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로 RPG를 즐긴 사람 중에 ‘이스’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본 팔콤(이하 팔콤)에서 제작한 액션 RPG ‘이스’는 ‘아돌 크리스틴’의 모험기를 소재로 다룬 게임이다. 1987년 처음 등장한 ‘이스’는 ‘몸통박치기’로 표현되는 특유의 액션과 화려한 그래픽, 뛰어난 음악과 시나리오를 토대로 커다란 인기를 얻었다. ‘이스’는 이후 23년이 지난 지금까지 총 7편(‘이스 오리진’을 포함하면 8편)이 개발되었으며 수많은 기종에 이식 및 리메이크되어 지금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이스’ 팬들 사이에서도 완전히 외면받은 작품이 있다. 팔콤이 시리즈 최초로 콘솔 플랫폼으로 직접 개발한 ‘이스5: 사라진 모래의 도시 케핀(이하 이스5)’이다. 과연 무엇 때문에 ‘이스5’는 게임의 소재인 ‘케핀’처럼 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 버렸을까?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 게임화된 아돌의 네 번째 모험기, '모래의 도시 케핀'
새로운 대륙으로 무대를 옮긴 신생 ‘이스’의 시작
[배경 스토리]
‘펠가나’ 지방에서 마왕 갈바란을 퇴치한 붉은 머리 모험가 아돌 크리스틴은 고향을 재건하고자 남은 동료 ‘도기’와 헤어져 홀로 여행을 시작했다. 1년에 걸친 여행 끝에 ‘아프로카’ 대륙 ‘산드리아’ 마을에 도착한 아돌. 유명 모험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아돌에게 교역상인 도만은 ‘환상의 도시 케핀’ 탐색을 의뢰한다. 산드리아 지방에서 급격히 벌어지고 있는 사막화 현상을 막기 위해 ‘케핀’의 연금술이 필요하다는 도만의 이야기를 듣고 의뢰를 받아들인 아돌은 다시 한 번 모험을 시작했다. |
‘이스5’는 기존 ‘에레시아’ 대륙이 아닌 새로운 대륙 ‘아프로카’의 ‘산드리아’를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이스5’에서 등장하는 ‘연금술’은 기존 시리즈에서 중요시 했던 ‘유익인’의 유산이자 마법의 금속 ‘크레리아’, ‘에메라스’와 관계가 없는 기술이다. 팔콤은 ‘이스5’가 새로운 대륙에서 펼쳐지는 아돌의 모험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아프로카’ 대륙의 고유 기술로 ‘연금술’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 새로운 대륙 '아프로카'에서의 첫 모험이다
▲ 이스5에 등장하는 인물들
한편 ‘이스5’에서 ‘연금술’과 함께 ‘이스5’에서 처음 개념이 정립된 ‘호문크루스’는 이후 ‘이스6’과 ‘이스7’에서 등장한 ‘갓슈’의 세 요정(유에, 키사, 세라)으로 등장한다.
▲ 호문크루스 중 하나인 유에
기존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시스템
‘이스’를 대표하는 공격 시스템은 앞서 언급했듯이 바로 ‘몸통박치기’ 다. ‘이스’ 전에 발매된 ‘드래곤 슬레이어’와 ‘바람의 전설 제나두’에서 볼 수 있었던 ‘몸통박치기’는 ‘이스’의 성공에 힘입어 ‘이스’를 대표하는 시스템이 되었다. 특별한 공격 버튼이 필요 없이 적에게 접근하면 자동으로 공격을 하는 ‘몸통박치기’는 간단한 조작으로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즐길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은 게이머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이 때문에 시리즈 최초로 ‘몸통박치기’가 아닌, ‘칼 휘두르기’와 ‘점프’ 액션을 넣은 ‘이스3: 이스로부터 온 방문자들’은 많은 비판과 팬들로부터 외면을 받았고 그 결과 팔콤이 개발하지 않은 ‘이스4’는 ‘몸통박치기’ 시스템으로 회귀했다.
