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군이 변하고 있다. 옛날엔 군에서 즐길거리라곤 편지쓰기와 공중전화, 꺾인 일병 이상만 볼 수 있는 TV가 전부였는데, 언젠가부터 노래방이나 사이버지식정보방 같은 것이 생기더니 이제는 병사 휴대폰 사용이 가능해지며 사이버지식정보방을 찾는 사람도 급격히 줄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군부대에 무려 VR 기기가 보급된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감옥 같았던 군대가 조금씩 사람 살 만한 곳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것 같아 감개무량하다.
기왕 VR이 보급되었으니, 국방부에서는 장병들의 전투력 및 보직 숙련도를 향상시키기 위해 VR을 운용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 하겠다. 마침 VR 업계에는 실제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게임이 많이 있다. 21세기 정예국군 양성을 위해, 군 장병들이 꼭 플레이 해야 할 VR게임 TOP5를 뽑아 보았다. 부디 국방부 높으신 분들이 이 기사를 꼼꼼히 봐 주길 바란다.
TOP 5. 보병 위한 '총기수입' 연습, 월드 오브 건즈 VR
보병, 특히 주특기 소총수에게 있어 총은 애인과도 같다. 그만큼 아껴주고 항상 곁에 둬야 한다는 뜻이다. 2년 후 헤어짐이 예정되어 있는 계약직 애인인데다 집에라도 데려가려 치면 헌병대가 친절하게 모시러 와 주긴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일반적인 연인관계가 다 그렇듯, 총기 역시 가만 방치해 놓으면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분해해서 닦아주고 보살펴야 하는데, 그 과정이 꽤나 복잡한지라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다 부품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지옥이……
이런 끔찍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하며 총기분해 숙련도를 높여줄 VR게임이 있다. ‘월드 오브 건즈 VR’은 수많은 총기를 나사 하나 단위까지 분해하고 조립하는 게임이다. 비록 대한민국 국군 제식소총 K2는 지원하지 않는 점이 단점이지만, 아직도 운용 중인 M-16이 구현돼 있으며 매달 총기 추가를 약속했기에 K2 지원도 노려볼 만 하다. 군에서 이 게임을 열심히 하다 보면 개발사가 감명을 받아 K2뿐 아니라 다른 국군 제식총기들도 다 추가해 주지 않을까 싶다. 힘내라, 국방부!
TOP 4. 의무병을 위한 실습, 서전 시뮬레이터 VR
군대에서 몸이 아프면 가장 먼저 메딕을 찾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군의관이나 의무병은 사회에 비해 실습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징집되다 보니, 다양한 질병이나 부상에 대처하는 숙련도가 떨어질 수 있다. 감기로 온 환자와 다리가 아파서 온 환자, 배탈이 난 환자 모두에게 똑 같은 빨간 알약 처방이 내려졌다는 유명한 일화에서도 알 수 있다.
이들의 숙련도를 키우기 위해 ‘서전 시뮬레이터 VR(Surgeon Simulator)’을 강력 추천한다. 본격 의료 현장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수술을 VR로 체험하다 보니, 자연히 실전 경험이 쌓인다. 이 게임이야말로 군의 의료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혁시킬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뭐? 이거 환자 눈알 빼서 탁구하고 심장에 모터 달고 장기로 저글링하는 엽기 게임 아니냐고? 괜찮다. 이 게임을 마스터한 의무병 앞에서 그런 말을 하고서 살아남은 사람은 없을 테니, 군 기밀 유지에도 딱이다.
TOP 3. 취사병을 위한 요리 지침서, 쉐프 U (Chef U)
개인적으로 취사병은 군에서 가장 고생하는 보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매일 하루 세 끼를 마련하고, 간혹 간식이나 회식 준비까지 담당하는 이들의 노고는 매일 감사해도 모자라다. 그러나, 아무래도 조리에 익숙치 않은 취사병이 있는 부대에서는 감사의 마음이 가슴에서 우러나오다가 혀에서 막힌다. 떡진 밥, 소금맛 똥국, 구웠는지 삶았는지 모를 정체모를 구이, 기름 잔뜩 머금은 튀김…… 이들이 조리에 익숙해지려면 1~2년은 걸리는데, 이쯤 되면 군생활 끝난다.
