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게임에 있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문제점은 ‘킬러 타이틀이 없다’는 것이다. 제공되는 게임이 체험 이상의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기껏 큰 맘 먹고 고가의 VR기기를 구입했는데, 막상 하고 싶은 게임이 없다는 건 치명적이다.
그래서 베데스다가 대표 RPG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이하 스카이림)’을 VR게임으로 낸다고 밝혔을 때, 많은 게이머가 기대감을 표했다. ‘스카이림’이 무엇인가. 2011년 출시된 이래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오픈월드 RPG의 교본이다. 드넓은 세계에서 펼쳐지는 방대한 모험은 아직도 수많은 플레이어가 즐기며 판타지의 로망을 실현하고 있다. 그런 ‘스카이림’이 VR로 나온다면 고질적인 콘텐츠 부족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이처럼 막중한 사명을 띄고 있는 ‘스카이림 VR’이 과연 대작에 목 마른 VR 유저들을 달래줄 수 있을까? 게임메카는 지난 9월 있었던 ‘도쿄게임쇼 2017(이하 TGS 2017)’ 현장에서 ‘스카이림 VR’을 직접 플레이해보았다.
▲ '스카이림 VR' 트레일러 (영상출처: PS 공식 유튜브)
VR로 만나는 ‘스카이림’의 세계, 웅장하다!
TGS 2017 현장에서 만나본 ‘스카이림 VR’ 시연 버전은 약 10여 분 간의 시간 동안, 초반부 메인 퀘스트 ‘블리크 폴 배로우(Bleak Falls Barrow)’를 공략하는 내용이 담겼다. ‘블리크 폴 배로우’는 ‘스카이림’에서 튜토리얼 이후 바로 공략하게 되는 던전으로, 밴디트와 드라우그, 거대 서리거미 등이 적으로 등장한다.
당초 공개됐던 것처럼 ‘스카이림 VR’은 PS VR로 즐길 수 있다. 게임 속 웅장한 자연환경을 VR로 옮겼기 때문에, 눈앞에 펼쳐진 설원과 거대한 유적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아울러 전투 중 눈 앞에 적이 들이닥치는 것으로도 VR게임 특유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용 한마리가 날아가는 모습을 봤을 때는 정말로 ‘스카이림’ 세계 속에 들어온 것 같았고, ‘블리크 폴 배로우’ 중간 보스인 거대 서리거미를 상대할 때는 게임인 걸 알면서도 눈 앞에 보이는 거미의 소름끼치는 턱에 몸서리를 칠 정도였다.
▲ '스카이림'의 세계를 생생하게 체험한다 (사진출처: PS 공식 홈페이지)
▲ 거미와의 전투는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사진출처: PS 공식 홈페이지)
여기에 ‘스카이림 VR’은 PS4용 모션 컨트롤러인 ‘무브’를 지원한다. 게임을 진행하는데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이동은 ‘모탈 블리츠 VR’, ‘로보리콜’ 등에서 자주 사용된 텔레포트 방식이다. 컨트롤러 버튼을 누르면 포인터가 나오고, 이동하고 싶은 지역을 가리켜 순식간에 이동하는 것이다. 자유로운 이동에 비하면 다소 불편하지만, 이러한 이동 방식을 택한 만큼 확실히 게임을 플레이하며 멀미를 느끼진 않았다.
공격을 할 때는 무브 컨트롤러의 모션 인식 기능을 십분 활용한다. 검을 쥔 손을 휘두르면 눈 앞의 적에게 검격을 가할 수 있다. 활을 쏘고 싶다면 실제로 활시위를 당기는 것처럼, 활과 화살을 든 양 손을 교차해야 한다. 마법의 경우, 손을 적에게 향하고 트리거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원작에서처럼 양 손에 서로 다른 마법을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오른쪽 X버튼을 누르면 드래곤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함성’을 사용할 수 있다. 여느 VR 액션게임에서 자주 사용하는 조작 방식이기 때문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 '푸스 로 다'로 적들을 날려버리는 쾌감이란 (사진출처: 트레일러 영상 갈무리)
은신이 없다고? 빈약한 콘텐츠가 아쉽다
하지만 ‘스카이림 VR’을 완벽하다고 부르기엔 미흡한 점이 많다. 당장 ‘스카이림’의 세계를 둘러보고, 검을 휘두르거나 마법을 난사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게이머들이 ‘스카이림’에 기대하는 콘텐츠 대부분이 누락되어 있다.
