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들 어스: 섀도우 오브 워' 론칭 트레일러 (영상출처: '섀도우 오브 워' 공식 유튜브)
2014년 출시된 액션RPG ‘미들 어스: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는 뛰어난 액션성, 그리고 지배부터 복수까지 오크와의 폭넓은 상호작용 요소를 도입한 ‘네메시스 시스템’ 등 독창적인 요소로 호평을 받았다. 2014년 더 게임 어워드에서 선정한 올해의 게임은 바이오웨어 ‘드래곤 에이지: 인퀴지션’이었지만,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 역시 이에 버금가는 게임으로 손꼽혔다.
그리고 지난 10월 11일,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 정식 후속작인 ‘미들 어스: 섀도우 오브 워(이하 섀도우 오브 워)’가 출시됐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테마는 ‘전쟁’이다. 전작에서 혈혈단신 오크 군세에 맞서던 주인공 탈리온은 이제 대규모 군대를 이끌고, 모르도르 땅에서 악을 뿌리뽑기 위한 전면전에 나선다. 게임의 스케일이 한층 더 방대해진 것이다.
물론 단순히 스케일만 커진 것은 아니다. ‘섀도우 오브 워’는 전작을 즐긴 게이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하고 있다. 스토리면 스토리, 액션이면 액션, 모든 게임 콘텐츠를 한층 더 높은 경지로 끌어올렸다.
▲ '섀도우 오브 워' 대표이미지 (사진출처: 게임 공식 홈페이지)
‘반지의 제왕’다운 대서사시
‘섀도우 오브 워’는 J.R.R.톨킨이 집필한 판타지소설 ‘반지의 제왕’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게임으로, 영화로 개봉되어 유명한 ‘호빗’과 ‘반지의 제왕’ 사이에 있었던 일을 그린다. 플레이어는 망령 엘프 군주 켈레브림보르와 한 몸이 된 순찰자 탈리온이 되어 어둠의 대군주 사우론을 몰아내기 위한 전투를 펼친다.
▲ 사우론에 맞서는 두 주인공, 탈리온과 켈레브림보르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전작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 단점으로 꼽히던 것은 빈약한 메인 퀘스트였다. 오크 목을 뎅강뎅강 베어내는 시원한 액션이나 다양한 전략이 가능한 잠입 플레이는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탈리온’이 복수해야 하는 3인방의 존재감이 희미했던 것. 배경설정이 되는 ‘반지의 제왕’이 농밀한 설정과 웅장한 서사로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깊이가 얕은 메인 퀘스트 스토리는 아쉬운 점이었다.
그래서일까? 제작진은 ‘섀도우 오브 워’ 스토리에 심혈을 기울였다. 플레이어는 모르도르를 감시하는 인류의 요새 ‘미나스 이실’, 거미 쉘롭이 도사리고 있는 ‘키리스 웅골’,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원 ‘세레고스트’ 등 다양한 지역을 오가며 임무를 수행한다. 특히 이번에는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좇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임무를 거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즐겨볼 수 있다. 한국어화 역시 잘 되어 있어 스토리를 이해하기도 쉽다.
▲ '미나스 이실' 함락 후 곤도르 군대의 운명은?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예를 들어 ‘미나스 이실’ 지역에서 시작하는 ‘곤도르’ 임무는 모르도르에 남은 인류가 어떻게 버티는지를 담았다. 자연의 정령 ‘카르난’이 주는 임무에서는 오크 강령술사가 소환하는 발로그를 처치하는 여정이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엘타리엘’ 임무에서는 반지를 두고 얽힌 사우론과 켈레브림보르, 탈리온의 운명이 그려진다.
