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그 이후...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놈이 온다
스토커: 오블리비언 로스트(S.T.A.L.K.E.R: Oblivion Lost)
지난 E3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가장 많이 끈 타이틀은 하프-라이프 2였다. 향상된 그래픽과 물리엔진, 영화를 방불케하는 완벽한 연출과 스토리 라인으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은 하프-라이프 2는 이번 E3의 베스트게임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E3전시회를 샅샅이 뒤진 기자의 예리한 눈에는 하프-라이프 2 이외에도 몇 가지 숨은 보석 같은 게임이 포착되었는데 그 중에 가장 주목할만한 게임은 우크라이나의 개발사 GSC게임월드가 내놓은 ‘스토커: 오블리비언 로스트(이하 스토커)’였다.
체르노빌 그 이후...
스토커는 1986년 핵원전 폭발이라는 대참사를 낳은 체르노빌을 무대에서 ‘같은 사고가 다시 한번 일어난다면?’ 이라는 가정 하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토대로 제작되는 게임이다.
- 어느 날 체르노빌 지역에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밝은 섬광이 터졌다. 희미한 구름은 은색으로 변한 하늘 속으로 사라지고 엄청난 진동이 지축을 울렸다. 사람들은 눈과 귀에서 피를 흘리며 땅위로 쓰러졌고 작열하는 빛은 광대한 영역으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황급히 그 지역을 떠났고 군대는 원전 폭발 사고라며 30 평방 킬로미터에 달하는 그 지역을 봉인하고 일체의 출입을 금지했다. -
▶ 스토커는 체르노빌 원전에서 벌어지는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게임이다 |
▶ FPS 형식을 취하지만 롤플레잉과 호러어드벤처의 느낌을 받게 된다 |
폭발의 진원지는 체르노빌 원전에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분명한 것은 그곳에서 어떤 단체에 의해 모종의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것이 재앙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실험을 하고 있던 직원들은 폭발 후 몇초 안에 사망한 것으로 보이지만 기적적으로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들을 확인할 수 없었다. 사고 후 몇개월이 지나자 ‘그 지역’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보기에도 끔찍한 돌연변이들이 출몰한다는 보고가 잇따랐고 첫번째로 그 지역에 들어갈 수 있었던 사람들은 아마추어 과학자들과 도굴꾼들이었다. 그 지역에 관한 호기심을 가진 여러 단체들이 그 지역에 들어가서 무엇인가를 얻어가지고 나오려는 시도가 잇따랐다. 금지된 지역에서 유물과 값어치 있는 물건들을 건져내서 지하세계의 상인들과 과학자들에게 파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스토커’라고 불리웠다. GSC 게임 월드의 스토커는 바로 이 스토커들을 소재로 개발되고 있는 1인칭 액션-롤플레잉-호러 어드벤처게임이다.
현실감에서 이것을 능가하는 엔진은 없다. X-RAY엔진
E3에서 GSC 게임월드가 공개한 스토커를 본 많은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스토커의 환상적인 그래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단순히 색감과 광원 효과만이 화려한 것이 아니고 마치 실제로 실내와 야외를 넘나들며 액션을 펼치는 듯한 사실같은 그래픽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E3가 시작되기 전에 열린 GDC(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X-RAY 엔진은 최고의 엔진이라는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스토커는 한 프레임당 100만 폴리곤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고 다이내믹 쉐도우 앤 라이팅을 지원해 주변 사물의 영향에 따라 캐릭터의 명암과 그림자가 변하게 된다. 물리 엔진도 마찬가지. 엄폐물로 삼았던 자동차가 폭발하게 되면 그 폭발의 여파로 게이머는 멀리 날아가게 되며 폭발의 세기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날아가는 거리가 다르게 된다. 마찬가지로 게이머도 주변 사물을 이용해 적들을 공격할 수도 있게 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좀더 현실감 있는 동작을 위해서 거의 모든 캐릭터와 NPC들의 동작을 모션 캡처 기법을 이용해 제작해 움직임이 아주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 엄청난 넓이의 맵크기를 자랑하지만 단 한번의 로딩만이 필요할 것이라고 |
▶ 낮과 밤의 연출뿐만 아니라 기후의 변화까지 모두 표현하게 된다 |
X-RAY엔진의 강력함은 실내나 야외 어디에서도 만끽할 수가 있다. 폐허로 변한 건물로 들어가면 녹아내린 벽지의 모습을 아주 실감나게 볼 수 있으며 야외로 나가면 잔디와 초원들의 모습도 사진을 찍어놓은 듯 선명하게 보인다. X-RAY엔진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이번 E3 엔비디아 부스에서 3일 내내 스토커의 플레이 동영상을 줄기차게 시연했던 데서도 알 수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카드 칩셋의 성능을 보여주기에는 X-RAY엔진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CG를 방불케하는 엄청난 그래픽 때문에 자칫 시스템 업그레이드에 PS2와 X박스 두대를 살 수 있는 돈을 날려버리지나 않을까 우려했지만 GSC 게임 월드는 평균적인 시스템에서 초당 100만 폴리곤을 60 프레임으로 구현할 수 있고 단 한번의 로딩으로 거대한 맵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해 시스템 사양에 대한 우려는 접어도 될 것 같다.
