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을 골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이번 E3 2019 프레스 컨퍼런스는 예년과 달리 모든 게이머에게 만족스러운 인상을 남겼다. 유저들이 원하던 신작 정보들이 마구마구 쏟아진 것은 물론, 팬들의 기대를 상회하는 여러 소식이 터져나오면서 큰 호평을 받은 것이다. 특히나 컨퍼런스의 시작과 끝을 맡은 MS와 닌텐도는 현장에서 그리고 생방송 시청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이번 E3 2019 서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여러 회사의 다양한 쇼케이스 중에서도 많은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낸 순간이 있다. 멋들어진 신작 게임이 소개됐다던가, 예기치 못한 특별 손님의 깜짝 방문, 혹은 그 동안 베일에 쌓여 있던 특정 게임의 등장 같은 경우 말이다. 이번 순정남 주제는 이번 E3 2019 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최고의 순간 TOP 5다.
TOP 5. 노익장이 폭발한다, '와치독: 리전' 속 할머니 암살자
언제나 화려한 쇼케이스로 유저들을 즐겁게 했던 유비소프트가 이번 E3 2019에서 주인공로 내세운 작품은 '와치독: 리전'이다. 전작 '와치독 2' 이후 4년 만에 출시되는 이번 작품은 모든 사람이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슬로건에 맞게 런던에 있는 모든 시민으로 플레이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트레일러에서는 영입 가능한 인물로 맨손 격투가, MMA 선수, 전작 스파이, 경찰 등 여러 직군의 사람들을 직접 조종할 수 있는 것으로 묘사됐다.
영상에 등장한 여러 캐릭터 중에서도 많은 관객들의 함성을 이끌어낸 캐릭터는 역시 은퇴한 암살자로 등장한 할머니다. 시골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을 법한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가 느긋하게 걸어가서 적을 제압하고 주요 시설을 해킹하는 모습은 현장의 모두를 매료 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캐릭터가 보여준 노익장 덕분에 관객들은 '진짜 모든 시민으로 플레이할 수 있겠구나'라는 믿음을 가지게 됐다. 혹자는 "이 할머니만으로도 이 게임을 살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을 정도. 그야말로 이번 유비소프트 발표의 일등 공신이라 할 만하다.
TOP 4. 바이오하자드의 아버지, 미카미 신지의 귀환
호평 일색인 이번 컨퍼런스에서 유일하게 큰 주목을 받지 못한 베데스다지만 그래도 미카미 신지가 만든 '고스트와이어: 도쿄' 만큼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마치 타노스의 핑거스냅 이후 도쿄의 모습을 보여주듯이 스산한 도시의 풍경과 귀신들의 모습은 '바이오하자드 4'의 진정한 후속작이란 평가를 받았던 '디 이블 위딘' 못지 않은 기대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게임 보다도 더욱 큰 주목을 받았던 장면이 있었으니 바로 '바이오하자드' 아버지로 불리는 미카미 신지의 등장이었다.
미카미 신지의 등장은 모바일게임과 기존 작들의 확장팩 소식으로 지쳐있던 현장 분위기를 완전히 반전시켰다. 초반에는 그의 어눌한 영어와 굳은 표정으로 인해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뒤를 이어 게임을 소개하기 위해 나온 이쿠미 나카무라의 깜찍 발랄한 모습이 더욱 돋보였다. 현장 분위기를 더욱 달구기 위해 부족한 영어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몸짓과 미소로 일관한 그녀의 모습이 모두에게 적잖은 기쁨과 감동을 준 셈이다. 발표 이후 이쿠미 나카무라는 관련 팬아트가 쏟아질 만큼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TOP 3. 드디어 등장한 만인의 연인 티파,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
사실 스퀘어에닉스가 이번 E3 2019 쇼케이스에서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와 관련된 정보를 소개하리라는 것쯤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이미 여러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서 수차례 언급했던 터라 오히려 안나오면 더 이상한 상황. 아니나 다를까 이번 쇼케이스에서는 게임의 달라진 전투법과 바레트와 클라우드를 이용한 보스 전 등 흥미로운 소식이 다수 공개됐다. 그러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었으니, 바로 그 옛날 옛적 우리를 설레게 했던 히로인 '티파 록하트'가 등장한 것이다.
새로 공개한 티저 영상에서 티파가 등장하자마자 관객석과 채팅창은 열광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파이널 판타지 7' 등장인물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캐릭터이니 그럴만도 하다. 심지어 나온 모델링도 원작 못지 않게 아름다웠으니 더더욱. 단순히 컷신으로 그치지 않고 인게임상 전투장면도 나오면서 객석에선 한 번 더 감탄이 나온다. 특히, 클라우드와 티파가 등을 맞대고 적을 상대하는 장면에선 식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지기도 했다. 게임 메인 악역인 '세피로스'도 등장했으나 티파로 인해 묻혔을 지경이었다.
TOP 2. 게임보다 더욱 화려했던 키아누 리브스 깜짝 등장
MS 컨퍼런스는 E3 시작을 알리는 컨퍼런스로 더할 나위 없이 적절했다. 무려 서른 개가 넘는 게임 소개로, 기대했던 대부분의 작품을 쏟아낸 데다가 신형 콘솔 '스칼렛'도 정체를 밝혀, 그야말로 알차고 풍성한 행사였다. 그 가운데에서도 '사이버펑크 2077'은 독보적인 인기를 자아냈다. 트레일러 말미에 등장한 키아누 리브스가 직접 행사장까지 나오며 관객들의 미친듯한 환호성이 터진 것이다.
키아누 리브스의 무대 인사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었기에 사람들의 호응은 상상을 초월했다. 게임에 출연하는 것 만으로도 놀라울 지경인데, 직접 무대에 등장해 발표일까지 보여줄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키아누 리브스가 게임에 대해 설명하는 대목에서 한 유저가 흥에 겨워 "당신도 멋져요!(You're breathtaking!)"라고 소리치자 그가 직접 유저를 지목하며 "너가 더 멋져!(You're the breathtaking!)"라고 답해준 부분은 인터넷 상에서도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장면이다. 덕분에 MS는 컨퍼런스를 훌륭하게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TOP 1. 컨퍼런스의 화려한 결말을 장식하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후속작
키아누 리브스 선전에도 불구하고 올해 E3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컨퍼런스는 닌텐도였다. '슈퍼 스매시브라더스 얼티밋'에 드래곤 퀘스트 주인공 참전을 시작으로 신규 독점작과 그동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서드 파티 등, 닌텐도 유저들의 간지러운 부분을 잘 긁어내주며 모범적인 발표의 정석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모여봐요 동물의 숲' 발매 연기로 다소 안 좋은 반응이 중간에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반전시킬 치트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후속작과 관련된 소식을 발표하며 여론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다.
이 소식이 발표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다들 어렴풋이나마 '젤다의 전설' 후속작을 만들겠거니 예상할 순 있었어도 이번 E3때, 그것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이라고 평가 받는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의 정식 후속작 개발 예고가 나올 것이라고는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그만큼 유저들에게 돌아온 놀라움과 기쁨은 두 배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동물의 숲'은 가볍게 잊을 수 있을 만큼의 대형 폭죽을 터뜨린 셈이다. 그야말로 E3 2019 마지막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마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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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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