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편의 굴욕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인가
15년이란 강산이
두 번 바뀌는 긴 세월 동안 사랑 받는 게임은 흔하지 않다. 여기 그런 게임이 하나
있으니, 시뮬레이션이란 장르를 우리나라에 대중화시키는데 한 획을 그은 ‘삼국지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2년 전 출시된 10편은 졸작이란 오명을 쓰고 삼국지의
수명이 다했음을 알리는 듯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출시되는 11편은 어떨까? 9회 말
만루까지 몰린 이 상황을 타개할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이번 시간엔 한글판으로
27일 출시되는 삼국지 11편을 미리 살펴보도록 하자.
10편 저리가! 난 9편의 후손이다!
이번 삼국지 11편은
‘이게 과연 삼국지인가?’라는 혹평을 받은 10편과 달리 ‘삼국지스러운’새로운
시도가 곳곳에 보인다는 점에서 9편과 비슷하다. 새로운 시스템이 다 수 등장했던
9편의 경우 발매 초기엔 좋은 평을 받지 못했지만, 시간이 흘러 패치가 이루어 지면서
좋은 평이 주를 이뤘다. 11편의 경우 우선 2D를 고집하던 기존 시리즈와 달리 3D로
바뀌었다는 점, 전투와 연관된 동적인 부분을 강조했다는 점, 그리고 다시 군주 시스템으로
회귀했다는 점 등에서 9편에서처럼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 삼국지가 2D에서 3D로 옷을 갈아입었다. |
정적인 게임에서 동적인 게임으로
9편의 경우 전략적인
부분이 주를 이뤘다. 내정, 물밑 공작 등 전투 이전에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플레이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 RPG 요소가 다소 컸다는 점은 현재까지도 매니아들
사이에선 ‘명작이다! 아니다!’를 놓고 논란을 일으키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삼국지 11은 어떨까? 삼국지 11은 내정의 정적인 부분을 줄이고 전투의 동적인 부분을 부각시켰다.
▲ 도시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방어하기 쉽도록 내정 건물들을 모아서 건설했다. |
우선 내정 부분을 살펴보자. 기존 시리즈와 달리 내정에도 플레이어의 손길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담당자를 정해 놓고 ‘이만큼 올려’라고 명령하면 끝이 아니다. 도시 근처엔 몇몇 군락이 존재하는데, 이 군락에 어떤 내정 시설을 건설하는가에 따라 도시의 특징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게이머가 ‘이 도시는 기마병이 유명한 도시로 만들어 보겠다’라고 결정했다. 이 경우 마구간과 공방, 대장간을 집중적으로 건설해 발전시키면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된다. 즉, 게이머의 입맛에 맞추어 도시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 전투에서의 특수 효과도 3D답게 기존 시리즈와는 사뭇 다르다. |
또 각종 내정 건물의 건설 위치를 게이머가 직접 할당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내정보다는 전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왜냐하면 군락에 새워진 내정건물은 전투 맵에 그대로 표시되며 파괴가능하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적군이 게이머의 도시를 공격해 들어왔다. 게이머는 일단 성에서 적과 싸우는 전략을 새웠는데 게이머의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군락에 마구간이 위치해있다. 적군이 그 마구간을 공격하기 위해 마구간으로 접근 중이다. 이 경우 게이머는 마구간을 지키기 위해 성에서 뛰쳐나가 싸울 것인지 마구간을 포기하고 기존 전략을 고수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마구간이 파괴될 경우 다시 건설해야 하므로 그만큼 내정은 타격을 받는다. 게이머는 내정과 병사 중 어떤 것을 우선시 할지 직접 결정해야 한다. |
이렇듯 내정 건물을 어느 위치에 건설하는가에 따라 혹은 전투가 어디서 진행되는가에 따라 내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성에서 지키다가 내정 건물을 모두 파괴당했다! 전투가 내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저걸 언제 다시 다 짓나.... |
이번엔 전투 부분을 살펴보자. 기존 작품들과 비교해봤을 때, 11편의 가장 큰 특징은 각종 방어 건물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어 건물에는 석병팔진, 궁노, 군악대, 진, 방벽 등이 존재한다. 이 건물들은 적군이 공격해왔을 때, 진격을 지연시키거나 혼란에 빠지게 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 방어 건물의 위치 역시 주위 지형을 활용해 게이머가 직접 건설 위치를 지정해줄 수 있다. 내정과 마찬가지로 ‘이 도시는 완벽한 방어도시로 만들겠다’고 생각했다면 각종 방어 건물을 건설해 철벽 요새로 만들 수도 있다.
