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도스세대라고 불리는 게이머 중 id소프트의 둠(Doom)시리즈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무자비한 학살’을 모토로 게이머들의 악마적 상상력을 한껏 자극했던 둠은 진보된 기술력만큼이나 높은 중독성을 보여줬고 이후 봇물처럼 쏟아지는 1인칭액션게임에서 일종의 바이블과 같은 작품으로 우상시됐다. 그러나 1998년에 선보인 밸브소프트의 하프라이프 이후 1인칭액션은 ‘영화적 연출과 정교한 스토리라인’이라는 또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다. |
모든 작품이 하프라이프와 같은 찬사를 받을 순 없었지만 어쨌든 이러한 유행일변도는 개발사로 하여금 왠지 드라마틱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게이머에게 던져줘야 하는 의무감을 갖게 만들었으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무한 학살극으로까지 불리었던 ‘시리어스 샘’의 등장은 고착화되어가고 있던 1인칭액션의 정체성을 일깨우는데 지대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 당신에게 지옥체험의 기회를 선사한다 |
시리어스 샘과 비교할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둠 시리즈 이후 정말 오래간만에 잠재된 악마적 본능(?)을 일깨워주고 있는 ‘페인킬러’는 데모버전의 등장과 함께 액션매니아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단순히 그저 그런 액션게임의 하나로 치부하기엔 범상치 않은 게임성과 기술력을 갖추고 나타난 작품이기에 우린 페인킬러를 2004년 액션게임의 기대주로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악마는 내 안에 있다 다니엘 가너는 자신이 천국의 문으로 들어갈 수 없는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지옥의 사신들과 광란의 전투를 벌여나가다가 지옥과 천국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그 뒤에 도사리고 있는 음모의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
외계를 떠돌다 이름 모를 행성에 불시착했다는 이유로 괴물들과 무한전투를 벌여나가는 시리어스 샘 만큼이나 황당스러운 스토리전개이지만 이는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해나가는 것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배경일 뿐이다. 오로지 게이머는 이 기분 나쁜 곳을 벗어나기 위해 물샐틈없이 쏟아지는 지옥의 사신들에 맞서 피의 향연을 펼쳐나가기만 하면 된다.
지옥에 홀로 떨어진 평범한 인물의 고독한 전투 ‘페인킬러’.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 느낄 수 있는 것은 마치 자신이 지옥의 불덩이로 떨어져 있는 듯한 공포가 오감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공포영화에서도 관람객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가장 큰 요소가 배경음향이듯 페인킬러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핵심컨텐츠는 바로 사운드다. 콜 오브 듀티에서도 실제 전장에 버금가는 현장감을 느끼게 해준 마일즈(Miles) 사운드엔진은 멀리서부터 아련히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울부짖음, 그리고 앞뒤에서 죄어드는 괴물들의 숨소리까지 생생히 전달함으로서 최악의 암울함(?)을 이끌어 내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 공포감은 게임의 첫 번째 레벨인 불타는 마을에서부터 정점을 이루는데, 어두침침한 마을에 널부러진 관에서 기어나오는 시체와 다리를 질질 끌며 나타나는 해골병사들과의 전투는 단순하지만 꽤나 자극적인 경험을 게이머에게 선사한다.
이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게이머를 향해 자신의 뱃속에서 꺼낸 뼈조각을 던져대고 달려오는 것뿐이라지만 사방이 막힌 장소에서 이들을 맞닥뜨리는 일은 의외의 공포분위기를 조성시켜준다. 물론 게임이 진행될 수록 보다 똑똑한 인공지능을 가진 몬스터가 여럿 등장하긴 하나 후반부에 이르러서도 게이머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해골귀신은 오금을 저리게 만든다.
게임은 복잡한 미로를 헤쳐 나갈 필요도, 이 버튼 저 버튼을 눌러대며 문을 열고 닫지 않아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는 무난한 수준이다. 난이도가 낮다는 뜻이 아니라 복잡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 스테이지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먼저 생각하기 전에 지금 눈앞에 나타난 적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는가를 생각하다보면 게임은 어느새 종반부를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이다.
