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넥슨 로두마니 스튜디오의 '우당탕탕 대청소(Trash Buster)' |
발음 조심해야 한다. ‘우당당탕’이 아니라 ‘우당탕탕’ 대청소다. 나만 헷갈리나?
지난해 지스타2007을 통해 공개된 세계 최초 온라인 3D 흡입 액션 게임 ‘우당탕탕 대청소’는 ‘카트라이더’의 산실 로두마니 스튜디오에서 제작되었다. 넥슨의 ‘우당탕탕 대청소’는 독특한 발상부터 흡입, 방출로 반복되는 게임 시스템까지, 이제까지 만나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의 캐주얼 온라인 게임을 지향하고 있다.
게임 상에 존재하는 모든 오브젝트들을 청소기로 흡입하고, 흡입한 오브젝트를 다시 상대방에게 방출하거나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보다 많은 포인트를 모으는 것이 이 게임의 플레이 방법이다.
‘넥슨의 상상력’이라는 광고 카피에 가장 근접한 게임으로 보이는 이 게임을 이번 2차 클로즈베타테스트를 통해 직접 체험해보았다. 이번 클로즈베타테스트는 지난 1월 29일부터 2월 4일까지 7일간 실시되었다.
▲ 이색적인 장르 특유의 이질감과 진입장벽을 낮춘 친근한 이미지의 '청소 액션' |
세계 최초 온라인 3D 흡입액션 게임 ‘우당탕탕 대청소’
‘청소기’를 이용하여 게임 상의 오브젝트를 흡입하는 방식의 액션은 아케이드 게임 ‘텀블팝’에서 이미 등장한 바 있다. 하지만, ‘우당탕탕 대청소’의 장점은 이 같은 아이디어를 단순히 온라인 게임으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았다.
먼저, 게임에 접속하면 파스텔 색감으로 표현된 알록달록한 맵과 마치 유명 블록장난감 ‘레고’를 연상시키는 장난기 넘치는 분위기의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대기실을 거쳐 게임에 참여하면 최대 8인까지 동시에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룸에서 플레이가 시작된다.
3D 맵으로 구현된 게임 속에서 게이머는 기본적으로 키보드의 방향키를 통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A’, ‘S’, ‘D’ 키의 사용을 통해 쉽고 간단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A키는 흡입한 쓰레기를 맵 가운데에 있는 처리장에서 배출(재활용)할 때 이용하는 키이며, S키는 쓰레기를 흡입할 때, D키는 쓰레기를 방출(발사)하여 상대방 유저를 공격할 때 사용한다. 인터페이스는 매우 직관적이다.
▲ 로비, 대기실, 게임룸의 시작 모습. 캐릭터 커스트마이징은 대기실 입장 전에 하자. |
게임 중에는 쓰레기를 흡입하면서 모은 스킬포인트를 통해 체력/ 흡입/ 방출 각각의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스킬포인트가 모아질 때마다 숫자키(1, 2, 3)이 등장하며 자신이 상승(업그레이드)시키고 싶은 능력치를 골라 키울 수 있다. 단, 이렇게 업그레이드된 능력치는 해당 게임 중에만 적용된다.
‘우당탕탕 대청소’에서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10개의 슬롯 안에 맵에 등장하는 모든 오브젝트를 흡입할 수 있다. 작은 쓰레기부터 캐릭터 크기의 수배가 되는 집과 같은 대형 오브젝트까지 흡수할 수 있으며, 심지어 상대방 게이머까지 흡수가 가능하다.
상대방 게이머를 향해 흡입한 쓰레기를 방출하고, 캐릭터가 넘어지면 청소기로 흡입한다. 이때 포인트도 함께 얻을 수 있다. (흡수된 캐릭터는 다시 맵으로 떨어진다.)
▲ 게임은 항상 한가운데 재활용처리장에서 시작된다, 슬롯에 모은 쓰레기는 처리장에서 A! |
무엇이든 흡입한다! 방출 기능으로 전략적 재미까지!
무엇이든 흡입하는 청소기는 캐릭터의 몇 배의 크기가 되는 커다란 집도 순식간에 작은 블록들로 해체시키며 흡입이 가능한 형태로 작게 축소시킨다. 게이머는 제한된 시간 안에 더 많은 오브젝트를 흡입하고 처리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난관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슬롯의 크기는 10개로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슬롯이 쓰레기로 가득 차게 되면 경고음과 함께 급기야 폭발하고 만다. 적절하게 맵 가운데에 있는 쓰레기 처리장으로 옮겨서 슬롯을 끊임없이 비우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더 많은 흡입포인트를 쌓으려는 상대방 유저와 겨루면서 흡입한 쓰레기를 방출(발사)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현재까지 ‘우당탕탕대청소’의 승리방법은 제한 시간 동안 가장 많은 포인트를 얻는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나는 쓰레기만 흡입할거야’라고 마음 먹은 게이머라도, ‘나’에게 쓰레기를 쏘다 못해 청소기로 흡수해버리는 상대방 게이머를 만나게 되면,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어렵다. 흡수력이든, 방출력이든 능력치를 전략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청소기에 흡수당해 본 사람만이 그 서러움과 분노(?)를 알 수 있다.
