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미왕]은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전문가 ‘멀미왕’이 아직은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VR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쉽고 친절하게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이제껏 수백여 VR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고, 이에 대한 영상 리뷰를 진행 중인 ‘멀미왕’에 대한 소개는 인터뷰(바로가기)에서 확인하세요!
“로보 리콜은 앞으로 VR 액션슈팅의 기준이 될 것이다.”
추운 겨울, 논현동에 위치한 에픽게임즈 본사에 ‘로보 리콜’ 플레이차 방문했습니다. 입구부터 ‘언리얼 엔진’ 로고가 큼지막하게 보이더군요. VR게임 제작에 쓰이는 주요 엔진이라 가상현실을 즐길 때면 늘 접하던 로고죠. 덕분에 건물이 낯설지 않고 여러 번 방문한 듯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로보 리콜’은 언리얼 엔진을 탄생시킨 에픽게임즈가 직접 개발한 VR 액션슈팅게임입니다. 에픽게임즈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전에도 시청각 콘텐츠 ‘쇼다운’과 테크데모 ‘불릿 트레인’을 선보인 바 있죠. 모두 오큘러스 리프트를 통해 즐길 수 있습니다.
▲ 언리얼 엔진의 산실 에픽게임즈, 로고가 낯익다 (사진출처: 멀미왕 촬영)
이 가운데 ‘쇼다운’은 VR 체험장에 가면 꼭 시연해야 할 콘텐츠로 꼽힙니다. 현실이나 진배없는 완성도 높은 그래픽에서 오는 현장감, 아찔할 정도로 실감나는 전장 연출은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죠. 막바지에는 손에 힘을 꽉 쥐며 터져 나오는 비명을 가까스로 막았을 정도입니다.
‘불릿 트레인’은 여기서 더 나아가 본격적으로 가상현실과 상호작용을 이끌어냅니다. 직접 두 손으로 총을 쏘고 열차 안을 누비며 몰려드는 적들과 한바탕 전투를 치르는 것이죠. 순간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늦추고 날아오는 총알을 잡아 던지는 경험은 매우 이색적입니다.
잠시나마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가 된 기분이랄까요? 게이밍 VR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에픽게임스 답게 신기술로 유저들을 감동시켰죠. 다만 제한적인 이동 방식과 짧디 짧은 분량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립니다. 테크데모니까 어쩔 수 없죠.
▲ '로보 리콜' 프로토타입이라 할 수 있는 '불릿 트레인' (영상제공: 멀미왕 VR)
오늘 소개할 ‘로보 리콜’은 바로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작품입니다. 플레이하는 내내 이제껏 즐겼던 그 어떤 VR 콘텐츠보다도 탄탄한 기술력으로 만들어졌음을 느낄 수 있었죠. 볼륨이 커진 만큼 번듯한 스토리도 추가됐습니다. 한편의 SF 영화를 보는 것 같군요.
로봇과 공존이 일상화된 미래, 플레이어는 시스템 오류로 난폭해진 로봇을 파기 및 회수하는 극한 직업 ‘리콜러’로 살아갑니다. 우선 사무실에서 간단한 이동법과 전투기술 튜토리얼가 진행되고, 곧바로 최첨단 도심으로 파견되죠. 데모에선 게임 초반부만 즐길 수 있었습니다.
‘로보 리콜’ 데모를 몇 차례 반복하여 플레이하자 내심 ‘차세대 VR 액션슈팅의 기준이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출시된 여느 VR게임에서 볼 수 없던 기발한 액션 기믹이 다수 포함됐거든요. 그저 총만 쏘는 것이 아니라 붙잡아서 사지를 뜯어버린다든지.
▲ 백문불여일견, 쏘도 뜯고 맛보고 즐기는 '로보 리콜' (영상제공: 멀미왕 VR)
인상적인 특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자유로운 이동과 방향설정이 가능합니다. 지정한 위치로 신속히 이동하는 텔레포팅 방식으로 호쾌함을 더했죠. 자동차 위는 물론이고 저 높은 건물 테라스도 껑충 뛰어 올라갈 수 있어 운신의 폭이 매우 넓습니다.
