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의 매력
윔블던, US오픈, 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등의 메이저 대회를 비롯해서 테니스의 인기는 세계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남자 경기는 강력한 서비스와 파워를 느낄 수 있고, 여자 경기는 남자 경기에 비해 아기자기 하지만 끈끈함이 있다. 여기에 흑진주 윌리엄스 자매의 등장으로 파워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여자 테니스의 매력은 늘씬한 미녀 선수들의 존재도 한 몫 한다. 필자가 테니스라는 스포츠를 접한 시점부터 몇 년 전까지는 최고의 미녀 선수 였던 안나 쿠르니코바나 알프스 소녀 힝기스부터 최근에는 최고의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마리아 샤라포바까지, 이 외에도 최근에 좋아하게 된 키릴렌코 등 등. 남자 경기에 비해 부족한 파워 넘치는 대결, 그 이상의 흥미를 주기도 한다.
▲ 여자 테니스계의 완소 그녀들 |
최근 테니스의 왕자라는 만화를 즐겨 보고 있는데 얼마 전 ‘골드슬램’이라는 온라인 테니스 게임을 접하게 되었다. 스포츠라는 장르 자체가 온라인에서는 그리 종류가 많지 않지만 그 중 테니스 게임도 접하기 힘든 종목 중의 하나다. 아무래도 스포츠가 가지는 특성이 대중성 보다는 매니아 지향적이라 그렇고, 게다가 테니스라면 우리나라에는 이형택 선수 외에는 변변한 스타 선수가 없다는 것도 그 이유가 되겠다.
그렇긴 해도 샤라포바의 한솔 오픈 참가 차 방한 했을 때나 슈퍼매치로 이뤄진 비너스 윌리엄스의 방한, 페더러 대 나달의 경기가 한국에서 열렸을 때의 열기는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또 얼마 후면 전 황제 샘프라스와 현 황제 페더러의 슈퍼매치가 예정 되어 있어 테니스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즉, 스타 선수만 있다면 테니스도 얼마든지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선수들이 등장하는 온라인 테니스 게임을 찾아볼 수 가 없다. ‘판타 테니스’는 제목처럼 판타지 테니스 게임이고, 이 보다는 사실성을 중시한 ‘골드슬램’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의 외모나 경기 스타일은 현실과 많이 비슷해 졌지만 역시나 가상 인물일 뿐이다. 우리나라의 테니스 저변이 넓다면 야구 게임처럼 실제 선수들이 등장해서 흥미를 높일 수 있겠지만 가능성은 희박하기만 하다. 그 이전에 대중적으로 성공한 온라인 테니스 게임 자체가 없었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 여름에 잠깐 필자의 손을 거쳐갔던 판타 테니스 |
골드슬램이 무슨 뜻인고?
타이틀에 대한 고찰을 해보자. 그랜드 슬램은 알겠는데 골드슬램은 무슨 뜻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알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홈페이지의 소개에 따르면 골드슬램은 게임 속의 그랜드 슬램인 셈이다. 즉, 가상 그랜드 슬램이라고나 할까? 리얼 테니스를 추구하는 게임인 만큼 선수나, 코트, 기술, 게임 플레이는 상당히 사실에 근접에 있다.
참고로 ‘버추어 테니스’를 잠깐 살펴보자. 제목을 직역하면 가상 테니스지만 실제 선수들이 등장한다. 오히려 더 사실적이지 않은가? 그냥 그렇다는 소리다. 넘어가도록 하자.
※ 그랜드 슬램이란? 윔블던, US 오픈, 프랑스 오픈, 호주 오픈 4대 메이저 대회를 한 해에 석권하는 것. 하지만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여러 해에 걸쳐 4대 메이저 대회를 우승한 커리어 그랜드 슬램도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으로 꼽힌다. |
서두가 좀 길었는데 아무래도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테니스에 대해 거론해 보았다. 자, 이제 ‘골드슬램’이 부끄러워할 정도로 꼼꼼히 살펴 보도록 하자.
코트 - 코트라고 다 같은 코트가 아니다
테니스에는 클레이, 하드, 잔디 코트 등 크게 3종류의 코트가 있다. 추운 지방에서는 카펫 코트가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번 페더러와 샘프라스의 슈퍼매치에서 바로 이 카펫 코트가 사용된다.
잔디 코트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바로 윔블던 대회다. 실제로는 코트의 유지비 때문에 잔디 코트를 사용 하는 대회는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한다. 잔디 코트는 타구에 가해진 힘이 그대로 전달되어 전해 지기 때문에 선수의 기술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골드슬램에서는 전진플레이와 각도가 있는 샷, 드롭샷을 즐겨 쓰는 유저에게 유리하다.
▲ 아름다운 이태리의 잔디 코트 |
프랑스 오픈에서 사용하는 클레이(정확히 말하면 앙투카라고 한다) 코트는 배수가 잘되고 비가 온 뒤 빨리 마르는 특성이 있다. 벽돌 흙을 사용해서 적갈색을 띈다. 코트의 탄력으로 타구가 느려지고 바운드가 높게 튀기 때문에 베이스 라인에서 플레이 하는 게 유리하다.
▲ 클레이 코트 |
호주 오픈이나, US 오픈에서 사용하는 하드 코트는 화학 재료로 만들어졌다. 특성은 잔디와 클레이의 중간쯤 되며 가장 무난한 경기를 펼칠 수 있는 곳이다. 표면이 단단하기 때문에 타구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어 강한 서브와 스트로크를 가진 선수에게 유리하다. 현재 골드슬램에는 하드코트만 2종류의 코트가 지원되고 있다.
