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위의 목소리(아아아아아~)는 천상비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한번 정도는 감탄을 하게 될 천상비 로딩 화면에서의 배경 곡이다. 어두운 배경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는 검(劒)과 도(刀). 그리고 천천히 화면을 덮어 오는 흩날리는 꽃잎... 그리고 애잔하게 여운을 남기는 아가씨의 노랫소리.
그 아스라한 무협의 향수에 젖어 천상비에 빠져든 지 어언 1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이제 오랜 시간 동안(솔직히 말하면 너무 오랜 시간이었다 -_-;) 테스트를 거친 천상비의 공성전이 공식적으로 곧 지원될 예정이라 한다. 여타 온라인게임에서 지원되었던 공성전과는 차원이 다른 전혀 새로운 공성을 기다리는 많은 독자들을 위하여, 그리고 게임서버 적용과 함께 무림의 쟁패를 노리는 많은 천상비 무림인들을 위해 테스트서버를 통해서 그동안 공개된 공성전의 비밀을 이제부터 전개될 나의 파란만장한 경험담을 통해 알아보기 바란다. 참고 : 본인의 본 서버는 잠룡지몽이지만 본래 초야에 묻혀 사는 것을 즐겨 하는 소탈한 성격이므로 캐릭터 이름은 밝히지 않도록 하겠다. 더 이상의 팬레터는 바라지 않는다(아무나라도 좋으니 부디 보내줘 ㅠ.ㅠ 참고로 본인은 서울에 거주하는 22세의 신체 건강한 남학생으로... 이하 검열에 의한 삭제). 테스트서버에서의 방파명 및 캐릭터 명 역시 보안을 위하여 가명을 사용함을 양해해 주기 바란다. |
사실 천상비의 무림세계에서 잠시 떠나있기 전까지 나는 손꼽힐 정도는 아니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알만한
고수의 반열에 들었었다. 나의 눈부신 단축키 사용과 번개 같은 마우스 놀림에 스러져간 그 숱한 무림고수들(천상비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불가능한 일인지 이해할 것이다 -.-). 그리고 후배 녀석을 유혹하여 같이 플레이를 하며, 나의 무위를 얼마나 자랑하였던가.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항상 내게 고기 배달을 해 주던 그 녀석이 하늘을 날기 시작한 것은... 전 무림인들이 꿈에조차 익히기를 애타게 갈망하는 그 궁극의 무공 능공허도... 내 꽁무니를 뒤쫓아 다니던 후배 녀석이 나보다 먼저 습득한 것이다. "형 빨리 좀 와봐~ 왜 그렇게 느려 터졌어?" 5단 변신까지 한 내가 아직 4단인 후배 녀석을 쫓아가기 위해 발발발 뛰어다녀야 하는 그 비참한 현실은 나로 하여금 그 날로 천상비를 접게 만들었었다(실은 돈도 없었다 T.T). 그런데 그 잔인한 후배가 내게 다시 천상비를 하자고 하는 것이다. 후배: "공성전 테스트를 거기서 하고 있거든. 나중에 게임서버에 적용되면 울 방파가 제일 먼저 성 먹으려고. 그러려면 테스트서버에서 연습을 해 놓아야지" 공성전!!! L게임에서의 공성전을 필두로 하여 내가 경험한 숱한 게임들의 공성전들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쳐갔다. 그러나 사실 내가 가장 기대를 했던 공성전은 천상비의 공성전이었다(체험해 볼 수 없었고 지원되지도 않기 때문에 가장 기대되었는지도 모른다 -.-). 처음 천상비에 캐릭터를 만들고 상태창 인터페이스에 적혀져 있던 ‘개발도’. 거기에는 성벽, 성문, 대장간, 공작소, 아서원, 창고, 접견실, 천금비동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차후에 방파성을 갖게 되고, 그 성을 개발하면 성의 방어력도 올라가고 아이템도 만들 수 있다는 얘기. 마치 MMORPG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을 합친 듯한 느낌에, 과연 그것이 얼마나 그럴 듯하게 이루어질지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그 천상비의 공성전이 이제야 테스트서버에서 실제로 시작되는 것이었다. 공성전이 지원된다는 말 한마디에 그동안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천상비의 강호로 다시 뛰어들게 되었다. 물론 공성전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테스트 서버로 이동할 수 밖에 없었고 초반의 레벨업 노가다를 다시 할 생각을 하니 앞이 막막해졌지만 이미 든든한 지원자를 뒤에 업었으니 두려움은 없었다. |
천상비의 로딩화면을 지나, 캐릭터를 선택해야 할 시간을 맞았다. 성격은 당연히 나에게 어울리는 사파,
직업은 여자 도(刀)(왜 남자가 여자 캐릭터를 선택하느냐고 묻지 마라. 온라인 게임을 많이 해 본 사람이라면 여자 캐릭터를 선택함으로써
초반 플레이에 얼마나 주위의 많은 도움을 받게 되는지를 이해할 것일지니... 아! 그리고 캐릭터 명 또한 묻지 마라. 이유는 서문에
나온 바와 같다).