그들을 위한 VR 실습이 준비되어 있다. ‘쉐프 U’는 수십 가지 도구를 사용해 60가지가 넘는 요리를 만드는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몰려드는 주문을 바쁘게 해치우고, 수많은 채소와 고기를 다듬고, 굽고, 끓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취사병 스킬을 익히게 된다. 공중에서 과일을 채치는 ‘후르츠 닌자’ 놀이는 덤이다. 참고로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이 분야의 절대강자 ‘쿠킹 시뮬레이터’가 아직 VR 지원을 안 한다는 점이다. 만약 이 게임으로 조리를 배운다면 선임 취사병이 괴롭힐 때 소화기를 발사하고 주방을 불태우는 사태가 일어날 터이니.
TOP 2. 이등병을 위한 축구 연습, 골키퍼 VR
세월이 아무리 흘렀더라도, 역시 군대 휴일 놀이문화 끝판왕은 축구다. 누구나 룰을 대충 알고, 체력도 기르고, 팀워크도 배우고, 대대장님도 기뻐하고, 가끔 휴가도 받고. 군 입장에서 이처럼 좋은 운동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등병은 다소 괴롭다. 상대적으로 빛을 못 받는 수비수나 골키퍼를 맡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데, 몇 골 먹히면 선임들로부터 따가운 눈초리를 받기 십상. 아니, 평소 골키퍼 안 해본 사람한테 갑자기 목장갑 하나 쥐어준다고 조현우라도 될 줄 알았나!
여기서 등장하는 구세주 같은 게임이 바로 ‘골킵 VR (GoalkeepVr)’이다. 말 그대로 골키퍼가 되어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을 막는 게임인데, 나중에 가면 1초에 10개씩 날아오는 공도 한숨 쉬며 다 막아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 조현우가 아니라 전성기의 올리버 칸이 와도 이건 못 할 거다. 그렇게 VR로 단련한 디펜딩 실력을 연병장에서 뽐내면 연대장님이 내린 포상휴가와 함께 무수한 악수의 요청이…!!
TOP 1. 공관병을 위한 청소 연습, 하우스 키핑 VR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관병은 '꿀 of 꿀' 보직인 줄 알았다. 빈 집에서 소일거리나 하며 시간을 보내다 맛있는 사제 밥 먹고 쉬는, 그야말로 황금 연줄 있는 병사나 가는 곳인 줄 알았다. 그러나 모 육군 대장의 갑질 사건이 논란이되고 나서는 공관병 역시 헬보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들을 위해 앞서 소개한 ‘서전 시뮬레이터 VR’을 강력 추천해 주고 싶지만, 어디까지나 밝고 건전한 게임메카는 국방력에 도움이 되는 게임을 소개한다. 바로 이름부터 건전한 ‘하우스 키핑 VR’이다. 제목처럼 집 치우는 게임으로, 꼼꼼한 청소 능력을 갖춰야 하는 공관병에게 딱이다. 고급스러운 아파트에 가정부로 들어가 겪는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니, 고급지신 장성 여러분들 취향에도 정말 적격이지 않은가. 물론 저 가정부가 집안 모든 물건을 산산조각 내고, 총을 쏘고, 곳곳에 불을 붙이고, 폭발시키긴 하지만… 매일 고된 정신노동에 시달리는 공관병에게 이 정도 일탈은 허락해주자. 그래야 제 2의 갑질 사건이 안 일어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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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건즈 VR
2019년 8월 6일
- 플랫폼
- VR
- 게임소개
- ‘월드 오브 건즈 VR’에서는 수 많은 총기를 나사 하나까지 분해하고 조립할 수 있으며, 다양한 부속장비도 부착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조립한 총기의 작동 메커니즘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으며, ... 자세히
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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