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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순수 ‘백합’의 정석, 카타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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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간의 사랑을 다루는 ‘백합’은 소설과 만화 분야에서 그리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나름의 깊이를 자랑하는 장르입니다. 본래 백합은 10대 소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장르였고 남성을 겨냥한 작품은 거의 없었으나, 나중에 백합물의 대명사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 등장을 계기로 이러한 벽이 허물어졌고 이제는 남녀 모두 즐기는 장르가 거듭났죠.

미소녀게임에서도 백합을 소재로 한 게임이 많이 있는데요. 워낙 남성지향적인 부분이 많다 보니, 제대로 된 내용을 다루는 작품은 드뭅니다. 그나마 최근에는 이노센트 그레이의 ‘플라워즈’, 라이아 소프트 ‘옥상 위의 백합령씨’, 코가도 소프트의 ‘백의성’ 시리즈 등 백합을 대표할만한 게임이 많이 나와줘, 대우가 많이 나아진 편이죠.

그런데 이보다 수년 먼저 혜성처럼 등장해, 미소녀게임 팬들 사이에서 명작으로 칭송 받은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부드럽고 따뜻한 동화의 감성을 담은 미소녀게임 ‘카타하네’가 그 주인공입니다.


▲ '카타하네' 리마스터판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10mile 공식 유튜브)

역작을 만들어내고 사라져버린, 타르테

‘카타하네’를 제작한 개발사는 바로 주식회사 딜이 2001년 설립한 ‘타르테(Tarte)’입니다. 아마 개발팀 이름을 처음 듣는 분도 많으리라 예상되는데요. 이는 타르테가 만든 ‘카타하네’를 제외하면, 미소녀게임에 잔뼈가 굵은 유저들도 “그런 게임이 있었나?” 라고 반응할 만큼 작품 인지도가 한참 떨어지고 평가도 좋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타르테는 적당히 만들어도 어느 정도 통하는 그 당시 미소녀게임 시장 기준으로도 한참 뒤떨어지는 실력 없는 회사였죠.

스위트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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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의 타르테 작품은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오는데 실패했다
(사진출처: 타르테 공식 웹사이트)

그랬던 타르테가 2007년 돌연 ‘카타하네’라는 기묘한 신작을 내놓습니다. 그 동안 만든 양산형 미소녀게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캐릭터 구성, 스토리를 내걸어, 이를 기다리는 미소녀게임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죠. 그야말로 타르테의 ‘환골탈태’가 기대되는 순간. 그러나, 정작 시장의 반응은 이들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당시 다른 개발사 라인업이 너무나도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2006년 12월에는 신카이 마코토의 오프닝과 연출로 무장한 미소녀게임 대작 ‘ef’가 나왔고, 같은 기간에 앨리스소프트 게임 중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꼽는 명작 ‘전국란스’도 출시되며 엄청난 붐을 일으키고 있었죠. 여기에 아카베소프트2를 메이저 개발사로 끌어올린 히트작 ‘차륜의 나라’ 그리고 콘크리트와 같은 두터운 팬층을 지닌 기가의 ‘포세트’까지… 그야말로 대작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왔죠.

가뜩이나 개발사 인지도도 바닥인데, 마이너한 백합 장르를 들고 나온 터라 ‘카타하네’가 설 자리는 없었죠. 결국 ‘카타하네’를 발매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타르테는 안타깝게도 문을 닫게 됩니다. 하지만, 회사는 망해도 게임은 남는 법. ‘카타하네’는 후일 백합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됩니다.

카타하네
▲ 타르테 입장에서는 비운의 명작이 된 '카타하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연극 중에 꽃 피는 아름다운 사랑, 카타하네

그럼 이제 타르테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카타하네’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우선 ‘카타하네’는 텍스트 기반 어드벤처게임으로, 사람과 인형이 평화롭게 사는 세계가 무대입니다.

줄거리를 짧게 설명하자면, 작가 지망생 ‘와카바 포레’가 과거 나라들이 분리된 시절의 이야기를 각색하여, 이를 연극으로 만들어가는 계획을 세웁니다. 이를 위해 연극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각 배역에 맞는 인물을 섭외하고, 앞으로 있을 연극제를 대비해 각 인물들이 열심히 연습하면서 벌어지는 일화가 주 내용입니다.

카타하네
▲ 인간과 인형이 평화롭게 사는 독특한 세계를 내세운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카타하네’는 보통의 미소녀게임과 달리, 플레이어는 곧 주인공이라는 공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단순한 관객이며, 여러 인물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진행하는 군상극 형태를 띠고 있죠. 실제로 게임 속 이야기는 현대의 시점인 ‘하얀 날개’편과 과거의 시점인 ‘검은 날개’편으로 나뉘어, 전체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됩니다.