그리고 천상비 무림에 출도! 낯익은 왕대협 할아버지가 화면에 보이는 순간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파천도장으로 발길을 옮겼다(파천도장이란 처음 천상비 무림에 온 초보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으로써 힘이 55까지 목인형을 상대로 쉽게 수련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목인형을 향해 멋진 모습으로 공격해 들어가려던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인 일인지, 목인형이 공격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곧장 내 후배 녀석에게 전음을 날렸다. 나: '야 이거 버그야' 후배 : 버그? 무슨 버근데? 나: 목인형 공격이 안돼 후배: 이런... 바부팅이 나: 어쭈? 이제는 맞먹으려고 드는구나? 후배: 홈페이지도 안 들어가봤지? 나: ? 후배: 공성전 테스트하기 위해서, 캐릭터 초기치가 바뀌어 있어. 잘 봐~ 지금 모습도 1단 아니지? 헉 그런 일이! 그러고 보니 나의 모습이 푸르딩딩하고 허접한 1단 여자 도 모습이 아니라, 단무지색 도를 든 비껴든 4단의 모습이 아닌가? 나는 급히 각종 창들을 열어 확인을 해 보았다. 명성 700, 힘 500, 맷집 500, 민첩 500, 숙련도600, 내공 1000. 오옷~ 각오했었던 초반 노가다를 생략해도 된다는 말인가(가만.. 그럼 괜히 여자 캐릭터를 고른 거 아냐? -.-;;). 게다가 소지금 100만 은전에 초급무공이긴 하지만 혈천공 5성. 이 정도의 능력이라면 게임서버에서도 그리 쉽게 키울 수는 없는 수준인 것이다.
나: 옳지 이 정도라면 해볼만 하군. 자 빨리 방파에 가입시켜 줘 후배: 어 지금 가고 있어. 가입한 후, 빨리 캐릭이나 키워 봐. 여기서는 형 능력치 정도가 최하라는 거 잘 알지? 나: 그래 알겠으니, 빨리 와서 무기랑 장비 맞춰줘 후배: 나중에 술이나 한잔 쏴줄 거면 주지 이런 치사한 자식... 들어오라고 꼬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나보고 쏘라는 것인가? 그렇지만 지난 번 선거를 통해 공약(空約)의 남발이 얼마나 편한 것인지를 다시금 깨우친 내게, 그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 '짜식 술보다 좋은 게 얼마나 많은 세상인데~ 너 수연이가 모델 학원 다니는 거 알지? 거기는 퀸카가 90%래. 혹시 안목 좀 높여 보고 싶지 않냐?(차인지 반년이 되어가는 옛사랑의 이름은 이렇게도 쓸모 있을 때가 있다 ㅠ_ㅠ). 아무튼 그리하여 후배 놈의 방파에 가입하고 적당한 무기(+9 벽옥도)와 방어구를 갖추게 되었다. 드디어 천상비 무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모든 채비를 마치게 된 것이다. |
제반 준비를 마친 나는, 이제부터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빨리 크는 것일 지를 판단해 보았다.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물론 빠른 이동이다. 나는 곧장 초상비를 배우기 위하여 천존마제가 있는 화산으로 발길을 옮겼다(천상비에서는 화산의
천존마제 퀘스트를 통해 보법 초상비를 깨우치게 된다. 초상비를 쓰면 풀 위를 날아다니는 것과 같이 아무리 봐도 그냥 뛰는 정도일
뿐인데 날렵한 움직임이 가능해진다).
