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의 성숙기였던 1990년대를 기억하십니까? 잡지에 나온 광고만 봐도 설렜던 그때 그 시절의 추억. '게임챔프'와 'PC챔프', 'PC 파워진', '넷파워' 등으로 여러분과 함께 했던 게임메카가 당시 게임광고를 재조명하는 [90년대 게임광고] 코너를 연재합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90년대 게임 광고의 세계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죠
[잡지보기]
이스트소프트 하면 ‘알집’을 포함한 알툴즈 시리즈와 포털사이트 줌(Zum) 등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개인적으로는 ‘카발’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실제로 이스트소프트는 2000년대 중반부터 ‘카발’ 시리즈와 ‘하울링쏘드’ 등 온라인게임을 다수 만들며 게임사업을 시작했고, 그 중 ‘카발 온라인’은 지금까지 서비스 되는 장수 게임입니다.
그런데, 그보다 한참 전에 이스트소프트가 게임 개발을 시도했다는 것을 아는 분은 몇 없을 겁니다. 실제로 이스트소프트는 창립 초기인 90년대 중반 당시, 한창 떠오르던 PC 패키지게임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공식 홈페이지 회사 연혁을 잘 뒤져보면 한 줄로 짧게 ‘1996년 2월 라스트레이버즈 출시’ 라고 나와 있는데, 이게 바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이스트게임즈 첫 게임입니다.
제우미디어 PC챔프 1996년 3월호 잡지를 보면 ‘라스트레이버즈’ 광고가 나와 있습니다. 아래쪽 개발사 표기란을 보면 ‘충무공전’과 ‘장보고전’ 등으로 유명한 트리거 소프트, 그리고 왠지 익숙한 이스트소프트 초기 로고가 보입니다. 정리하면 게임 제작에 처음 뛰어든 이스트소프트가 당시 한창 개발력으로 인정받던 트리거 소프트와 공동 개발한 작품입니다.
심상치 않은 광고 속 사이보그(?)와 우주 사진에서도 대충 짐작할 수 있듯, 이 게임은 각종 메카닉이 다수 등장하는 SF 세계관을 배경으로 합니다. 왠지 ‘메카닉 SF’에서 불길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예나 지금이나 이런 세계관은 국내에서 꽤나 비주류로, 유명 IP의 힘을 빌지 않으면 성공하기 꽤나 힘든 콘셉트입니다. ‘라스트 레이버즈’는 게임성과 열정 하나만으로 덤벼들었지만, 결론적으로 상업적 성공에는 실패했습니다.
광고 설명에 나와 있듯, 이 게임은 턴 방식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어찌보면 SRPG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죠. ‘우리도 21세기말 동시대 한 인간으로서의 존재이고 싶다’ 같은 문구에서 나타나듯, 게임은 21세기 하층민과 기득권 세력의 무력 대립을 소재로 합니다. 왼쪽 위를 보면 ‘21세기 후반 계급사회가 심화되며 지하도시로 쫒겨난 제 2 시민집단 ‘레이버즈’에 대한 소개가 있는데, 주인공은 이 ‘레이버즈’의 일원이 되어 기득권층인 ‘유니온’과 싸우게 됩니다.
게임 소개를 보면 ‘단순한 공격형 시뮬레이션이 아닌 대화와 타협 등 고도의 전술능력이 요구’, ‘게임자(?)를 게임 속으로 빨려들게 하는 다양하고 화려한 그래픽 씬’, ‘국내 최초 턴 방식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같은 문구들이 눈에 띕니다. 게임자라니… 아마 게이머라는 표기가 익숙치 않았나 보군요. 당시 컴퓨터 사정에 맞춰 플로피 디스크와 CD롬 양쪽으로 출시됐습니다. 게임성 자체는 당시 게임치고 꽤나 좋은 편이었다는 평가지만, 앞서 언급한 세계관이나 콘셉트가 너무 마니악해서 빛을 보지 못 한 불운의 게임이기도 합니다.
야심차게 시작한 첫 게임의 실패로, 이스트소프트는 게임 사업에서 철수합니다. 학을 뗐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네요. 그러한 상처가 회복된 것은 그로부터 8년이 지난 2004년. PC 온라인게임이 한창 떠오르던 시기, 이스트소프트 역시 과거의 아픔을 잊고 새로운 마음으로 온라인게임을 제작합니다. 그 때 나온 작품이 바로 ‘카발 온라인’으로, 2004년 첫 테스트를 시작해 2005년부터 지금까지 서비스를 지속해 오고 있습니다. 이후 후속작인 ‘카발 2’까지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현재는 모바일에서 ‘카발 모바일’, ‘고양이다방’, ‘노바워즈’ 등을 출시하며 게임사업을 지속하고 있죠.
*덤으로 보는 B급 게임광고
오늘의 B급 광고는 2002년 월드컵을 겨냥하고 출시된 축구 시뮬레이터 게임 ‘매치 데이 매니저’ 입니다. 당시 ‘풋볼 매니저’의 전신인 ‘챔피언십 매니저’가 알음알음 인기를 모으자, 여기서 영감을 받은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이 몇 개 나왔는데 그 중 하나입니다.
사실 ‘매치 데이’ 시리즈 자체는 지금까지도 온라인을 통해 시리즈가 이어지는 등 꾸준한 인기를 얻는 작품입니다만, 문제는 국내 마케팅입니다. 2002년 월드컵을 메인으로 내세웠는데 이 광고가 실린 것은 1996년 3월. 98년 프랑스 월드컵조차 2년이나 남은 상황인지라 피부에 쉽사리 와닿지 않습니다. 광고 자체도 꽤나 눈이 아프고 알아보기 어렵게 배열된데다 ‘축구 시뮬레이션’ 이라는 장르조차 어색할 때에 게임에 대한 설명이 없어 별 화제를 못 모았습니다. 여러모로 아쉬운 광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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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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