▲ 다양한 방어 건물들. 지형을 이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
위의 내정과 전투 시스템을 볼 때, 이번 11편은 기존 삼국지 시리즈처럼 단순한 전략이나 RPG식 게임 진행보다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에 가까운 전투, 전략 위주의 게임진행이 예상된다. 비교적 전쟁이 없는 도시는 농업, 상업 등 내정에 관련된 도시로 육성하고 전쟁이 잦은 국경지역은 요새도시로 만들어 보다 실질적인 전략을 게이머가 직접 세울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기존 작품들이 내정 혹은 전투 한쪽으로 치우친 면이 있던 것과 달리 두 시스템이 비슷한 크기의 톱니 바퀴로 맞물려 있다는 것을 뜻한다. 서로간에 간접적, 직접적 영향을 받게함으로써 게이머가 직접 움직이는 동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다.
▲ 기본적인 전투 방식은 기존 시리즈와 비슷하다. |
‘진 삼국무쌍’이야 ‘삼국지’야?
삼국지 시리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일기토’와 ‘설전’이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해진
일기토다. 쌩뚱맞게 말 탄 무장 두 명이 창만 움직이던 기존 시리즈와는 달리 박진감
넘치는 그래픽을 보여준다. 다양한 움직임과 기술, 그래픽 효과, 카메라 클로즈 업은
마치 액션 게임인 ‘진 삼국무쌍’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것은 ‘복수 무장들의 일기토’라는 시스템이 등장했다는 것. 이것은 위기에 몰린
무장을 형제나 의형제가 나서 도와주는 것으로 소설 삼국지에서 ‘여포 VS 장비,
관우, 유비’가 격전을 벌인 ‘호로관 전투’를 연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 화려한 일기토는 진 삼국무쌍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복수 무장의 일기토는 기존 삼국지 시리즈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스템이다. |
무장들에게 무기를 휘두르는 일기토가 있다면 지장들에겐 설전이 있다. 상대방 말의 허점을 찔러 공격하는 설전은 일기토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분노 게이지’. 이 분노 게이지는 설전에서 패하게 되면 축척되는데, 게이지가 꽉 차게 되면 말 그대로 뚜껑 열린 상태인 ‘격분상태’에 돌입하게 된다. 이 상태에선 특수한 공격을 펼칠 수 있게 되어 수세에 몰렸더라도 한방역전을 노릴 수 있다. 단지 싸움이 말로만 이루어 진다는 것이지 KOF(킹 오브 파이터즈)의 분노 게이지 시스템과 같다고 보면 된다.
▲ 전체적으로 기존 시리즈의 설전과 같지만 아래 그림처럼 '분노 게이지'가 꽉 차면(뚜껑 열리면) 특수 기술을 쓸 수 있게 된다. |
과연 3, 5, 9편이 잠들어 있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을까?
11편은
단순히 시스템 부분을 놓고 봤을 땐 기존 작품들의 암적인 부분에 대대적인 수술이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 그 중 RPG인지 시뮬레이션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던 8,
10편의 시스템이 다수 제거됐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게이머가 많을 것이다.
필자는 삼국지 11편이 출출한 밤 시간에 맛보는 라면처럼 새로운 삼국지를 기다리는
게이머들에게 환영 받을 것임을 확신한다. 하지만 전에 맛있게 먹었던 ‘코에이표
삼국지 라면’의 맛을 제대로 살린 것인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필자도 맛있는 라면이 먹고 싶다.
▲ 이번 여름 천하는 내것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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