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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왕] 옴니 트레드밀 만난 VR e스포츠, 진짜 스포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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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오큘러스 리프트 개발자키트와 함께 인지도를 쌓아왔던 가상현실 트레드밀(Treadmill)의 맏형 ‘버툭스 옴니(Virtuix Omni, 이하 옴니)’가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옴니는 가상환경 내에서 직접 걷고 뛰는 움직임을 물리적으로 구현해, 키보드와 마우스 대신 ‘내가’ 직접 뛰고 행동하는 플레이를 도와줍니다. 마치 런닝머신처럼 말이죠.
 
제자리에서 전력질주를 가능케 해 주는 버툭스 옴니의 모습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제자리에서 전력질주를 가능케 해 주는 버툭스 옴니의 모습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리고 이 옴니가 드디어 VR e스포츠에 도입됐습니다. 국내에서 VR e스포츠는 작년 말 처음 시작된 이후 발전 가능성을 이리저리 모색 중인데요, 그 동안은 제한된 경기장(주로 수 미터 내지 공간)에서 진행돼 어느 정도 움직임의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가상현실을 공간 제약 없이 자유롭게 전력질주하며 활동하는 게이머들이 만나 승부를 가른다면 어떨까요? 과연 먼 거리를 실제로 달려갈 수 있을지. 숨이 찬 상태에서 에임은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급작스럽게 상대 선수와 조우한 경우 발빠르게 행동할 수 있을지. 무엇보다도 경기를 보는 재미가 있을지. 지난 10일 사회로 참여한 ‘제1회 옴니 아레나 챔피언십’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버툭스 옴니’를 활용한 e스포츠 대회가 개최됐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버툭스 옴니’를 활용한 e스포츠 대회가 개최됐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번 대회는 VR 트레드밀을 사용해 열린 첫 e스포츠로, 약 60여 명의 선수가 예선을 거쳐 4강에 출전한 선수 4명이 관객 앞에서 승부를 가렸습니다. 우승 상금은 7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200만 원으로 주요 e스포츠에 비하면 조금 적긴 하지만, VR e스포츠가 아직 초기 단계라는 것을 생각하면 가볍진 않은 금액입니다. 
 
제1회 옴니 아레나 챔피언십 포스터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제1회 옴니 아레나 챔피언십 포스터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경기는 3전 2선승제로, 특정 공간을 탈환해 점수를 획득하는 1 대 1 대전과 몰려드는 적들을 방어하며 점수를 겨루는 디펜스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인상적인 모드는 바로 1 대 1 대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된 VR e스포츠는 선수별로 같은 게임을 따로따로 즐겨, 더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사람이 우승하는 스코어링 방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같은 공간 내에서 펼쳐지는 선수 간 긴박한 상호작용이 없기 때문에 다소 정적이고 보는 재미도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게임 진행이 빠르고 선수들의 움직임도 박진감 넘친다
▲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게임 진행이 빠르고 선수들의 움직임도 박진감 넘친다

반면 옴니 1 대 1 대전은 달랐습니다. 룰은 높은 점수를 얻은 선수가 우승하는 방식이지만, 두 선수가 동일한 경기장 내에서 겨룬다는 점이 차이입니다. 마치 '오버워치' 1 대 1 대전처럼 말이죠. 선수 간 점수 차이를 중간에 확인하기 힘든 기존 VR e스포츠와는 달리, 경기 내내 두 선수가 적접 겨루게 되고, 점수도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니 흡입력이 높았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이 모든 경기가 옴니 트레드밀 위에서 펼쳐지는 역동적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선수들의 재빠른 움직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스포츠였고, 경기가 몇 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리를 탈환하기 위해 전력질주 하는 선수들의 모습에 이르러서는 그야말로 넋을 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4강전에서 역전의 드라마들을 써 내려간 네 명의 선수들과 박지호 대표 (사진: 게임메카 촬영)
▲ 4강전에서 역전의 드라마들을 써 내려간 네 명의 선수들과 박지호 대표 (사진: 게임메카 촬영)

이번 대회에서 VR e스포츠의 가능성을 느꼈던 부분은 바로 ‘재미’였습니다. 기존 VR e스포츠에도 몸을 움직이는 요소가 있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돌아다니는 모습이 멋져 보이진 않았습니다. 선과 장비 때문에 역동적인 움직임도 불가능했고요.

그런 면에서, 이번 옴니 대회는 선수들이 가상현실 내에서 그야말로 ‘자유롭게’ 땀을 흘리며 뛰어다니면서 플레이하는 모습이 볼거리였습니다. 일부 장면에서는 ‘저렇게 뛰면서 조준까지 하다니’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고, 시청자들과 해설자 역시 이런 모습에 빠져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일반 e스포츠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역동적인 모습. 그 중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 선수들의 플레이는 그야말로 ‘게임’과 ‘스포츠’가 합쳐진 새로운 장르의 e스포츠로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아마 수 년 후에는 프로 VR e스포츠 선수들이 체육관에서 순발력과 지구력 트레이닝을 하는 모습이 비춰질 지도 모르겠네요.

VR e스포츠는 이제 시작입니다. 실제와 같은 그래픽에서 실시간 팀 대전을 지원하는 게임 콘텐츠, 2세대 무선 VR 기기로의 업그레이드, e스포츠에 특화된 옵저버 지원 등 많은 부분에서 개선될 여지가 큽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옴니 아레나 챔피언십은 작지만 큰 한 걸음이었습니다. VR e스포츠가 더욱 발전해, 기존 스포츠와 e스포츠를 섞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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