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롭게 환생하는 트라이브스: 벤전스 |
1998년 ‘스타시즈: 트라이브스(Starsiege: Tribes)’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1인칭액션 장르란 복잡한 미로를 돌아다니며 퍼즐을 푸는 일 정도라는 게이머들의 인식이 태반이었다.
물론 둠이나 퀘이크 시리즈와 같은 탁월한 선견지명으로 1인칭액션 장르를 주도한 id소프트는 논외의 대상으로 칠 수도 있겠지만 드넓은 개활지에서 수십명의 플레이어들이 등 뒤에 제트팩을 달고 대규모 전투를 벌인다는 트라이브스의 게임구성은 시대를 앞선 창조적인 개념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트라이브즈 시리즈는 단순히 대규모로 즐기는 멀티플레이게임이라는 개념을 넘어 철저한 팀플레이에서 느낄 수 있는 협동과 역할분담의 재미를 극대화시킨 대작이다. 비록 익숙해지기 힘든 조작성과 높은 컴퓨터 요구사양으로 인해 대중화에는 실패했으나(적어도 국내에선) 그 창조적인 아이디어는 죽어서 가죽을 남겨(-_-;)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 중인 ‘배틀필드 1942’와 같은 작품의 좋은 표본이 될 수 있었다.
게임 개발사인 다이나믹스의 폐쇄와 함께 사라질 것으로만 여겨졌던 비운의 명작 ‘트라이브스’는 2003년 4월 비벤디유니버셜의 공식 발표로 부활의 청신호를 알렸다. 로스트, 시스템쇼크 2, 프리덤포스와 같은 주옥같은 명작으로 독특한 창조력을 인정받은 이래셔널게임즈가 트라이브스의 부활을 담당할 주인공. 다이나믹스에 이어 전작의 명성을 이어갈 이래셔널게임즈의 야심찬 도전이 어떤 결과로 마무리될지 농도 짙은 관심으로 한번 지켜주도록 하자.
전작은 잊어줘…
싱글플레이
게임제작에 일가견이 있었던 개발사이기에 예상 못한 내용은 아니지만 전작에선 포함조차
되어 있지 않았던 싱글플레이를 대폭 강화하고 언리얼엔진을 차용하는 등 마치 세습(?)에
찌들어 가는 듯한 모습의 트라이브스를 지켜보는 팬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만들어지지도 않은 게임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는 것은 금물. 기존의 팬들이 우려할만한 내용을 잘 알고 있었던 이래셔널게임즈는 트라이브스: 벤전스(이하 벤전스)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 원작의 인기모드인 팀 래빗 2를 제작한 바 있는 마이클 존스턴(KineticPoet)을 영입, 생동감 있는 멀티플레이 구현에 만전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벤전스가 추구하게 될 트라이브스의 구성은 전작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을 전망이다. 물론 구성이 그렇다는 것 뿐, 개발사가 바뀌고 보다 대중적인 성공을 위해 제작되는 게임인 만큼 여러 가지 면에서 세부적인 변화가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변화인 그래픽 디테일의 발전은 둘째 치더라도 이번 작품의 주목할만한 변화는 바로 ‘스피드’다. 더 많은 전략과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라는 개발컨셉 때문인지는 몰라도 전작의 경우 느릿느릿한 스피드 때문에 빠른 액션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게 많은 불만을 야기했다.
물론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한 하루일과 모두를 트라이브스에 쏟아 붓는 매니아들의 경우 ‘스키’라는 기술을 이용해 빠른 움직임을 자랑할 수 있었지만 이는 언리얼 토너먼트의 ‘엣지’나 퀘이크의 ‘가속점프’와 같은 전문적인 조작을 요구했던 탓에 막상 게임을 처음 접한 게이머들은 멀티플레이에 발을 붙이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스키’는 순간적으로 하늘을 나는 듯한 가공할만한 점프력을 가능케 해주는 제트팩을 평면이나 언덕에서 사용하는 기술로 이를 이용할 경우 게임의 최대 단점으로 불리는 스피드의 벽을 깰 수 있다. 문제는 이 기술을 멀티플레이에서 제대로 활용해보기 위해 걸리는 시간이 너무나 길었다는 사실.
다행히도 이래셔널게임즈는 이 문제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보다 손쉽게 ‘스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작의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전체적으로 느리게만 여겨진 게임을 상당히 스피디하게 만들어냈다. “스핀퓨저(전작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었던 디스크모양의 폭탄)가 난무하는 토니호크가 될 수도 있다”는 메인 디자이너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그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가?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 드넓은 세계도 보다 치밀한 레벨디자인을 통해 활용도를 향상시켰다. 맵의 크기가 넓다는 것은 게이머가 움직일 수 있는 활동의 공간을 높여준다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전작의 경우 도무지 상대를 찾아볼 수조차 없었던 크기가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 개발사는 비교적 평면적이었던 레벨구성방식을 지형의 고저차가 매우 심한 형태로 업그레이드하는 한편, 야외가 아닌 실내 맵을 새롭게 적용했다. 그렇다고 해서 트라이브스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한 맵의 크기가 좁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더욱 방대해진 탈 것과 이동식 스폰 포인트(캐릭터가 죽었을 때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장소) 차량 등으로 게이머들의 간격을 줄였다는 의미다. 사실 1인칭액션게임에서 차량을 등장시키고 이를 게이머가 활용하는 개념 자체를 만들어낸 것도 트라이브스였지만 말이다.
벤전스의 싱글플레이는 멀티플레이에 입문하기 위한 초보자들의 좋은 입문코스이기도 하지만 이래셔널게임즈의 전매특허인 치밀한 스토리구성력에 힘입어 마치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맵이 넓은 탓에 게이머의 동선을 일직선으로 한정하기 힘든 트라이브스의 특성상 짜여진 각본을 적용하긴 힘들지만 개발사는 정해진 임무를 게이머에게 강요하기 보다는 선택한 방향의 따라 스토리가 달라지는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벤전스의 싱글플레이는 여러명의 주인공을 등장시켜 각각의 캐릭터가 경험하는 이야기를 미래와 과거로 넘나드는 형식으로 전개시킬 예정이다. 자칫 게이머에게 혼동을 줄 소지가 있는 스토리구성방식이지만 개발사 측은 이야기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 게임 내 컷신을 최대한 활용하고 흐름이 끊기지 않는 다양한 각본을 준비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멀티플레이가 대세다
배틀필드
1942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 배틀필드 베트남을 비롯 스타워즈: 배틀프론트,
솔드너: 시크릿 워, 오퍼레이션 플래쉬포인트 2 등 다양한 작품이 대규모 멀티플레이를
향한 각축전을 준비 중에 있다.
트라이브스가 이와 같은 액션게임의 어머니로 불리울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버그파동과 같은 문제와 워낙 난해한 게임성 탓에 지금까지도 기대작 리스트에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필자가 2003년 비벤디게임페스티벌을 통해 직접 체험해본 트라이브스: 벤전스의 느낌은 이러한 편견을 모두 깨뜨릴만한 가치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벤전스에서 지원되는 언어가 영어와 한국어뿐이라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절망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패키지시장에서 벤전스가 불러올 파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지만 게임이 출시될 2004년 4/4분기가 그들이 준비하고 있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을 상황으로 만들어지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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