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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크래쉬, 넌 나를 깨게 하는 게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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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아웃: 크래쉬'의 광고이미지, 날리긴 뭘 날려?

기자가 가장 처음 접했던 ‘번아웃’은 PSP로 발매되었던 ‘번아웃 레전드’였다. 평범하게 1위를 하기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차를 공격해 ‘테이크 다운’시키는 공격적인 레이싱에 몸이 절로 움직여졌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락음악들을 마음껏 들을 수 있었기에 큰 만족을 얻은 게임이었다. 그 이후 접하게 된 ‘번아웃: 파라다이스’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존 ‘번아웃’의 느낌을 잘 간직하면서 하나의 도시를 배경으로 다양한 요소를 잘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래픽도 많이 발전해 통쾌한 타격감까지 얻을 수 있으며,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들도 라디오의 형식을 빌려 진화했다. ‘번아웃’ 시리즈에 완전한 호감을 가질 수 있게 된 계기였다.

그런데 그 호감을 완전히 깨버린 게임이 등장하고 말았다. 말 그대로 ‘크래쉬(Crash)’해버린 게임, ‘번아웃: 크래쉬(이하 크래쉬)'다.

내가 알던 그 게임이 아니네?

‘번아웃’처럼 상대 차를 테이크 다운시키는 형식의 iOS 게임으로 ‘스매쉬 캅스’가 출시된바 있다. 경찰차가 범죄자를 공격해 차량을 전복시키는 것이 목적인 게임으로, 깔끔한 그래픽과 나름대로의 재미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번아웃‘에서 느낄 수 있는 속도감이 없었고, 귀를 즐겁게하는 음악조차 빠져있어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크래쉬’의 출시소식을 들었을 때는 굉장히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이달 12일에 출시된 ‘크래쉬’는 기존의 ‘번아웃’에 있었던 미니게임을 iOS로 옮겨놓은 것이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된 1인칭 시점이 아닌 탑뷰 형식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며, 이는 마치 ‘GTA2'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한다. 이제 문제가 되는 것은 게임의 방식인데, 게임의 조작은 단순한 스와이프 방식의 조작을 이용해 대형 사고를 내면 되는 것이다. 간단해보이지만 결코 간단하지는 않았다.

▲ 일단 도로에 진입을 시작하면...

▲ 본격적인 게임에 돌입한다

간단한 스와이프 방식의 조작이라는 말과는 다르게, 조종해야 하는 차량은 내 의도가 거의 반영되지 않는 제멋대로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게임을 시작하면 운전은 잠깐이고, 교차로에 들어서 대형 사고를 낸 뒤로는 뿅뿅대는 효과음과 함께 튕겨 다녀야 한다. 문제는 이리 터지고 저리 깨지며 통쾌하게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느낌을 받기 이전에, 조작에서 느껴지는 답답함에 짜증이 먼저 오게 된다는 것이다. 한번 스와이프 할 때마다 움직이는 범위도 미미하고, 생각보다 잘 따라오지도 않는다. 차를 터트리려다가 내 속이 먼저 터질 것 같은 느낌이랄까?

일부러 특별하려 하지 말라

‘크래쉬’는 총 36개의 스테이지와 12가지 형태의 도로에서 게임이 가능하고, 각 스테이지마다 별점을 매기는 형식이다. 이 별점이 조금 특별한 점은 스코어대로 별점을 얻는 것이 아니라, 도전과제와 별점이 합쳐진 형식이라는 것이다. 스테이지마다 부여되는 목표가 5개씩 있고 하나를 달성 할 때마다 별이 채워지는데, 처음 플레이했을 때는 왜 중간에 별이 채워지지 않고 띄엄띄엄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특별한 평가수단이긴 하지만, 그렇게 대단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기존의 ‘번아웃’시리즈가 현대적인 느낌을 살린 게임이라면, ‘크래쉬’는 복고적인 느낌을 보이기 위한 장치들이 존재한다. 음악의 선곡이나 효과음 등 음향적인 면에서 옛날 느낌이 나는 것들을 사용했으며, 차량 디자인이나 이미지들도 깔끔하기 보다는 투박한 느낌이 들 정도다. 최근 출시되는 iOS용 게임들의 그래픽 퀄리티를 생각해보면, 왜 이렇게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아쉽기도 한 부분이다. 물론 그래픽이 게임의 전부는 아니지만, ‘번아웃’을 EA가 만들었다면 이름값을 할 정도의 고퀄리티로 나와도 충분하지 않을까.

▲ 나의 운전 실력은 비행기를 추락하게 만들고...

▲ 태풍까지 부른다, 장난해?

의아했던 부분은 특수효과인데, 기본적으로 차량이나 건물이 불에 타는 효과의 경우는 무난한 편이다. 하지만 스테이지에서 일정 조건을 달성하는 경우에 땅이 꺼지거나 폭풍이 몰아치고, 심지어 운석까지 떨어지는 효과까지 보인다. 이런 과장된 표현이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자는 게임 자체에 미운털이 박혀서인지 달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게임에 충실하다면 이런 효과들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지 않았을까.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몇 년 만에 즐기게 된 ‘번아웃’의 이름을 단 게임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반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단순히 기존의 게임을 그대로 iOS에 이식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질타를 받았겠지만, 새로 만든 게임이 기존에 있던 것보다 못하다면 질타는 물론 실망스러운 것은 당연한 것이다.

‘크래쉬’는 ‘번아웃’이라는 이름을 보고 환호했던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번아웃’이 보여줬던 호쾌한 레이싱을 기대했던 사람들이라면 단연 실망했을 것이며, 요즘 나오는 게임들의 화려한 그래픽을 생가해보면, 왜 ‘크래쉬’는 그렇게 태어나지 못했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차라리 ‘번아웃’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지 않았다면 중박이라도 쳤을텐데.

▲ 게임을 평가하자면, 이렇게 중간에 뭐가 빠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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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규 기자 기사 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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