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잡지보기]
상품 고유 정보를 2진법 기호로 부착하는 바코드는 제작이 간편하고 효율적인 상품관리가 가능해 1970년대부터 전세계에서 널리 사용됐습니다. 한층 진화된 QR코드가 상용화된 지금도 1차원적 기호인 바코드는 널리 쓰이고 있죠.
세상에 존재하는 제품마다 각자 고유 기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게임업계의 상상력을 자극한 것일까요, 예로부터 바코드를 이용한 게임도 많이 나왔습니다. 바코드 기호를 스캔해 해당 제품에 해당하는 캐릭터나 아이템을 만들어내는 방식인데, 대표적으로 스마트폰 초기 발매된 '바코드 그녀(Barcode Kanojo)'는 바코드를 통해 고유의 미소녀를 만들어내는 게임으로 인기를 모은 바 있습니다. 그 뒤를 이어 '바코드 나이트', '바코드 킹덤', '바코드 히어로 어택' 등 다양한 바코드 기반 모바일게임이 출시됐죠.
이러한 바코드 게임의 원조는 무려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스마트폰은 커녕 휴대전화 개념도 거의 없었고 카메라마저도 필름으로 작동하던 당시에 대체 어떻게 바코드를 스캔했냐고요? 다 방법이 있었습니다.
위 광고는 일본 게임사 에포크(Epoch)가 1993년 발매한 '바코드 배틀러 2'라는 휴대용 게임기입니다. 참고로 2라는 명칭을 보면 알 수 있듯, 전작이 이미 1991년 일본에서 발매됐습니다. 일상에 널려 있는 바코드를 이용한다는 설정으로 인해, 단순한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기를 끌어 후속판까지 나온 것이죠. 그것도 글로벌 대상으로요!
작동 원리는 당연히 카메라를 이용한 것은 아니고, 기기 사진을 보면 아래쪽에 신용카드 리더기를 연상시키는 홈 같은 것이 있죠. 여기에 바코드를 긁어서 읽히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바코드에 따라 생성되는 캐릭터의 능력치가 결정되고 아이템이나 마법 등도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바코드를 읽기 위해서는 아래쪽 센서에 대고 긁어야만 했기에 보통은 게임기에 동봉된 바코드 카드를 사용하곤 했습니다. 광고에도 주인공카드, 적카드, 화이트카드 등 다량의 카드가 소개돼 있네요. 그러나 일상 생활 속에 숨어있는 강한 코드를 찾기 위해 가위와 테이프를 가지고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당시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거의 없었기에 정보 교환이 활발하지 못했습니다만,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새우깡은 약캐다', '안성탕면이 강하다' 같은 말들이 도는 등 나름 운치 있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 '바코드 배틀러' 시리즈는 '포켓몬스터' 시리즈처럼 사용자간 대전을 지원했고 일본에서는 이 부분이 꽤나 인기를 끌었지만, 국내에서는 보급 미비와 현지화 등의 문제로 인해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습니다. 다만, 이후 패미컴과 연결해 주변기기로서 활용 가능하다는 특징을 살려 '바코드 월드' 같은 RPG를 비롯해 슈퍼 마리오나 젤다의 전설 등 수많은 게임에서 활용돼 마니아 사이에서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 기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바코드 리더기 지원 게임과 기기가 다수 발매됐는데요,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은 반다이남코의 '데이타크'와 이를 지원하는 '드래곤볼' 바코드 게임이었습니다. 이 게임은 지금도 국내에서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왠지 지금 스마트폰으로 리뉴얼 돼서 나오면 흥행할 것 같네요.
*덤으로 보는 B급 광고
지금은 상황이 역전된 지 오래지만,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대만 게임시장은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발전됐었습니다. 일찍이 오리지널 PC와 콘솔게임을 제작해 온 대만은 기세를 몰아 한국에도 게임을 많이 수출했는데요, 당시 인기있었던 대만 게임 중 하나가 바로 ‘중화프로야구’ 시리즈입니다.
국내 못지 않게 야구 인기가 높은 대만 프로야구를 바탕으로 만든 ‘중화프로야구’는 대만 프로야구 구단이 등장하는데요, 싼상 타이거스, 퉁이 라이온스, 스바오 이글스 등이 나옵니다. 재밌는 점은 당시 한국 프로야구에도 사자를 마스코트로 한 ‘삼성 라이온즈’, 호랑이 마스코트 ‘해태 타이거즈’, 독수리 마스코트 ‘빙그레 이글스’ 등이 있었다는 것이죠. 이로 인해 약간의 구단 이미지 변경만으로도 왠지 한국 프로야구 같은 느낌을 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추억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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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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