30 평방 Km가 넘는 광활한 지역
기자는 E3에서 GSC의 개발자가 게임중에 카메라를 조작해 하늘 높은 곳에서 밑으로 내려다보는 장면을 볼 수 있었는데 건물과 주변 숲으로 아주 밀도있게 들어찬 화면을 볼 수 있었다. 게임 캐릭터들의 키를 1.8m로 잡았을 때 전체 맵의 크기는 약 30 평방 Km가 된다고 한다. 말이 30 Km지 게임상에서 걸어가려면 몇시간은 걸어서 가야하는 광활한 면적이다(개발자는 이 광대한 면적을 딱 한번의 로딩으로 돌아다닐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광활한 면적을 일일이 걸어서 돌아다녀야만 할까? 아니다. 물론 걸어서나 뛰어서 돌아다니는 것도 가능하지만 게임상에서는 다양한 탈것이 등장해서 느리게 걸어다니는 수고를 덜어주고 있다. 게임상에서 등장하는 탈것에는 평범한 승용차에서 장갑차를 거쳐 헬리콥터까지 가능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헤일로나 배틀필드처럼 다양한 전투기나 전투차량을 가지고 전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제작자에 따르면 차량을 타고 전투를 벌이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별로 어렵지 않지만 차량은 어디까지나 이동수단일 뿐이고 스토커는 미지의 지역에서 수수께끼를 푸는 게임이라 차량을 타고 전투를 하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한다. 다만 차 속에서 유리창을 통해서 전후좌우 시야를 살피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차량을 운전하는 맛은 확실하게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 30 평방 Km나 되는 넓이이기 때문에 이동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
▶ 차가 없으면 이렇게 하염없이 걸어야만 할지도 |
게임상에서는 낮과 밤이 뚜렷하게 구별된다. 이건 기자의 예상이지만 엔진의 특성상 밤이 되면 ‘확실한’ 어둠이 보장될 것이고 작전을 수행하기가 더욱 어려워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그에 따른 공포의 정도도 훨씬 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 게임 중간에 날씨도 변화하게 된다. 비, 바람, 안개 등이 지원되기 때문에 칠흑같이 비오는 날 밤에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를 들으면서 돌연변이들을 사냥하는 맛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래픽만 좋은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스토리와 연출
요즘 나오는 가수들을 보면 의상과 안무는 화려한데 정작 노래를 못하는 가수도 많고, 컴퓨터 그래픽 효과는 대단한데 스토리는 형편없는 영화도 많다. 그렇다면 이것들과 마찬가지로 스토커가 겉모습만 화려하고 정작 게임의 재미는 형편없는 일부 FPS의 전철을 밟게 되지는 않을까? 게임을 제작하고 있는 GSC 게임 월드도 자칫 겉만 화려한 액션 게임이 되지 않도록 게임의 자그마한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손을 보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먼저 인공지능에 관한 것이다. 스토커는 지금까지의 정해진 로직에 따라서 움직이는 단순한 인공지능을 탈피해 캐릭터 하나하나마다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인공지능을 구현하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 캐릭터들이 상황에 따라 슬픔과 기쁨을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게임 상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멍청한 짓을 반복하는 대원들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서 총탄이 비오듯 쏟아지는 곳에 나홀로 진격을 한다거나 엄호도 없는 지역을 혼자 탐색하거나 한다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한다. 게이머가 재미로 동료 대원들을 공격한다면 대원들은 즉시 몸을 숨겨서 본부와 무선을 통해 게이머를 공격하는 모션을 취하게 된다.
▶ 그래픽만 세밀해서는 반쪽짜리 게임밖에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과 연출 |
▶ 다른 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은 원만한 게임진행에 필수요소 |
두번째는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것이다. 보통 게임상에 등장하는 NPC들은 간단하게 게이머가 묻는 질문에 미리 정해진 대답을 해주고 자신의 임무를 다하게 되지만 스토커에 등장하는 NPC들은 그리 만만한 편이 아니다. 게이머가 너무 멀리서 NPC들에게 말을 걸게 되면 “뭐라고? 그렇게 멀리 떨어져서 뭐라고 궁시렁 대는 거야?” 라고 반문을 하기도 하고 공손한 태도로 말을 걸지 않으면 답변을 안하거나 게이머를 무시하기도 한다. 때론 위협적인 행동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렇다고 게임에 등장하는 NPC 대원들을 깡그리 무시한 채 진행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게임을 진행하면서 중요한 정보를 NPC 들과의 통신을 통해서 접하게 되고 물품 거래 정보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상에서의 거래는 흡사 RPG게임과 마찬가지로 거래상들은 물론 대원들끼리도, 혹은 게임에서 만나는 다른 스토커들이나 과학자들과도 가능하다고 한다. 상인만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과 거래를 할 수 있다고 보면 되겠다.
스토커의 주된 스토리는 단선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복선적인 구조로 가고 있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엔딩이 준비되어 있다. 개발자는 최소한 8개 이상의 다양한 엔딩이 준비되고 있다고 한다. 게임상에서 게이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인과작용을 일으켜 나중에는 엔딩을 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FPS 게임인만큼 멀티플레이는 필수다. 지금 현재는 32명까지 동시에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캡처 더 플랙이나 데스매치 등의 다양한 멀티플레이 모드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스토커는 THQ가 E3가 시작하기 직전 전세계 배급권을 따냈고 우리나라에는 THQ 코리아와 지오 인터랙티브가 유통을 담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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