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산 게임 하면 ‘싸구려 게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붉은색과 황금색으로 첨철된 그래픽, 자동사냥과 ‘페이 투 윈’을 강조한 게임성, 게임과는 상관 없는 자극적인 마케팅 등은 이러한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켰다.
그런데, 최근 들어 편견을 씻어낸 중국 게임들이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그동안 중국 게임이 보여준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것이다. ‘소녀전선’처럼 미소녀 모에 요소를 넣거나, ‘음양사’처럼 일본 문화를 적극 기용하기도 하고, ‘라그나로크M’이나 ‘열혈강호M’처럼 국산 IP를 활용한 작품도 눈에 띈다. 여기에 업계 트렌드와 유저 니즈를 반영한 게임성이 뒤를 받친다. 굳이 분류하자면 초(超)중국게임 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그리고 2018년 4월, 초 중국게임 바람을 타고 또 하나의 게임이 등장했다. 가이아모바일 코리아가 국내 서비스하는 ‘이터널 라이트’다. 이 게임은 지난 테스트에서 ‘와우’ 느낌을 살린 게임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전반적인 유저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전 중국 게임들처럼 단순 베끼기였다면 비판 일색이었겠지만, ‘와우’의 매력 포인트를 모바일 환경에 걸맞게 나름대로 재해석한 점이 호평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개발사인 넷이즈는 이런 느낌을 살리기 위해 ‘와우’와 ‘디아블로’ 개발에 참여한 블리자드 출신 개발자까지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이터널 라이트’는 어떤 방식으로 중국산 게임 이미지를 벗었을까? 게임메카는 ‘이터널 라이트’ 서비스사인 가이아모바일 중국 본사에서 해외 퍼블리싱을 총괄하고 있는 한 진 GM을 만나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 사전예약을 진행 중인 '이터널라이트' (사진제공: 가이아모바일 코리아)
처음 중국에서 ‘이터널 라이트’를 접했을 때 첫인상은 어땠나?
한 진 GM: 작년 중국 현지에서 게임이 출시됐을 때 느낀 점은, 기존 게임들과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초반부터 과금을 유도하지도 않았고,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레이드 시스템도 괜찮았다. 직후 바로 넷이즈와 접촉해 사업적 절차를 밟았다.
실제로 ‘이터널 라이트’는 중국 게임 트렌드하고는 달라 보인다
한 진 GM: 중국 모바일 MMORPG는 아직 과금 요소가 짙은 게임이 많다. 짧은 시간 내 많은 과금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터널 라이트’는 이 같은 공식을 벗어났다. 첫 번째는 VIP 시스템 등 초기 과금을 억제했다. 이는 장기적인 게임 플레이 환경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대신에 탈 것 등 꾸미기 아이템이나 장비 성장, 거래소 등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두 번째는 자동사냥이다. 중국에서는 거의 모든 모바일 MMORPG에서 자동사냥을 지원한다. ‘이터널 라이트’ 역시 자동사냥 기능이 있긴 하지만, 레이드나 던전을 플레이 하려면 자동사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위치 선정이나 협동 등 전략적 부분이 강조돼, 수동 컨트롤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PC보다는 조작이 어려울 수 있기에, 이를 돕기 위해 음성채팅 등 보조 요소를 많이 넣었다.
'이터널 라이트'는 자동전투의 비중이 매우 낮다. 매우 간단한 퀘스트라도 유저의 조작을 요구한다. 파티원들과 같이 움직이는 경우라면 자동전투는 더더욱 지양해야 한다. 칼 같은 포지셔닝과 보스 공격 패턴을 회피해야 하는 경우도 필요하기 때문에 온전한 한 명분의 몫을 내기 위해선 캐릭터 움직임을 지속해서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레이드 중에는 일격에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캐릭터 사망 시 부활하기 위해선 몬스터를 제거하거나 팀원이 전멸했을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죽지 않기 위해선 계속해서 상대 몬스터의 패턴과 특징을 분석해야 한다. -4월 12일자 게임메카 리뷰 中 |
▲ 자동사냥 기능이 존재하긴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수동조작을 요구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지난 1년 간 중국과 미국, 대만 등에서의 반응은 어떤가?
한 진 GM: 일단 중국에서는 유저들이 선호하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레이드를 비롯한 공략 커뮤니티가 크게 활성화 됐다. 캐릭터 성장에 있어 과금보다는 시간 투자나 컨트롤 실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도 호평을 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론칭 당시 주요 마켓에서 매출 30위권 이내로 진입했으며, 지금도 50~60등 정도를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서비스 되고 있다. 미국과 대만 등에서도 나쁜 성적은 아니었다고 알고 있다.
중국 게임명은 ‘광명대륙’, 글로벌 버전은 ‘크루세이더 라이트’인데, 왜 국내에는 ‘이터널 라이트’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되는가? 특별한 이유가 있나?
한 진 GM: 일단 ‘이터널 라이트’라는 제목은 게임 세계관과 부합하는 이름이다. 사실 글로벌 버전인 ‘크루세이더 라이트’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중국명 ‘광명대륙’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음차해 쓰지 않은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제목에 ‘대륙’이 들어가기에 한국사람들이 봤을 때 낯선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굳이 음차하지 않아도 ‘이터널 라이트’라는 이름만으로도 게임 내용을 한국어로 잘 풀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 가이아모바일 한 진 글로벌 퍼블리싱 총괄 (사진: 게임메카 촬영)
많은 이들이 ‘모바일 와우’ 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런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 진 GM: 테스트 후 많은 유저분들에게 그런 말이 나왔다. 사실 저희로서는 ‘와우’ 같은 대작 게임에 견주어진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다.
'이터널 라이트'는 '와우'의 흔적을 적잖이 느낄 수 있는 게임이었다. 거대 보스를 잡기 위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는 파티원들, 편리한 이동을 가능케 해주는 탈 것에서부터 서브 퀘스트 중간마다 NPC와 상호작용 하며 캐릭터가 보여주는 감정표현 등 많은 부분에서 와우를 닮아있었다. 모바일에서 '와우'를 느끼고 싶다면 '이터널 라이트'를 플레이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4월 12일자 게임메카 리뷰 中 |
해외에서도 ‘와우’ 같다는 평가가 나왔나?
한 진 GM: 그렇다. 모바일에서는 본격 레이드 MMORPG를 맛보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다.
▲ 거대 보스에 맞서 다수의 플레이어가 협력하는 레이드의 맛을 살린 '이터널 라이트' (사진: 게임메카 촬영)
국내 광고 모델로 정우성을 발탁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한 진 GM: ‘이터널 라이트’가 모집하는 유저 타깃은 비교적 성숙한 하드코어 MMORPG 유저다. 정우성 발탁은 그러한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정우성은 긴 시간 동안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은 데다,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론칭 후에는 대중성을 가진 새 모델을 사용해 유저풀을 넓힐 예정이다. 어떤 모델이 추가로 나올 지 기대해 주셔도 좋다.
한국 지역 콘텐츠 업데이트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한 진 GM: 아직 확정지어 말씀드리긴 어려운 단계다. 다만, 한국 유저들이 언제까지나 중국보다 뒤쳐진 옛 버전을 플레이 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따라서 유저 성장 속도와 피드백에 맞춰 중국보다 업데이트 간격을 훨씬 빠르게 잡을 것이다. 확장팩 개념의 큰 업데이트는 2~3달에 한 번씩 진행할 예정이다.
▲ 가이아모바일 한 진 글로벌 퍼블리싱 총괄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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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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