유저가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게 해주는 자유도는 VR게임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한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몰아치는 웨이브를 격파할 뿐인 디펜스류 게임은 금새 피로해지기 마련이거든요. 매번 똑 같은 풍경 속에서 무기와 적만 바뀌니 차츰 무감각해지는 것이죠.
둘째, 사격은 기본이고 근접 상호작용까지 가능합니다. 슈팅게임에서 적을 직접 잡아뜯는다니 상상도 못하던 일이죠. 갑작스레 나타난 상대에 미처 총을 꺼낼 정신이 없다면, 그냥 붙잡아버리세요. 그대로 총알받이 삼아 들고 다녀도 됩니다. 원한다면 즉석에서 분해해버릴 수도 있죠.
뜯어낸 로봇의 신체 부위는 훌륭한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머리를 뽑아 투척한다거나 다리를 몽둥이마냥 휘두르는 것도 가능해요. 총만 사용할 때보다 훨씬 다채로운 공격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박진감 넘치는 전투가 가능하게 만들어줍니다.
▲ 적을 방패로 쓰며 다른 녀석을 요격할 수도 있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끝으로 셋째, 시간이 흐르는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시간 감속은 가상현실이 아니면 겪을 수 없는 신비로운 체험이죠. 텔레포팅을 준비하는 상태에서 잠시 시간이 느려지는데, 덕분에 전황을 판단하고 날아오는 총알을 잡거나 피하는 묘기를 부릴 수 있습니다.
‘불릿 트레인’과 마찬가지로 붙잡은 총알은 적에게 되돌려줄 훌륭한 무기가 됩니다. 손으로 던지는 것이니 맞추기가 쉽지 않지만, 실력만 따라준다면 ‘헤드샷’으로 일격에 승부를 볼 수도 있죠. 이것도 시간 조절 기능이 없었다면 지나치게 어렵거나 무의미한 요소가 됐을 겁니다.
‘로보 리콜’은 가상현실 속에 주어진 다양한 오브젝트와 상호작용과, 시간이라는 독특한 환경요소를 적용함으로써 영화 속에서나 즐길 법한 환상적인 전투를 구현해냈습니다. 마음 내키는 데로 이동하고 공격하며 창의적인 방법으로 자신만의 즐거움을 자유롭게 만끽할 수 있어요.
지금까지 전에 없던 다양하고 짜릿한 플레이 방식은 차세대 VR 액션슈팅의 기준이 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멀미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뽑아내는 초당 90프레임과 몰입하기에 충분한 유려한 그래픽까지 더해지면 두말할 나위 없죠.
▲ 일순 시간이 느려질 때 다음 행동을 정한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다만 텔레포트팅과 함께 방향을 설정하는 방식은 굳이 몸을 틀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지만, 이동 후 방향 감각을 상실할 수 있다는 단점도 느껴졌습니다. 역시 가상현실에서의 이동법은 개발자에게도 플레이어에게도 늘 풀리지 않는 고민거리입니다.
‘로우 데이터’처럼 슬라이드 무빙과 텔레포팅 방식을 결합한 방식도 옵션에 추가된다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슬라이드 무빙처럼 이동하지만 순간이동처럼 눈앞에 하이라이트 효과가 켜지는 것이죠. 신속하게 움직이면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거든요.
‘로보 리콜’은 1분기 중 오큘러스홈을 통해 무료 공개될 예정입니다. 이 게임이 플레이어의 눈을 한껏 높여놓으면 차후 나올 다른 콘텐츠의 품질도 여러모로 한 단계 향상되지 않을까요? 말 그대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죠. 그 날이 어서 오길 바라 마지않습니다.
▲ 이동법은 여전히 VR의 최대 고민거리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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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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