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저'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넥슨)
모바일 MMORPG는 매출 순위도 높지만, 그만큼 유저 불만도 쌓여 있는 장르다. 가장 큰 부분은 과금이다. MMORPG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성장과 장비 맞추기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돈을 쓰는 유저와 그렇지 않은 유저 사이에 차이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격차가 너무 크고, 과금 없이 사냥만 하면 언제쯤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지를 짐작하기 어렵다.
이러한 불만을 한방에 날려버리겠다는 게임이 있다. 오는 6월 7일에 출시되는 모바일 MMORPG 신작 ‘카이저’다. ‘리니지 2’를 만든 채기병 PD를 필두로 PC MMORPG 개발 경험을 가진 제작진들이 자리한 패스파인더에이트가 만들고 넥슨이 서비스한다. 이 게임이 앞세운 부분은 ‘R등급’이다. ‘R등급’은 미국에서 쓰는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이다. 즉, 성인 게임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카이저’는 12세와 성인으로 나누어서 서비스한다. 두 버전 간 차이는 ‘1:1 거래’가 있느냐 없느냐밖에 없다. 다른 게임에 없는 1:1 거래가 있다는 점은 분명 특이하지만 ‘와, 이런 게 있었어?’라고 할 정도로 신기하지는 않다. 여기에 최대한 많은 유저가 한 곳에 몰려야 재미 있는 MMORPG임에도 굳이 두 개로 나누면서까지 1:1 거래를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 1:1 거래는 '카이저'의 특징 중 하나다 (사진제공: 넥슨)
채기병 PD는 “처음부터 게임을 청불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다만 예전에 PC MMORPG처럼 긴장감이 살아 있고 자유로운 필드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넣다 보니 청소년 게임에서는 점점 멀어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1:1 거래도 그 일환이다. 채 PD는 “PC MMORPG에서는 1:1 거래가 없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원래 MMORPG는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모바일로 오면서 1:1 거래는 없어졌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출발을 어디서 하냐가 중요한 것 같다. 모바일 MMORPG는 랜덤박스에서 시작하고 사냥은 그 뒤를 따라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PC MMORPG는 사냥이 먼저고, 그 후에 아이템을 다른 방법으로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붙었다”라고 이야기했다.
▲ 패스파인더에이트 채기병 PD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리고 ‘카이저’는 이 부분에서 모바일보다는 PC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넥슨 최용준 사업팀장은 “기본적으로 사냥을 통해 성장하고, 제작과 파밍, 거래를 통해 필요한 장비를 갖출 수 있도록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라며 “랜덤박스가 아예 없지는 않지만 사냥으로 얻을 수 없는 아이템이 랜덤박스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유료 결제를 엄청나게 많이 하는 유저를 무과금 유저가 이길 수는 없지만 그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도록 조율하는데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즉, 모든 아이템은 과금 없이 플레이를 통해 충분히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레이드나 던전을 돌아서 ‘완성된 장비’를 한 번에 얻을 확률은 낮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득템’ 외에도 필요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1:1 거래와 던전에서 모은 재료로 장비를 맞추는 제작이 따라붙는다.
그리고 과금을 하지 않고 원하는 아이템을 맞출 수 있는 시점을 유저들이 예상할 수 있다. 언제 맞추나, 하며 막연하게 사냥만 하는 게임이 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채기병 PD는 “장비에 필요한 재료나 레이드, 인스턴스 던전마다 보상에 차이가 있어서 ‘몇 번 돌면 이 아이템을 맞출 수 있다’고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이 정도 돌면 맞출 수 있겠구나’라는 예상을 할 수 있을 정도다”라고 전했다.
평화를 거부한다, 긴장감이 살아 숨쉬는 필드 보여줄 것
▲ 살아 숨쉬는 필드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카이저'의 목표 (사진제공: 넥슨)
‘카이저’ 중심은 필드다. 인스턴스 던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투, 파밍, 거래까지 플레이 대부분을 필드에서 소화한다. 이 부분은 필드와 구분된 개별 공간을 많이 만들어두는 기존 모바일 MMORPG와 다른 부분이다. 채널 구분 없이 모든 유저가 한 필드에 모여 서로 얽히고 설키며 필요에 따라서는 서로를 죽이기도 한다.
채기병 PD는 “평화로운 세상은 긴장감이 약하다. 그리고 게임 속에서 절대로 죽을 일이 없으면 긴장감이 떨어진다. ‘카이저’에 완전한 자동전투가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 유저가 보지 못한 사이에 내 캐릭터가 죽어있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PK를 끄는 옵션도 없고, 미리 등록해둔 캐릭터로 싸우는 ‘비동기식 전투’도 없다.
하지만 PK도, 장원 싸움도 모두 녹록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채기병 PD는 “PK가 가능하다는 것이지 쉽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특히 마을 근처에서는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을을 중심으로, 마을에 가까울수록 경비병이 많고, 멀어질수록 적어지기 때문이다. 시스템적으로 PK 금지구역을 만든다기보다 환경적으로 안전 지역을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 적당한 긴장감이 살아 있는 PK를 경험할 수 있다 (사진제공: 넥슨)
여기에 PK를 많이 할수록 사냥을 통해 아이템을 얻을 확률이 줄어드는 ‘악명도’, 나를 공격한 유저에게 대응할 수 있는 ‘자동반격’, 나를 죽인 유저를 확인하는 ‘복수’와 같이 무분별한 PK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필드 안에서 원하는 행동을 모두 해볼 수 있는 자유를 주되, 이 자유가 유저에게 스트레스가 되지 않도록 조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은 ‘장원(길드 영지)’에도 적용되어 있다. 장원을 가진 길드에 확실한 보상을 제공하되, 다른 유저에게 심한 박탈감을 주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채기병 PD는 “일단 길드 하나가 가질 수 있는 장원은 하나다. 장원을 가지면 여기에 딸린 맵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특정 아이템과 보스를 독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카이저' 장원쟁탈전 소개 영상 (영상제공: 넥슨)
이어서 그는 “길드가 장원 전체를 독차지하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장원은 사냥터이며 다른 유저들도 들어갈 수 있다. 다만 장원을 가진 길드 군주가 세율을 정하면, 그 장원에서 사냥한 유저들이 획득하는 골드 중 일부를 세금으로 받는다. 우리 사냥터를 남이 쓰면 이용료를 받는 개념이다. 골드 일부를 세금으로 떼는 것은 맞지만 금액이 너무 과하지는 않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레벨이 높은 사냥터에 있는 장원일수록 당연히 보상도 더 좋다. 제작진은 이 점이 강한 길드를 고레벨 지역으로 유도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어차피 길드 하나 당 장원은 하나기 때문에, 같은 장원이라면 이득이 더 큰 곳으로 강력한 세력이 몰려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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