먼저 ‘스카이림 VR’에는 인벤토리가 없다. 시연 버전에서는 미리 몇 개의 무기와 마법이 세팅되어 있고, 메뉴창을 호출해 이를 변경하는 기능 밖에 제공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쓰러트린 적에게서 장비를 얻거나, 모험 중에 발견한 상자를 열어 추가 보상을 얻는 것이 불가능했고, 스킬 성장 및 퍽 투자도 구현되지 않았다. RPG에서 으레 기대하는 것은 모험 끝에 전리품을 얻고, 캐릭터를 더욱 강력하게 성장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스카이림 VR’에서는 그런 묘미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 스킬을 아무리 써도 고대하던 레벨업 효과음은 없었다 (사진출처: PS 공식 홈페이지)
또한, 캐릭터 생명력이나 마법을 쓰면 소모되는 매지카, 파워어택이나 질주에 쓰이는 스태미너도 ‘스카이림 VR’에는 구현되지 않았다. 즉, 적이 몇 명이 몰려들어도 가만히 서서 ‘파이어’ 마법을 쏘고 있으면 결국 눈 앞의 적은 죄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다는 의미다. 물론 키보드, 마우스에 비하면 조작이 불편한 VR게임이기 때문에 난이도 조정이 필요하겠지만, 플레이어를 금강불괴의 불사신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전투의 긴장감이 상당히 떨어졌다.
▲ 자이언트 2명도 문제없다... 맞아도 안 죽으니까 (사진출처: 트레일러 영상 갈무리)
마지막으로 ‘스카이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은신’ 기능도 찾아볼 수 없었다. 원작에서는 컨트롤 키를 누르면 캐릭터가 웅크리고 앉아 적의 눈을 피하는 은신 상태에 들어갔다. 이 때 들키지 않고 적에게 접근하면 큰 피해를 입히거나, 소지품을 훔치는 것도 가능했다. 삼엄한 경비를 뚫고 적을 암살하는 쾌감은 ‘스카이림’ 유저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스카이림 VR’에서는 이러한 은신이 없어 상당히 아쉽게 느껴졌다.
반쪽 짜리가 된 ‘스카이림 VR’, 과연 정식 버전은 어떨까?
이처럼 ‘스카이림 VR’은 원작의 팬을 만족시키기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절반만 가져온 원작의 콘텐츠는 ‘스카이림 시뮬레이터’ 수준이다. 잠깐 VR 테마파크에 들러서 30분 정도 ‘푸스 로 다’를 외쳐보고, 이리저리 움직여 드래곤을 사냥하고 나면 ‘아, 재미있었다’하며 미련 없이 돌아갈 만한 게임 말이다. 킬러 타이틀이 부족하다는 VR의 고질적인 한계를 극복할 게임으로 보기는 어렵다.
물론 시연버전이기 때문에 다소 제한된 콘텐츠만 담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스카이림 VR’이 당장 오는 11월 발매를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즉, 게임이 거의 완성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연 버전에 담긴 콘텐츠가 수박 겉핥기 수준이니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소니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스카이림 VR’이 ‘VR을 위한 진정한 오픈월드 게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던가드’, ‘하스파이어’, ‘드래곤본’과 같은 DLC도 전부 포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스카이림 VR’이 앞서 말한 ‘스카이림 시뮬레이터’ 이상의 평가를 받고 싶다면, 시연버전에서 찾아볼 수 없던 모든 콘텐츠를 그대로 구현해야 할 것이다.
▲ 킬러 타이틀이 되려면 100% 완벽한 '스카이림'을 구현해야... (사진출처: 트레일러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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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 VR
2017. 11. 24
- 플랫폼
- VR
- 장르
- 롤플레잉
- 제작사
- 베데스다
- 게임소개
-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 VR’은 베데스다에서 개발한 RPG ‘엘더스크롤 5: 스카이림’을 가상현실로 옮긴 타이틀이다. 원작의 방대한 세계관을 가상현실에 옮겨냈으며, 기존 콘텐츠도 고스란히 만나볼 수 있다. 특... 자세히
2003년, 에버퀘스트 기행기를 읽던 제가 게임메카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hunsang1230@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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