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빛소프트 박대성 기획 총괄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포켓몬 GO’는 상승세만큼 하락세도 급격히 컸다. 국내 출시 초기만해도 구글 플레이 매출 2위까지 치고 오르며 기염을 토했으나 5월 현재는 58위에 그쳐있다. 초기에 인기를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롱런에 실패한 것이다. 게임 속 캐릭터를 현실에 불러오는 증강현실이나 주변에 있는 유명한 장소가 ‘포켓스탑’이 되는 위치기반 요소는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오랜 기간 많은 유저를 붙들지는 못했다.
AR과 위치기반은 매력적인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포켓몬 GO’를 그대로 따라 하면 똑같이 롱런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오는 5월 23일에 자체 개발한 모바일 AR 게임 ‘역사탐험대AR’ 출시를 앞둔 한빛소프트 역시 ‘롱런’에 대한 고민을 길게 이어왔다. ‘신기하다’가 아니라 ‘오래 할 수 있을 만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한빛소프트 박대성 기획 총괄은 출시 초기에 32레벨을 찍고 동네 체육관 여러 곳을 점령할 정도로 ‘포켓몬 GO’ 열성 게이머였다. ‘포켓몬 GO’와 다른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포켓몬 GO’가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포켓몬 GO 아류만은 안 된다”는 기획 총괄의 의지가 담긴 ‘역사탐험대AR’, 그렇다면 ‘진짜배기 한국형 위치기반 게임’을 보여주기 위해 개발진들이 고민한 부분은 어떤 점일까?
▲ '역사탐험대AR' 대표 이미지 (사진제공: 한빛소프트)
캐릭터 수집을 앉아서 한다고?
우선 ‘역사탐험대AR’은 캐릭터를 모을 때 걸어 다닐 필요가 없다. ‘역사탐험대AR’은 역사 속 인물이 게임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을 모아야 한다. ‘포켓몬 GO’가 걸어 다니면서 캐릭터를 모은다면 ‘역사탐험대AR’은 수집을 앉아서 한다. 필드에 소환진을 사용하면 봉인된 영웅이 등장하고, 열쇠로 봉인을 풀면 영웅을 친구로 맞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치기반 게임도 아니고, ‘수집형 RPG’와 다를 게 없지 않나? 박대성 기획 총괄은 “가장 큰 차이점은 앉아서 할 일과 밖에 나와서 걸어 다니며 하는 일을 나눠놓은 것이다. 앉아서는 영웅 수집에 집중하고, 밖에서는 영웅을 강화시킨다고 생각하면 된다”라며 “필드에는 영웅에 끼울 장비 제작에 필요한 재료가 있다. 즉, 필드를 돌아다니며 재료를 모으고, 이 재료로 장비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 걸어다니지 않아도 영웅을 모을 수 있다 (사진제공: 한빛소프트)
여기에 ‘포켓몬 GO’와 마찬가지로 ‘역사탐험대AR’에도 ‘명소’가 있다. 국내 유적지와 관광지를 토대로 한 ‘명소’에서는 영웅의 능력치를 높여주는 ‘보물’을 얻을 수 있는 ‘유물던전’이 있다. 여기에 게임 속 영웅은 진화 정도에 따라 모습과 능력이 다르다. 그리고 소위 ‘레어 영웅’은 ‘명소’에서만 등장한다. 박대성 기획 총괄은 “모든 영웅을 앉아서 모으는 것은 가능하지만 레어 영웅은 ‘명소’에서만 등장한다”라고 말했다.
▲ 장비 제작을 위해서는 필드를 걸어다니며 재료를 모아야 한다
(사진제공: 한빛소프트)
▲ 진화 정도가 높은 '레어 영웅'은 '명소'에만 등장한다
(사진제공: 한빛소프트)
다시 말해 앉아서, 걸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각각 나뉘어 있는 것이 ‘역사탐험대AR’의 특징이다. 그렇다면 굳이 둘을 나눠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박대성 총괄은 “일단 돌아다니면서 모든 캐릭터를 모으는 것은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 저도 아들과 공원에서 발품을 팔아가며 ‘포켓몬 GO’를 열심히 해봤는데 피로도가 높아서 오래 할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역사탐험대AR’의 경우 가족이 함께 즐기는 역사 게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오랜 시간 밖에서 걸어야 캐릭터를 모을 수 있다는 점은 프로젝트 방향과 맞지 않았다.
두 번째는 캐릭터를 모으기만 하고 그 이상의 뭔가를 할 수 없다는 점이 허전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박대성 총괄은 “관건은 게임을 지겹지 않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다. 현실세계에 등장한 캐릭터를 잡는다는 ‘AR’의 특징은 처음에는 신기하지만 금방 질리게 된다”라며 “다시 말해 단순히 ‘모으고 끝’이 아니라 유저들에게 할 일을 계속 제공해줘야 한다. 재료 채집과 장비 제작, 이를 통한 영웅 육성은 게임을 지겹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유저들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모드를 넣은 것 역시 모은 캐릭터로 ‘할 일’을 만들어주기 위함이다. 특히 내가 모은 영웅으로 팀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다른 유저와 순위대결을 벌이는 ‘랭킹전’은 모은 캐릭터를 최대한 많이 사용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 박 총괄은 “포켓몬 GO의 경우 출시 초기에는 ‘망나뇽’만 모으면 모든 것이 끝인 게임으로 인식됐다. 이는 많은 포켓몬을 동시에 활용하는 대전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역사탐험대를 만들며 최대한 다양하고, 각기 다른 전략적인 재미가 있는 대전 콘텐츠를 많이 넣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밝혔다.
▲ 여러 영웅을 활용하는 대전 콘텐츠로 마련되어 있다 (사진제공: 한빛소프트)
국내 최초로 행사 뛰는 게임이 되고 싶다
‘포켓몬 GO’와 다르다는 점 자체는 확실히 인지됐다. 그렇다면 원론으로 돌아가서 왜 이 게임은 ‘한국형 게임’이라 불리는 것일까? 이순신과 같은 한국 위인이 게임에 등장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국내 관광지나 유적지를 ‘명소’로 사용하기 때문일까?
이에 대해 박대성 총괄은 “한국 가족은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먼저 생각했다. 특히 부모 입장에서 게임 하나를 하더라도 역사공부도 할 수 있고 밖에서 같이 여행도 즐길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한국의 가족 동선에 맞춘 게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개발을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게임 속에서 영웅을 모으면 전기를 토대로 제작된 웹툰과 간단한 역사퀴즈도 나온다. 즉, 한국 가족이 즐기기 좋은 한국형 위치기반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는 뜻이다.
▲ 인물열전과 웹툰, 역사퀴즈도 등장한다 (사진제공: 한빛소프트)
여기에 ‘역사탐험대AR’의 경우 영웅을 뽑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도 없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모바일 RPG에 비해 수익모델이 약하다. 이에 대해 박대성 총괄은 “국내 최초로 ‘행사 뛰는 게임으로 만들고 싶다. 사실 국내에 1년에 약 750개 이상의 지역축제가 열리고 있다. 이러한 축제와 연계해서 현장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역사탐험대AR’은 출시되기 전에 울산광역시에서 열리는 ‘울산 방문의 해’ 축제의 IT 테마 게임으로 선정됐다. 박 총괄은 “지자체에서 지역 축제 홍보를 목적으로 AR 게임을 제작하는 경우도 있기에 기대 수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단기적인 성공보다는 이러한 오프라인 행사와의 연계를 통해 ‘위치기반’을 게임 하나가 아니라 새로운 ‘장르’로 발전시키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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