화산의 마교제일존 성역에 도착한 나는, 천존마제가 있는 천존비동을 찾아서 헤매기 시작하였다. 그만큼 길이 복잡한가? 그렇지 않다. 그렇게 머나먼 위치에 있는가? 절대로 아니다. 그렇다면 그토록 강한 적들이 방해를 하는가? 그렇지도 않다. 정답은 하나. '랜덤'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천상비를 하는 사람들은 이 '랜덤'이란 말만 들어도 몸서리를 치곤 한다). 같은 길 뺑뺑이 돌기를 대여섯 차례. 심신은 피로해지고 방광은 부풀어오기 시작했다. '초상비를 배운 후 물을 빼리라' 굳게 다짐을 하고 복잡한 마교제일존 성역 동굴 내부를 이동하는데 문득 딴 캐릭터도 나와 같이 뺑뺑이를 돌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역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은 즐거운 일~ '저 녀석보다는 먼저 배우고 말리라' 라는 새로운 목표는 반복적인 일상에 활력을 심어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남자 조(爪)무기... 저 녀석도 새로 만들어진 캐릭인가 본데, 어쭈 방파마크도 달았군? 푸후훗 캐릭터 이름이 =옥동자= ?? 텔레비전 꽤나 본 꼬마 녀석인가 보군... '부디~ 부디~ 이번에는 들어갈 수 있기를' 이란 주문과 '제발~ 제발~ 저 녀석이 못 들어가기를' 이란 주문을 번갈아 가며 즐기기를 10여 분, 점점 다리는 꼬이고 호흡은 가빠지며 눈은 충혈되어 오기 시작하였다. '더.. 더 이상은 못 참아~' 라고 자리를 박차기 직전, 갑자기 나의 캐릭터는 작은 밀실로 이동이 되었다. 드디어! 천존마제가 있는 밀실 랜덤 통과에 성공한 것이다! 갑자기 밀려오는 안도감... 그 곳에서는 PK도 이루어지지 않으며, 선공해 들어오는 몹도 없으니 죽을 이유가 없다. 서버다운이 있다 하더라도, 다시 접속하면 곧장 그 지역에서 시작이 되니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화장실에 다녀오고 나서 퀘스트를 진행해도 무방하다는 의미~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초상비를 시전한 것과 같은 몸놀림으로 화장실을 향해 날아갔다.
"휴우~ 우웃???" 몸을 한 차례 부르르 떨어준 후 느릿느릿 방 안으로 걸어 들어오던 나는, 모니터를 보며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갑자기 방 안에 울려퍼지는 "아~악" 하는 비명과 함께 천천히 장의사로 이동되는 나의 분신... "이... 이럴 수가?" 그리고 대화창에는 다음과 같은 글들이 남아 있었다. =옥동자=: 야 =옥동자=: 어 대답이 없네 =옥동자=: 야 =옥동자=: 어라 지금 방파전 중이네. 이 자식 공격이 되네? =옥동자=: 얼굴도 못생긴 것들이.. 캬캬 그랬다. 나도 모르는 사이 후배 놈은 딴 방파와 필드 방파전을 시작했고 이 빌어먹을 =옥동자= 놈은 하필 상대 방파원이었던 것이다. 필드 방파전일 시에는 성 내부건 어디건 서로 PK가 가능하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점이 나의 불찰. 아니 설령 알았다 한들 바로 그 사이에 후배 놈이 방파전을 시작할 줄 그리고 하필 =옥동자= 놈이 상대 방파원이 될 줄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가. 나는 이를 갈며 다시 화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까와 같은 뺑뺑이 돌기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우이씨 =옥동자= 이 녀석, 두고 보자~’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짐작조차 못하고 있었다. 캐릭터를 처음 만들 때 초상비가 이미 모든 캐릭터에 기본적으로 들어 있었음을...
그리고 =옥동자= 녀석도 그걸 알지 못한 바보였음을... 또한 짐작조차 하지 못한 일이 또 있었다. 그 =옥동자= 녀석이 나의
앙숙이 되어 끝까지 나의 무림행보를 방해하게 될 줄. 그리고 그 =옥동자= 녀석이 속한 방파와 내 방파가 훗날 공성전에서 맞부딪쳐
처절한 살육전을 벌이게 될 줄을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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