▲ 부딪히는 각도에 따라 대미지 여부가 결정되는 몸통박치기
그러나 팔콤은 ‘이스5’에서 ‘몸통박치기’가 아닌 다른 시스템을 준비했다. 시나리오 상 추가된 ‘연금술’을 이용한 18가지 ‘연금마법’을 추가했고, 경험치 테이블을 ‘통상 경험치’와 ‘마법 경험치’를 분리했다. 그리고 ‘이스3’에서 볼 수 있었던 ‘칼 휘두르기’와 ‘점프’ 및 ‘지형의 높낮이’를 맵에 적용했다. 그리고 게임에 등장하는 검은 단순히 공격력만 다른 것이 아니라 각각 공격 방식 및 범위가 다르게 설정되었으며, 시리즈 최초로 ‘방패’를 이용한 ‘가드’ 기능이 추가됐다. 아이템은 최대 99개까지 소지할 수 있고, 보스전 중간에도 소비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다.
▲ 처음 도입된 '가드'. 모든 공격은 아니지만 보스의 공격도 막아낼 수 있다
자금은 몬스터를 사냥하여 나온 부산물을 환금하여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여러 마을과 상점이 등장하고 각 마을마다 물가 및 환금 시세를 다르게 적용하는 등 일직선상 구조로 이루어져 지나간 마을은 잊혀지는 기존 일본 RPG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아돌의 모습을 유저가 직접 8가지로 커스터마이징 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 8가지 색으로 아돌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
팔콤은 다양한 시스템을 추가함으로써 기존 ‘이스’ 팬을 만족시키고 새로운 ‘이스’팬을 끌어들이고자 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말았다.
시도는 신선했지만 아무 쓸모가 없었다
팔콤의 시도는 신선했다.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더욱 화려한 액션을 표현하고 전투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새로운 무대에서 펼쳐지는 아돌의 모험 시나리오 역시 크게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러나 새로운 시스템 대부분이 게임 플레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점프’와 ‘점프 공격’을 추가했지만 적의 공격을 ‘점프’로 피하지 못하고 ‘점프 공격’이 적에게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등 문제점이 드러났다. 또한 ‘이스5’에서 ‘통상 경험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검으로 적을 잡아야 하고 ‘마법 경험치’를 올리기 위해서는 ‘연금마법’으로 적을 잡아야 한다. 즉, 두 가지 경험치 테이블을 올리기 위해서는 두 배로 노가다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연금마법’은 캐스팅하는 동안 적들이 계속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거의 쓸모가 없었다.
▲ 경험치 테이블이 나뉜 건 오히려 악재로 돌아왔다
▲ 마법 쓰는 동안 적은 마법 범위에서 빠져나가기 일쑤다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이스5’가 너무 쉽다는 것이다. 몬스터의 AI가 단순하고 공격력이 약해서 레벨 노가다를 하지 않아도 게임 자체가 너무 쉽기 때문에 그나마 복잡한 마지막 ‘케핀’ 지역의 맵 정보만 갖고 있으면 8시간 안에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다. 게다가 ‘연금마법’을 사용할 때 캐스팅 시간 동안 아돌은 ‘무적상태’가 되고 보스전 도중에도 소모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죽을 일이 거의 없다. 이처럼 너무 난이도가 낮았기 때문에 야심차게 들어간 ‘가드’는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으며, 단순히 보스 앞에서 계속 칼질만 하면 어느 새 엔딩이 화면에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그냥 보스 앞으로 가서 계속 칼질만 하면 된다. 체력이 없으면 바로 포션 쓰면 되고..
이후 버그를 수정하고 난이도를 높였으며 타임어택 및 숨겨진 던전 등이 추가된 ‘이스5 EXPERT’가 발매되었지만 몬스터의 체력 및 공격력이 올라갔을 뿐 단순한 AI는 그대로였기 때문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 결과 ‘이스5’는 기존 팬의 외면을 받았고, 지금까지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팬들은 ‘이스: 펠가나의 맹세’로 리메이크된 ‘이스3’처럼 ‘이스4’와 ‘이스5’를 팔콤이 직접 리메이크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스5’에서 난이도 조정 실패를 맛본 팔콤은 1997년, ‘이스’의 10주년을 기념하여 발매한 ‘이스 이터널’에서 극강의 난이도를 보여주어 많은 게이머에게 ‘다르크 팩트’의 악몽을 선사했다. 참고로 지난 해 발매된 '이스 1&2 크로니클즈'의 난이도와 '이스 이터널'의 난이도를 비교하면 '이스 1&2 크로니클즈'의 최고 난이도인 나이트메어 난이도와 '이스 이터널'의 난이도가 같다.