퀘스트 종류가 다양해진 만큼 플레이 분량도 대폭 늘었다. 여기에 반지악령 나즈굴과의 결투, 불을 뿜으며 포효하는 발로그 등 ‘반지의 제왕’에서 기대했던 요소들이 빠짐없이 나온다. 특히 각 임무마다 화려한 시네마틱 영상이나 특별한 연출이 나오기 때문에 몰입감도 높다. 스포일러가 되기에 언급할 수는 없지만, 게임 후반부에 전개되는 이야기는 팬이라면 절대 놓칠 수 없다. 이후의 일을 그리는 ‘반지의 제왕’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고, 반지에 얽힌 주인공들의 운명을 담담하게 서술하는 엔딩까지 보면 긴 여운이 남는다. 전투만 재밌다는 평가를 받았던 전작과 달리, ‘반지의 제왕’ 세계관을 100% 활용한 것이다.
▲ 반지악령과의 전투 연출에 놀라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발로그 '간지'에 취하고, 이래야 '반지의 제왕'이지!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강화된 액션, 어려워진 만큼 전략성도 늘었다
섀도우 오브 워’는 기존에도 호평 받던 액션의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전작에서도 뛰어난 액션을 즐길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더욱 화려한 모습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섀도우 오브 워’ 액션은 전작 시스템을 계승했다. 기본적인 틀은 ‘배트맨 아캄’ 시리즈를 연상하면 이해하기 쉽다. 공격버튼을 누르면 캐릭터가 적을 자동으로 추적해서 공격한다. 여기에 QTE로 진행되는 반격, 적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처형, 멀리서 활을 쏘는 사격, 은신상태에서 적을 일격에 처치하는 암살 등은 이번에도 유지된다. 여기에 원거리에서 적을 타겟팅해 순식간에 접근하는 ‘그림자 일격’, 지면에 폭발을 일으켜 주위 적을 기절시키는 ‘엘프의 빛’, 전투 중 빠르게 적을 흡수해 체력을 채우는 ‘전투 흡수’ 등은 이번에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전작을 해봤던 유저라면 이번에도 쉽게 적응할 수 있다.
▲ 암살을 비롯한 전체적인 액션은 전작의 뼈대를 유지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장작불을 터트리는 등, 다양한 스킬을 구사하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달라진 점은 스킬 사용 방법이다. 전작에서는 스킬을 사용하는데 콤보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는데, 콤보를 쉽게 올릴 수 있는 스킬이 많아 후반에는 전투 난이도가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섀도우 오브 워’에서는 ‘힘’이라는 특별한 게이지를 소모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피격 시에는 ‘힘’이 깎이고, 독이라도 걸리는 찰나에는 상황을 반전시키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몇몇 오크는 이미 당한 공격에는 면역이 되기도 한다. 기자는 대장급 오크를 얼리고 공격하는 방법을 좋아했는데, 몇 번 당한 적이 빙결에 적응해 더 이상 통하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다.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셈이다.
▲ 같은 방법이 계속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물론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도 많이 늘었다. 전투 중 분노를 충전해서 사용하는 필살기 ‘엘프의 분노’를 쓰면 순식간에 적을 초토화하는데, 켈레브림보르의 잔상이 남는 연출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이외에도 허공에서 시간을 멈추고 활을 쏘는 ‘독수리 사냥’, 지배한 오크를 불러내서 함께 싸우는 ‘소환’ 등 매번 색다른 방식으로 전투를 진행할 수 있었다.
▲ 고를 수 있는 스킬은 대략 이 정도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화려한 연출이 눈에 띄는 '엘프의 분노'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픽미업 픽미업! 개성만점 오크 ‘프로듀스101’
‘섀도우 오브 모르도르’에서 특징으로 호평을 받았던 오크와의 상호작용 요소 ‘네메시스 시스템’도 한층 더 강화됐다. 게임에 등장하는 오크가 하나같이 톡톡 튀는 개성을 지니고 있는 데다가, 플레이어와의 상호작용도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분명 절대반지의 힘으로 지배했는데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배신하는 등 다양한 상황이 벌어진다. 일각에서는 ‘미연시’에 빗댄 ‘오크 연애 시뮬레이션’이라 부를 정도.
