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이 되었다. 갑! 갑! 20대 광도성 쟁터에서 이겼다고 좋~아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갑! 갑! 갑! 이라니.
이제 어깨에 힘 들어가도 욕 안 먹을 1갑도 되었고 사냥터에서 만나지는 고만고만한 레벨의 친구들도 생기다 보니 문파를 한번 창설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이른바 '육곡동'에서 만나 친목을 다지고 '파검동'에서 힘을 키운 '육곡 패밀리'라고나 할까.
▲ 만파폭 지존 개초딩 문파! |
▲ 개초딩 문파 창설!
문파명 개.초.딩.
거금 1,000만 은화를 묘수괴선 할매에게 털리고 만든 고귀한 문파. 뭐 둘러보니 뭔가 무협지스러운 문파명도 많더라만 내가 만들고 싶은 문파의 이상적인 모습은 전투라거나 강함보다 '건전하고 발전적인 진상 커뮤니티 및 50성 이하의 저렙들에게 존경의 대상 되기'에 중점을 두었기에 외우기도 쉽지 않은 고상한 문파명 따윈 금골어 아가미에나 던져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이렇게 창설된 상콤개발랄한 '개초딩' 문파. 나의 사뭇 진지하고 매너 있는 제안으로 ‘십이지천 2’에 발을 들여놓은 사랑과 증오의 친구인 '사막의 무법자'에게 부문주 자리가 가장 먼저 털렸다.
▲ 지존들만 한다는 지붕 위 혈투! |
역시 아이디 위에 '[문주]개초딩'을 달고 다니니 파검동에서 '숙자 행님'이라 부르며 따르던 깜찍한 동생 놈들이 환호를 하더군.
"숙자 행님! 정말 행님다우십니다!"
"숙자 행님! 앞으로 행님을 진정한 폭풍 간지로 모시겠습니다."
후후...
"가입할 텐가?"
"... 저 쟁가욘."
"... 저두욘.."
사실 내가 왜 '행님'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난 한번도 나 자신을 '남자'라고 말한 기억이 없다. 다만, 적당히 숙성된 내 나이를 밝혔을 뿐이고 새벽이면 시작되는 피 끓는 남아들의 19금 대화에 적극적인 참여 및 주도를 했을 뿐이다. 또 내가 '누님'이라고 밝히면 우리 용광로 같은 청춘들의 분출하는 젊음의 대화가 끊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넓은 아량이랄까?
아무튼 '숙자 행님의 개초딩' 문파는 많은 동생들에게 '사랑만' 받았다. 문제는 인간들이 즐거워는 하지만 가입권유만 하면 '백보무흔' 냅다 켜고 튀어버리니 원..
"숙자야, 우리 문파 다시 만들자."
"뭐때미! 개초딩이 어때서!"
"... 챙피해.."
▲ 1갑이 되신 사막의 노숙자님의 멋진 포즈, 훗! |
▲노무현단 창설, 평균 연령은?
요즘 인터넷을 후끈 달구고 계신 '노간지' 노무현 전 대통령. 우리가 또 간지 하면 목숨거는 폭풍간지 아니겠는가. 결국, 법자의 강력한 추천으로 개초딩은 수신무녀 치마폭에 싸여 사라지고 '노무현단'을 재창설하게 된다.
"숙자야, 이제 슬슬 문원 모아야지?"
"옹! 옹! 우리 영계 동생들 모아서 다시 한번 만파폭의 지존이 되어보는 거야."
"지금 동행중인 독고쌍녀님 매너 좋더라, 십이지천 2 처음 하시나 봐."
후후, 그러고 보니 말씀도 별로 없으시고 묵묵히 쌍극질에 매진 중이신 독고쌍녀님. 게임도 서투신 것 같고 혼자 하시는 터라 모르는 것이 많다 하신다.
그렇다. 이러한 초보들을 모아 어린애 사탕 물려주듯 고사리 손에 남는 아이템 좀 쥐여주며 타고난 말빨로 충고와 조언 좀 날려주면 난 그들에게 멋진 숙자 행님, 폭풍 간지 문주가 되는 거지. 핫핫.
"그 옆에 황제오랑님도 받아. 저분도 느낌이 좋아."
▲ 멋진 숙자님 발길질에 오금이 저리신 법자님 |
법자 저 녀석은 뚜쟁이 체질인가, 게임은 안 하고 섭외만 다니네.
"황제오랑님, 저희 노무현단에 가입하시면 '1갑!' 문주와 '2갑!' 부문주가 열과 성의를 다해 십이지천 2를 간지나게 즐길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예..."
후후, 역시 나의 말빨이란. 문주 행님 카리스마에 끔뻑 죽겠지?
이렇게 나를 포함, 총 4명의 문원이 된 노무현단! 어린 동생들도 들어왔고 하니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행님 대접받으며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노숙자 - 자자~ 우리 문원 어린이들, 자기소개 좀 해볼까요? 우리 어린이들 며짤~?
독고쌍녀 - 안녕하세요저는38살입니다.
황제오랑- 반갑습니다. 저는 마흔 여섯 살의 태도입니다.
[귓말] 법자 - 숙자야..
[귓말] 숙자 - 어..응..
[귓말] 법자 - 음...
[귓말] 숙자 - 음...
우린 더이상 아무 말 없이 열심히 쌍극질에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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