게이머가 가진 무기는 지옥 속에서 나타나는 악마보다 더 악마스러운 본능을 이끌어낸다. 특히 다니엘 가너가 기본무기로 장착케 되는 믹서기 스타일의 1번 무기는 퀘이크의 드릴이 귀엽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게임의 잔혹함을 여실히 증명한다. 마치 자동뽑기장치의 집게모양처럼 생긴 이 무기는 작동할 때마다 믹서기처럼 빠르게 회전하며 눈앞에 나타난 적들을 단숨에 갈아버리고 만다. 사방에 피가 튀고 으스러진 뼈가 공중에 난무하지만 어차피 적들은 모두 악마고 게임은 18금이다.
▶ 말뚝에 날아가는 적들의 광경 |
샷건의 대체무기로 등장한 듯한 말뚝을 쏘는 무기 역시 둠 시리즈처럼 오컬트적인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페인킬러만의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이 말뚝은 발사될 때마다 적의 심장을 맞춰 터지게 만들거나 말뚝과 함께 적을 벽에 꽂아버리곤 하는데, 이 무기의 2번째 기능인 폭약을 먼저 터뜨리고 공중으로 튀어 오르는 적을 말뚝으로 날려버리는 재미는 마치 엽총으로 크레이 사격을 즐기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제작사에서도 이를 이용한 멀티플레이 모드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 폭주기관차로 돌변한 주인공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다 |
이렇게 처리한 적들은 녹색연기모양의 영혼으로 남아 떨어진 게이머의 체력을 메워준다. 재미있는 것은 영혼을 100개 모았을 때 게이머가 악마로 변해버리는 폭주모드다. 일단 폭주모드가 발동되면 주인공은 무적상태가 된 채로 엄청난 속도로 전장을 누비며 적들을 한방에 제압해 버리는 위력을 발휘한다. 화면이 희뿌옇게 변한 채 정신없이 돌아가는 폭주모드의 표현효과는 마치 맥스페인의 블릿효과를 연상시키는 듯 하지만 페인킬러만의 독특한 특징이 묻어나는 또 하나의 재미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박진감 넘치는 전투의 재미는 하복2 물리엔진으로 구현된 뛰어난 물리효과를 만나 빛을 발한다. 이 물리엔진은 빌딩 집채만한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는 레벨 5 보스전에서 그 위력을 느낄 수 있는데, 필드 곳곳에 세워진 폐허의 기둥이 무너져내리는 효과만큼은 현존하는 어떤 게임에서도 볼 수 없었던 현실감을 제공한다. 보스가 망치로 바닥을 내려칠 때 게이머와 함께 하늘로 치솟는 주변사물의 움직임은 하복2 엔진의 뛰어난 물리효과 구현능력을 여실하게 증명해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어마어마한 위용을 자랑하는 고딕양식의 건축물이나 탑과 같은 다양한 그래픽은 게임개발사인 피플 캔 크라이가 직접 제작한 페인(Pain) 엔진에 기반한다. 동영상과 스크린샷으로 자주 공개된 둠 3, 하프라이프 2에 비견될만큼 뛰어난 그래픽이라고 볼 순 없겠지만 최적화가 잘 이루어진 탓에 그다지 높지 않은 사양에서도 게임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피플 캔 크라이는 지옥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고대문헌과 여러 영화를 참고해 지옥의 느낌을 최대한 여러 가지 종류로 재현해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제작사는 페인킬러는 정식버전에서 제공될 24개의 싱글플레이 미션 중 어느 하나의 맵도 똑같은 종류의 텍스처가 사용된 것이 없으며 각각의 맵은 35만여개에 달하는 폴리곤으로 구성됐다는 말로 게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페인킬러(Painkiller)’라는 단어를 우리말로 해석하면 ‘진통제’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게임에서 의미하는 페인킬러는 이보다 ‘악마들의 고통을 없애주는 사람’으로 풀이하는게 맞지 않나 싶다. 구천에 떠도는 악마들의 영혼을 위로해주기 위해 선택된 인물 다니엘 가너. 2004년에 벌어질 그의 활약에 사뭇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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