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은 인기 있는 IP를 모바일게임으로 새롭게 만들어 내는데 독보적인 노하우를 지닌 회사다. '리니지 2 레볼루션'으로 국내 모바일 MMORPG 시대를 열었으며, '마블 퓨처파이트' 또한 원작 캐릭터들의 특징을 잘 담아낸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작품인 '블소 레볼루션'도 높은 원작 재현률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 바 있다.
넷마블이 지난 9일 출시한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이하 킹오파 올스타)'도 마찬가지다. '더 킹 오브 파이터즈(이하 킹오파)' 시리즈를 모바일 환경에 맞게 재해석한 '킹오파 올스타'는 90년대 오락실을 휘어잡았던 원작의 감성을 충실히 재현한 것은 물론 시리즈 최신작을 뛰어넘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벨트스크롤과도 잘 어울리는 '킹 오브 파이터'
'킹오파 올스타'는 넷마블이 지난 7월에 일본에서 먼저 출시한 작품으로, 초대작인 '킹오파 94'부터 최신작 '킹오파 XIV'까지 역대 시리즈에 등장했던 인기캐릭터가 전부 등장하는 작품이다. 정통 대전 액션게임이었던 원작과 달리 벨트스크롤 방식의 액션 RPG로 장르 전환했으며, 스테이지에 나오는 적과 보스를 클리어해가며 캐릭터를 육성하는 것이 게임 주요 콘텐츠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뛰어난 그래픽이다. 로비화면에서의 2D 일러스트부터 인게임 3D 모델링까지 그래픽 수준은 전 시리즈를 통틀어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3D 모델링의 경우는 원작 느낌을 못 살리고 캐릭터 표정이나 모션이 어색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시리즈 최신작 '킹오파 XIV'보다도 훨씬 깔끔한 편이다. 그 중에서도 과거 94~99년도 시절에 등장한 각 캐릭터들의 특징이나 색감, 모션이 아주 충실하게 재현돼 있다.
액션도 뛰어난 편이다. 과거 오락실에서 유행하던 벨트스크롤 형식의 게임방식을 '킹 오브 파이터'의 개성과 잘 조합했다. 원작의 구르기를 이용해 공격을 피할 수 있고, 일반 타격기와 기술, 필살기를 조합해 나만의 콤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공중 콤보 개념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기술과 박자감각, 적의 빈틈을 노릴 수 있는 반사신경만 있다면 콤보 한 방에 적 메인 보스를 순살하는 것도 가능하다.
액션의 핵심이 되는 타격감도 훌륭하다. 본 작의 기술은 크게 연타로 들어가는 콤보형 스킬과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스킬로 나눌 수 있는데, 두 기술의 피격 이펙트와 사운드가 확연히 다르며 피격 대상의 상태에 따라서도 타격음이 달라진다. 이렇게 타격감을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디자인했기 때문에 기술을 사용할 때마다 다른 손맛을 느낄 수 있다. 그야말로 기술이 적에게 꽂히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원작 뛰어넘는 연출과 세부적인 묘사
KOF 특징을 원작 이상으로 잘 살려냈다는 점도 특기할 만 하다. 그 중에서도 필살기 연출에 큰 공을 들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이오리 초필살기인 '금 1211식 팔치녀'를 사용하면 원작에서 보여주는 모션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도 모자라서 피를 갈구하는 몸짓과 폭주 상태의 표정을 클로즈업과 슬로우 모션을 섞어서 매우 자세하게 묘사한다. 이오리의 잔혹함을 원작 이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녹음된 음성도 상당히 인상 깊다. '킹오파 올스타'에선 원작 성우진을 섭외해 다양한 대사를 녹음했는데, 과거에 비해서 음질이 매우 깨끗하다. 시리즈 중 가장 인기가 있는 90년대 그 시절 성우가 아니라 최신작인 '킹오파 XIV' 성우를 기용했다는 점은 아쉽지만, 크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친밀도에 따라서 대사가 점차 추가되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 하면서 캐릭터의 다양한 음성을 찾아가는 맛도 쏠쏠하다.
그 밖에도 게임 전반적인 세부 표현이 매우 뛰어나다. 원작에서 볼 수 있었던 맵이 그대로 구현돼 있으며, 배경과 상황에 따라서 세부적인 묘사도 조금씩 달라진다. 이를테면, 스토리상 일본이 배경이라면 지하철 역에 적혀있는 글자도 일본어로 표기되며, 한국이 배경일 경우 한국어로 경복궁 역이라고 정확히 적혀 있다. 대사에 맞춰서 캐릭터들의 입 모양도 따라 움직이며, 고로나 야시로 등 원작에선 표정변화 한 번 없던 목석같은 캐릭터도 이번 게임에선 다양한 표정변화를 보여준다. 94~97까지의 이야기를 새롭게 각색한 스토리도 흥미로운 편이다.
반복적인 전투는 콘텐츠보단 숙제같은 느낌
기본적인 게임성은 상당히 뛰어난 '킹오파 올스타'지만, 전반적인 콘텐츠가 지나치게 반복적이란 점은 아쉽게 다가온다. 게임 내에는 스토리모드 외에도 성장 던전, 이벤트 던전, 소울퀘스트, 에픽 퀘스트, 대전 모드 등이 있다. 각 던전에도 골드나 경험치, 코어를 주는 던전이 따로 나뉘어져 있는데 이 모든 모드는 이름만 다를 뿐 결국 다수의 적과 상대하는 것이 전부다. 콘텐츠는 다양한데 게임 방식은 천편일률적인 셈이다.
이 단점은 방대한 캐릭터 육성과 만나 안 좋은 방향으로 시너지를 낸다. 본 작에는 115명의 파이터가 등장하며 각 캐릭터는 레벨과 코어, 스킬, 친밀도, 승급, 한계 돌파 등의 다양한 육성요소를 지니고 있다. 캐릭터 하나를 완벽하게 육성하기 위해선 저 요소를 모두 신경 써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결국 이름만 다른 똑같은 전투를 계속 반복하는 수 밖에 없다. 덕분에 유저 입장에선 성장을 위해 플레이 하게 되는 각각의 던전이나 모드를 콘텐츠라기보단 숙제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게 되고 게임 전반에 대한 흥미도 감소하게 된다. 자동 전투를 지원하긴 하지만 수동 전투에 비해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
다른 모드에 비해서 완성도가 떨어지는 대전모드도 아쉬운 부분이다. 본 작의 대전모드는 전부 비동기 방식으로 진행되는 데다가 캐릭터의 레벨이 반영된 상태에서 전투를 치르게 된다. 쉽게 말해 그냥 높은 레벨의 강한 캐릭터를 얼마나 더 많이 갖고 있냐에 따라서 승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대전모드도 여러 게임 방식이 마련돼 있지만 결국 전투력에 따라서 승패가 결정된다는 점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
원작의 명성에 묻어가지 않는 작품
위에서 이야기한 단점들이 있긴 하지만, '킹오파 올스타'는 전반적으로 원작의 감성을 원작 이상으로 잘 구현해 낸 작품이다. 특히, 깔끔한 그래픽과 호쾌한 액션, 필살기 연출 등은 콘솔로 출시된 작품보다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줬다. '킹오파 올스타'는 단순히 원작의 명성에 묻어 가는 것이 아니라 원작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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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에서 모바일게임과 e스포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게임만 하는 동생에게 잔소리하던 제가 정신 차려보니 게임기자가 돼 있습니다. 한없이 유쾌한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담백하고 깊이 있는 기사를 남기고 싶습니다.bigpie1919@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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