 거리가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다만 국내 게임업계가 이렇게 기형적인 모습이 된 데에는 순위 상위권에 오른 게임만 시선을 끌고, 나머지는 묻힐 수밖에 없는 모바일 시장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한쪽에서는 ‘참신한 게임 없나’는 말이 나오지만, 정작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게임이 양산형이라면, 게임사 입장에서 안정을 버리고 모험을 택하기 어렵다. 어디서 본 듯한 게임성에 중무장한 BM으로 둘둘 감은 게임이 매출 상위권에 오르고, 이를 지켜보던 다른 게임사도 똑같은 게임을 만들어 출시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며 국산 모바일게임은 ‘확률+MMORPG’로 굳어졌다.

이러한 구조는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앞날을 생각하면 업계 수명을 갉아먹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거금을 투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유저는 제한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게임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국산 게임에서 떠나버린다. 이것이 반복되면 결국에는 게임 수십 종이 ‘한정된 유저’를 끌어들이기 위해 각축전을 벌여야 한다. 공급이 수요를 아득히 뛰어넘으며 결국 마케팅으로 게임을 밀어 올리는 출혈경쟁이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국내 게임사가 만든 게임에 발을 붙이지 못하는 유저가 늘어난다는 것은 해외 게임에 안방을 내주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올해 업계 걱정거리 중 하나가 구글 매출 중상위권에 해외 게임 비중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 중에는 유저들이 입을 모아 ‘납득할만한 과금’이라 칭찬하는 브롤스타즈도 있는데,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 1년 간 한국에서만 1,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언젠가는 판에 박힌 MMORPG가 득세하는 흐름도 끝날 것이다. 이 때 국내 게임업계에 시장을 통해 오랫동안 검증해온 다른 대안이 없다면 주도권을 해외 업체에 넘겨줄 수밖에 없다. 뻔한 재미에, 확률에 의존하는 과금으로 점철된 국산 게임을 외면하는 유저를 되돌릴만한 뼈를 깎는 쇄신이 없다면 국내 게임업계에 남은 미래는 신작은 실패하고, 몇몇 업체만 기존 게임으로 연명하는 것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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