▲ 후우.. 얘만 생각하면 뒷골이...
21세기 이스의 주춧돌을 쌓은 작품
그러나 ‘이스5’를 단순히 ‘망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성급한 감이 없잖아 있다. 왜냐하면 ‘이스5’는 이후 발매된 ‘이스’ 시리즈 전투 시스템의 기초를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점프 액션’은 ‘이스6’과 ‘이스: 펠가나의 맹세’, ‘이스 오리진’의 주요 전투 액션으로 자리잡았고, 무기에 따른 아돌의 액션 변화는 ‘이스6’, ‘이스7’에 영향을 미쳤다. 적의 공격을 막는 ‘가드’ 시스템과 몬스터를 사냥한 부산물로 돈을 버는 시스템은 ‘이스7’의 ‘플래시 가드’와 ‘채집’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부활 아이템’이 아닌 ‘소비 아이템’을 보스 전에서 사용하는 시스템 역시 ‘이스5’에서 정립된 시스템이다.
▲ 점프 액션은 '이스 오리진'까지 주요 전투 액션으로 자리 잡았다
‘이스5’는 다양한 시스템의 기초를 다진 게임이기도 하지만, 아프로카 대륙에서 펼쳐진 아돌의 첫 모험이라는 의의가 있다. 또한 ‘이스5’는 ‘이스3’(혹은 이스: 펠가나의 맹세)와 ‘이스6’의 이야기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맡고 있다. 아직 즐겨보지 못한 ‘이스’ 시리즈의 팬이라면 사막 지방에서 펼쳐진 아돌의 모험을 한 번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이스5의 여러 가지 팁]
1. 각 지역별로 아이템 가격과 환금비가 다르다. 특히 2번째로 강한 무기 ‘샴시르’는 2번째 마을인 포레스타 마을에서 36,000골드에 싸게 팔고 있으니(다른 곳에서 구입하려면 40,000골드가 필요하고 게임 상 거의 끝에서 갈 수 있는 펠테 황야와 케핀에서만 구할 수 있다) 노가다 해서 빨리 구입하면 게임을 더 쉽게 즐길 수 있다. 2. 각 지역에는 연금석의 재료가 되는 ‘엘레멘탈’이 숨어있다. 공략집이 없다면 각 지역을 샅샅이 뒤져보도록 하자. ▲ 엘레멘탈이 각지에 숨어 있다 3. 기본적으로 아돌의 커스터마이징은 옷과 갑옷색만 할 수 있지만 ‘펠테 마을’에서 숨겨진 NPC와 만나면 머리 색깔을 변경할 수 있다. ▲ 이 위치에서 a버튼을 누르면 만날 수 있다. 만나고 나면... ▲ 파란 머리의 아돌도 만들 수 있다 4. ‘케핀’에 돌입한 이후 남쪽 탑에서는 장착시 마법을 사용해도 MP가 소모되지 않는 ‘MPへらず’와 ‘화염의 엘레멘탈’ 중 하나만 얻을 수 있다. 입구 쪽에서 ‘화염의 엘레멘탈’을 얻으면 ‘MPへらず’는 얻을 수 없으니 주의하자. ▲ 남쪽 탑에 들어가자마자 얻을 수 있는 화염의 엘레멘탈이지만... ▲ MPへらず가 훨씬 좋다. 절대 놓치지 말도록! 5. 연금마법은 기본적으로 검에 연금석을 장착하여 사용한다. 그러므로 검을 바꿨을 경우 해당 연금석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럴 때엔 커스터마이징 화면에서 첫 번째 기능인 ‘무기를 바꿨을 때 연금석의 위치’를 빼다(はずす)에 설정해 놓으면 된다. ▲ 빨간 부분이 바로 연금석 관련 기능이다 |
▲ 이스5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
- 플랫폼
- 비디오
- 장르
- 액션 RPG
- 제작사
- 니혼 팔콤
- 게임소개
- '이스 5: 사라진 모래의 도시 케핀'은 팔콤이 콘솔 플랫폼으로 직접 개발한 최초의 '이스' 시리즈다. 아프로카 대륙으로 무대를 옮긴 '이스 5'는 가드, 고저차, 연금술을 이용한 마법, 몬스터 부산물을 이용한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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