<캐릭터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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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로 사데: 아버지 뒤를 이어, 역사학자를 목표로 공부하는 청년. 자신이 데리고 있는 인형 '코코'의 조율을 위해 백 마을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차분한 성격이며, 여행에 동행한 '와카바 포레'와는 좋은 친구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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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카바 포레: 작가 지망생으로, 남동생과 함께 '세로'의 여행에 동참한다. 마을 연극제에 낼 무대 각본을 쓰면서, 시나리오 배역을 맡을 인물을 모으려고 필사적이다.

▲ 안젤리나 롯카: 연극 배우가 되는 꿈을 가진 소녀. 매번 오디션에 지원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좋지 않다. 그럼에도 알바를 하면서 착실히 자신의 꿈을 향해 다가가는 노력파다. 연기에 있어서는 완벽함을 추구하지만, 실제로는 착한 성격으로 고아원 아이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다. 

▲ 벨: 인형사 레인과 함께 살고 있는 인형. 사람과 거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특이하게도 등에 반쪽 날개가 있다. 노래를 좋아하지만, 부끄러움이 많아 사람들 앞에서는 거의 부르지 않는다. 

진하지 않은 은은한 사랑을 담다

그렇다면 ‘카타하네’가 다른 백합 게임과 달리, 명작으로 꼽히게 된 이유는 뭘까요? 바로 ‘시나리오’입니다. 

기본적으로 남성향 백합은 시나리오보다는 캐릭터에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시나리오 전체를 아우르는 사건보다는 캐릭터간의 관계에 더 집중한다는 소리입니다. 때문에 작품의 결말에는 처음에 이야기를 시작한 사건의 전말이나 결론이 나오는게 아니라, 대부분 누가 누구와 이어졌고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여주고는 그대로 끝내버리죠.

▲ 보통 백합이면 진한 사랑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카타하네'는 이야기 본연에 집중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는 최초에 남성향 백합의 붐을 일으킨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라는 작품의 성향을 대부분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한 예로, 도입부에 언급했던 ‘플라워즈’, ‘옥상 위의 백합령씨’, ‘백의성’ 시리즈 모두 이러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죠.

하지만 ‘카타하네’는 다릅니다. 이번에 ‘군상극’ 형태를 택하면서, 단순히 연인 관계의 캐릭터가 엮이는 과정이 아니라, 전체 인물과의 관계와 시나리오 핵심인 연극에 끝까지 집중합니다. 덕분에 백합과 같은 장르 특유의 진한 사랑 이야기는 거의 드러나지 않아, 평소 이런 장르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나,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도 문제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길이가 그리 길지 않지만, 읽는 내내 웃었다 울었다를 반복하게 만들고, 마지막에는 부드러운 여운에 잠기게 하는 완성도가 높은 시나리오입니다. 여기에 이를 제대로 받쳐주는 배경음악과 흡입력 있는 성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감탄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어떤 의미로 보기 드문 ‘순수 백합’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 흡입력있는 배우들의 연기도 일품!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이런 은은함이 곧 '카타하네' 최대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개발사는 사라져도 명작은 남는다

보통 이렇게 명작을 한번 잡고 나면, 개발사의 전작이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지기 마련입니다. 물론, 도입부에 말한대로 타르테는 사실상 ‘카타하네’가 가장 대표하는 타이틀이고, 개발사는 이를 마지막으로 이미 사라진 지 오래죠.

그래도 ‘카타하네’라는 작품의 생명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카타하네’의 부모와도 같은 존재인 원화가 후에(笛)와 시나리오 라이터 J-MENT가 고난과 역경의 시기를 보내다가 간신히 10mile이라는 개발사에 들어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후속작이나 팬디스크 소식은 없지만, 2016년에 새로운 오프닝을 만들고 해상도를 키운 리마스터판을 내놓았고, 2017년에는 신곡을 추가한 10주년 앨범도 발매하여 팬들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채워주고 있습니다.

▲ 개발사는 사라졌지만, 게임은 남았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개발사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시나리오 라이터가 꾸준히 해당 작품을 끌어오고, 유저들 역시 이를 기억하고 지지해주는 작품은 미소녀게임 역사를 뒤져봐도 그리 흔치 않습니다. 심지어 그 작품이 백합을 다룬다면 유일무이라는 말이 붙어도 이상하지 않죠. 그만큼 ‘카타하네’가 준 감동과 추억의 깊이가 크다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전에 미소녀메카에서 ‘플라워즈’를 백합 입문서로 독자 여러분께 추천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오늘 여기서 작품을 하나 더 추천 드리고자 합니다. 유쾌하지만 때때로 슬픈 한 편의 동화를 다룬 미소녀게임 ‘카타하네’로 다시 한번 백합의 세계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 만약 백합이 망설여진다면, 이번 작품을 필히 추천한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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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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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눈치챘겠지만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특정 캐릭터를 이용해 선택적으로 누군가를 공략하는` 전개의 게임이 아니다. 한 장면을 다양한 시점에서 보는 게 아니라 각 장면마다 다른 인물...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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