▲ 화면 오른쪽에 있는 스코어시스템을 통해, 일정 시간 동안 가장 많은 포인트를 얻는 유저가 승리 |
놀라운 물리효과, 아직은 아쉬운 콘텐츠 완성도
‘우당탕탕 대청소’의 장점은 캐주얼 게임이라는 틀 안에서 최상급 물리 엔진의 다양한 효과들을 마음껏 실험했다는 것이다. 간단한 조작법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가벼운 게임이지만, 그 안에 구현된 오브젝트들의 움직임은 결코 가벼운 수준이 아니다.
맵에 등장하는 모든 오브젝트들은 청소기를 통한 해체, 흡입, 방출이 가능하며, 해체된 오브젝트들은 자연스럽게 쌓이고, 무너지고, 굴러다닌다. 흡입하는 동안의 ‘빨아들이는 듯한’ 질감도 상당하다. 상대방이 발사하는 오브젝트에 맞아서 튕겨나가는 캐릭터의 모습이나 무너진 쓰레기들이 형태를 이루는 모습들은 감탄을 자아낸다.
전체적으로 밝고 알록달록한 색감으로 꾸며진 맵의 분위기는 ‘청소기로 쓰레기를 흡입하는’ 엽기적인 게임의 내용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블록 장난감으로 만들어진 맵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장난감 같은 캐릭터의 모습도 세련되게 만들어졌다.
▲ 넥슨이 자랑하는 일명 '온라인 물리 시뮬레이터' 쌓이고 무너지고 굴러다니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
그러나 본격적인 시스템 및 서버 안정화에 주력했던 이번 2차 클로즈베타테스트에서도 잦은 튕김 현상과 렉으로 인해 불안정한 테스트를 진행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테스트 중반에 이르러 상당 부분 향상되었으나 높은 물리효과만큼이나 네트워크 안정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신선한 아이디어가 반영된 게임의 시스템은 모두 구현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 게임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틀’은 완성이 되었으나 즐길 ‘꺼리’는 부족한 상황이다.
제한 시간 내에 더 많은 포인트를 쌓는 것 이외에 즐길 수 있는 게임모드가 전무하며, 현재로서는 개인전밖에 지원되지 않는 것도 게임의 흥미를 떨어뜨린다. 또한 독특한 게임 컨셉이 어울리는 다양한 맵 상의 아이템이나 파츠 아이템이 구현되지 않아서 호기심을 느꼈던 유저들조차 게임방식의 단순함에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반짝거리는 게임을 기대하며
▲ 불쌍한 외계인들. 다짜고짜 찾아와 지구를 '예쁜 쓰레기장'으로 만든 몰상식한 존재들이 되어버렸다 |
‘어느 날 갑자기, 지구는 외계인들에 의해 ‘우주 쓰레기 매립지’로 결정되어버린다. 외계인들은 이유 없이 우주 쓰레기들을 지구에 와서 버리고 사라져 버리는데… 지구인들은 ‘우주 청소기’를 통해 클린에이전트가 되어 쓰레기 재활용에 나선다.’
이상이 ‘우당탕탕 대청소’에 소개된 게임의 배경스토리다. 다짜고짜 지구로 날아와 쓰레기를 버리는 황당한 외계인 이야기는 게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내용으로 다소 모자라 보인다. 게다가, 실제로 우주 청소기를 메고 싸우는 것은 외계인이 아니라 지구인들끼리인데?
‘엽기액션’을 지향하는 ‘우당탕탕 대청소’의 전체적인 게임 이미지와 유사한 유명 비디오 게임 ‘괴혼’의 경우, 고집불통 독재자 ‘아바마마’와 작고 소심한 ‘왕자님’의 독특한 관계가 게임의 몰입감을 높인 대표적인 사례다. 유머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아바마마의 취향(쫄쫄이 발레복)과 막무가내 대사들! 밤하늘에 별이 되고, 넓은 바다에 작은 존재들의 섬이 되는 ‘덩어리’들의 낭만적인 이야기!
‘괴혼’은 ‘무엇이든 접착한다’는 신선한 게임방식과 쉬운 조작방법의 도입에 머무르지 않고, 엽기 발랄한 배경스토리와 친근한 생활 속 공간의 맵 이미지 차용으로 보다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게임음악과 거대한 덩어리에 붙어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과 고양이, 강아지까지, 유머와 엽기 코드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인해 게임은 게이머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갔다.
▲ '괴혼'의 온라인 버전은 '겟앰프드'를 만든 윈디소프트에서 제작 중이다. 예정보다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
‘괴혼 온라인’이 개발 중이라 하는 이야기만은 아니다. ‘넥슨의 상상력’이 아이디어의 실현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반짝거리길 기대해본다. ‘여기까지 했으면 충분하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더 나아갈 수 없을까? 오랜만에 큰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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