▲ 궁수, 너로 정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기본적인 틀은 전작과 유사하다. 플레이어는 모르도르에서 사우론을 섬기는 오크를 지배해서 아군으로 삼을 수 있다. 특히 대장, 대전사, 대군주 등급의 오크는 특정 공격 유형에 면역되는 등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아울러 성격도 다양해 여러 오크를 만나고, 이를 지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지의 제왕’에 나온 것처럼 사악한 전쟁광 오크가 있는가 하면. 노래를 부르는 음유시인 오크, 싸울 필요가 없다고 피력하는 오크도 있다. 전작에서도 다양한 오크를 사로잡아 키우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그 재미를 더욱 높인 것이다.
▲ 엄마, 처음 본 오크가 친한 척해요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마음에 드는 녀석은 부하로 삼자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섀도우 오브 워’는 이러한 네메시스 시스템을 활용해 ‘나만의 이야기’를 자아내도록 유도하고 있다. 게임을 하다 보면 온갖 상황을 만나볼 수 있는데, 분명히 사지를 절단해서 죽인 오크가 복수를 위해 다시 돌아오는가 하면, 지배한 오크가 ‘형제를 죽였다’며 배신하는 경우도 있다.
▲ 자기들끼리 치고 박고 싸우는 경우도 많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기자는 임무를 진행하느라 잠시 오크 관리에 소홀해진 적이 있었는데, 한 오크가 ‘나를 약해지게 만든다’며 배신해 전투 중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이후 배신한 오크가 도망치자 복수심에 불타며 추적해 결국엔 처치해버렸다. 반대로 위기 상황에서 경호원 오크가 등장해 “제가 당신을 곤경에서 구해줘야죠”라고 깍듯이 대할 때는 고마움을 느껴 대군주로 승격시켜 주었다. 이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니 자연히 오크를 육성하는 과정에 동기부여가 된다.
▲ 배신의 대가는 톡톡히 치르게 해주마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강화된 공성전, 오크 활약상 보는 재미는 확실
이처럼 ‘섀도우 오브 워’는 전체적으로 전작에서 아쉬웠던 단점은 고치고,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장점은 강화했다. 이러한 점은 적의 방비를 뚫고 성을 함락하는 ‘공성전’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이 자신의 세력을 일궈 전면전을 펼친다는 설정에 맞게 웅장한 대규모 전투가 펼쳐진다.
공성전은 ‘섀도우 오브 워’가 최초로 공개됐을 때부터 주력 콘텐츠로 꼽혔다. 거대한 요새 지배권을 사이에 두고 수많은 오크가 맞부딪히는 장면은 많은 게이머의 기대를 받았다. 실제로도 공성전은 지배한 오크를 총출동시키며 거대한 전투를 연출해, 박력 넘치는 전투를 볼 수 있었다.
▲ 비교적 초반부터 즐길 수 있는 공성전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특히 공성전은 온라인 대전이 지원되기에 다른 유저의 요새를 공략하는 것이 가능한데, 내 오크들이 압도하는 모습을 보면 ‘잘 키웠다’라며 뿌듯한 마음이 든다. 반대로 내 요새가 함락당했을 때는 방어병력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온라인 대전에서 빨리 승리를 거두면 높은 등급의 전리품 상자까지 얻을 수 있어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첫 공개 당시에는 수많은 시나리오가 그려질 것 같았던 공성전이지만, 실제로는 매번 같은 패턴으로 진행된다. 공성전은 승리거점을 제압한 뒤, 아성에 들어가 최종보스인 오크 대군주를 쓰러트리면 최종 승리한다. 그런데 아군 오크를 중간 보스에 해당하는 오크 대전사에게 스파이로 보내는 것 외에는 별 다른 작전이 없다. 따라서 매번 성벽을 타고, 적과 싸우며 거점을 점령하는 것이 반복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아군 오크의 활약상을 보는 재미나 액션의 손맛을 느낄 수 있지만, ‘나만의 이야기’를 강조한 ‘섀도우 오브 워’답게 공성전 과정에서도 예측할 수 없는 시나리오가 펼쳐졌다면 더욱 만족스러울 것 같다.
▲ 거점을 점령하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대군주를 잡으면 끝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배신자 침투 외의 작전이 없는 것은 아쉽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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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에버퀘스트 기행기를 읽던 제가 게임메카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hunsang1230@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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