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즈’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PC게임이라는 칭호를 얻기까지, 그것도 플레이어의 60% 이상이 여성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는데 가장 큰 요인을 차지한 부분은 무엇일까.
흔히들 심즈를 두고 ‘우려먹기의 대명사’라든가, ‘확장팩이라는 명목의 아이템패치로 돈을 버는 유일무이한 게임’이라는 평을 내리곤 하지만 그것은 심즈라는 게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푸념거리에 불과할 뿐, 맥시스는 항상 게이머들의 예상을 뒤엎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이전에 출시한 확장팩들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요소들을 갖췄기 때문에 2천 6백만장이 넘는 어마어마한 판매량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출시된지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북미권 베스트셀러의 1, 2위를 다투고 있는 심즈의 인기비결. 이처럼 지칠 줄 모르는 인기로 막판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심즈가 이제 후속작 출시를 코앞에 두고 있다 하니, 이쯤 되면 단순히 인간의 삶을 게임 속으로 옮겨놓는 것만으로 전 세계 사람들을 모니터 앞으로 끌어 모으겠다는 심즈의 창조자인 윌라이트의 호언장담에 몰표를 던져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비록 그 꿈의 궁극적인 목표였던 ‘심즈 온라인’은 대실패로 돌아갔지만 말이다.
심즈 2는 이러한 심즈의 인기요인을 보다 철저하게 분석하고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아예 인간의 삶을 PC 속에 그대로 옮겨놓겠다는 각오와 함께 개발되고 있다. 대략적인 내용은 심즈 2가 정식 발표된 2003년 E3시즌에 즈음의 게임메카 프리뷰에 게재되어 있으니 이 자리에선 그 이후로 공개된 다양한 내용을 짚어보고자 한다.
생로병사를 함께하는 게임사람들이 게임을 즐기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때를 분석해보면 대체로 게이머와 게임 속 캐릭터의 감정이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심즈는 바로 그 점을 제대로 분석해 게이머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작품으로 심즈 2는 이같은 인기요인에 다소 장애가 될 지도 모르는 수명제도를 도입,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심즈 2에서는 영아기, 유아기, 아동기, 십대, 성인,그리고 중장년층에 이르기까지 모두 여섯 개의 단계를 통해 수명이 지속된다. 이번 작품이 노리는 것은 이처럼 여러 단계로 나뉜 성장과정을 통해 자신의 심즈가 영아기나 아동기 혹은 청소년기에 내려진 결정으로 성인일 때의 인생이 판가름되는 변수에 재미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심즈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게이머들은 현재의 모습을 있게 한 인생여정에 관한 다양한 추억을 기억하게 될 것이고 그 점이 바로 게이머들과 생로병사를 함께하는 게임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영아, 유아기 때에는 실로폰이나 테디베어, 레고 등 다양한 장남감을 가지고 놀며 심즈의 창의성을 높여주다가 아동기가 되면 집안 곳곳을 어지르고 불장난에 집을 태워먹는 등 ‘미운 7살’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주게 된다. 이후 호기심 많은 청소년기엔 좋아하는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발그레진 얼굴을 나타내는가 하면 성인이 되서는 전작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진동침대의 활용도를 몸소 체험해주기도 한다(현재까지 공개된 스크린샷만으로도 심즈 2의 성인적 취향은 18금 애로영화 수준에 필적한다 -_-).
이후 인생의 황혼기에 이르러 자신의 DNA를 물려받고 태어난 아들과 손자를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는 그 모습은 실제 게이머의 얼굴에도 투영되어 진정한 ‘감정일치’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심즈 1세대가 죽게 되더라도 부모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2, 3세대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일도 꽤 흥미로울 듯싶다. 이번 작품에서는 심즈끼리의 이혼도 물론 가능하며 동성끼리의 결혼까지 허용된다.
이와 같은 모든 특징은 놀라울만한 디테일로 표현된 3D그래픽이 그 가치를 한층 높여준다. 심즈 2에서는 수만가지 종류로 묘사된 게이머의 다양한 동작과 표정이 360도로 자유회전 되는 카메라워크와 함께 게이머들의 시각적인 즐거움을 비약적으로 증가시켜주고 있다.
특히 얼마 전에 공개된 배불뚝이 아저씨의 성공사례 스크린샷이 이러한 시각적인 발전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스크린샷에서는 배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여자들에게 따돌림 받고 있는 한 남자가 운동을 통해 근육남으로 새롭게 태어나 예전에 차였던 여자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장면으로 심즈 2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줘 게이머들의 많은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이 외에도 외계인에게 납치되는 심즈의 모습에서부터 파티 도중 집안이 송두리 째 타버리는 장면이나 강도가 침입하는 광경까지 전편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강화된 연출력이 심즈 2의 대표적인 변화라 할 수 있겠다.
심시리즈의 경계선이 사라진다?
심즈
2에서는 심시티 4에서 만들어진 구역을 따로 불러들여 게이머만의 공간으로 꾸밀
수 있다. 자신의 집을 벗어나 게이머와 이웃사촌들이 사는 마을을 먼 전경에서 바라보면
마치 심시티 4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심즈 2의 공간은 상당히
넓은 개념으로 구성됐다.
심즈 2에서 한 집에 거주하는 최대인원은 8명이지만 ‘확장팩’ 없이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는 공동부지를 통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특히 건축모드나 구입모드에서 비스듬한(대각선)의 벽에도 물건과 문을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은 전편에서 많은 아쉬움을 자아내게 했던 단점을 보완한 3D그래픽만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에선 심즈가 식품점이나 옷가게를 들려 자유롭게 쇼핑을 할 수도 있으며 전편의 가장 큰 인기요인 중의 하나였던 ‘만드는’ 재미를 이 공동주거지역을 통해 극대화시킬 수도 있다.
비록 게임이라 할지라도 삶의 한 여정을 감독한다는 일은 상당한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나 윌라이트는 이렇게 위험하고도 지루하게 느껴지는 요소를 놀라울만한 게임성으로 풀어내 세계 게임사에 한 획을 그었으며 이는 2편에 이르러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것이 멀티플레이라는 PC플랫폼의 강력한 장점과 만나게 될 때 심즈온라인에서 이루지 못했던 윌라이트의 궁극적인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반복적이고도 평면적인 삶을 살아왔던 게임 속 캐릭터들이 인간과 함께 생로병사를 같이하는 진정한 의미의 ‘심즈’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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