▲ 발리 속의 하드 코트 |
선수 - 스타일에 맞추어 뽑자
테니스 선수에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강한 서브를 앞세워 네트 플레이를 즐기는 선수, 강한 스트로크로 랠리(공을 주고 받는 것)에 강한 선수, 백핸드가 강한 선수 등 이런 개인적인 성향과 코트의 특성으로 인해 선수들이 선호하는 코트가 있는데, 페더러는 클레이 코트를 사용하는 프랑스 오픈 만큼은 ‘나달이 최고다’라고 말했다. 메이저 대회 우승 12회에 빛나는 페더러는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한 경험이 없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지 못했다.
즉, 선수의 스타일과 어울리는 코트에서 플레이 하는 게 승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듯이다. 골드슬램에서도 유저의 성향과는 별도로 3종류 타입의 캐릭터가 준비되어 있다.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과 맞는 캐릭터를 골라 보자.
■ 올 라운드 플레이어
모든 방면에 고루고루 능통한 유형이다. 게임에서의 능력치도 평균적이다. 특출 난 점도 없지만 별다른 약점도 없다. 하지만 잘못하면 별 특성이 없는 그저 그런 선수가 될 수도 있다. 반대로 잘하면 페더러와 같은 괴물이 탄생할 수도 있다.
▲ 같은 올 라운더 유진의 썩소에 밀려 가장 인기 없는 모니카 |
▲ 유진이 점수 냈을 때 날리는?썩소는 상대방 플레이어에게 투지를 불태우게 한다는 전설이... |
■ 넷 플레이어
네트에 가까이 붙어서 상대의 스트로크를 발리(바운드 없이 바로 치는 것)로 봉쇄하는 유형의 선수를 말한다. 이런 유형은 성공할 경우 상대에게 칠 곳이 없다는 압박감을 가져오지만 실패했을 경우는 허무하게 점수를 내어줄 수 있다. 어설프게 사용했다가는 큰코 다치지만 제대로 활용하는 상대를 만나면 골치하픈 유형이다. 골드슬램의 상위 랭커들은 대부분 셀린으로 플레이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수 년 전까지 활약하던 보리스 베커 같은 선수는 강력한 서브와 동시에 네트 앞으로 달려가는 플레이를 하는 전형적인 선수였다.
▲ 귀여운 외모 만큼이나 셀린의 인기는 하늘을 구멍 낼 정도다 |
▲ 주식 등락 표를 떠오르게 하는 순위표. 10위권 중 8명이 셀린이다 |
■ 베이스 라이너
주로 강한 스트로크를 가진 선수들이 구사하는 방식으로 베이스 라인 쪽에서 수비 형 테니스를 하는 선수들을 뜻한다. 나달이나 샤라포바가 대표적인 선수로 이들 역시 강한 스트로크를 구사한다. 괴성을 지르며 샷을 하는 샤라포바의 모습은 꽤나 익숙한 모습일 것이다.
▲ 지금 보니 이 녀석의 썩소도 유진 못지 않다 |
▲ 얼빵해 보여도 서브는 강력하다 |
게임플레이
‘골드슬램’은 리얼 테니스를 추구하는 만큼 위처럼 코트나 캐릭터에도 현실에 가까운 구현을 해주었다.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 할 때도 다소 생소한 용어들이 깜빡깜빡 거리는 데, 샷을 때릴 때마다 여기에 사용된 기술이 구속과 함께 표시 된다. 테니스 공부도 되고 게임도 하는 일석이조가 될 수도 아니면 머리만 아파질 수도 있겠다. 게임에 등장하는 용어를 간단히 알아보자.
▶ 플랫: 낮고 강하게 날아가지만 잘 꺾이지 않는다. ▶ 탑 스핀: 중간 정도의 바운드와 각도로 날아간다. ▶ 슬라이스: 느리지만 크게 휘어져 날아간다. 아래로 조작한 상태로 슬라이스를 먹이면 상대방 앞으로 공을 떨구는 드롭샷이 나간다. ▶ 스매시: 머리위로 지나가는 샷을 인정사정 없이 내려찍는다. 로브를 예측했거나 미스샷이 나올 때 칠 수 있다. ▶ 터치: 이도 저도 아니고 건드리기만 한 공, 상대방의 좋은 먹이 감이 된다. |
▲ 로브를 성공하면 멍하니 쳐다보고 있는 상대를 볼 수 있다 |
▲ 악! 더 앞에 떨궈야 되는데... 똥꼬에 기를 모으고 있는 상대를 보라 |
‘골드슬램’은 초심자에게는 타이밍을 잡기가 약간 어려운데, 어느 정도 상대방의 타구를 예측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라켓은 허공을 가르기 일쑤다. 특히 서브의 경우는 170Km가 넘어가면 받아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공의 낙구 지점이 표시 되는 순간 이미 공은 등 뒤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 테니스 경기에서도 서브를 넣는 쪽이 훨씬 유리하다. 이런 사실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만 보다 많은 유저 층의 유입을 위해서 난이도 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리얼 테니스라 그런지 상대방에게 압도적으로 질 때는 리얼하게 화가 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진의 썩소까지 보게 된다면 모니터에 침을 뱉고 있는 자신의 얼굴을 얼룩진 모니터를 통해 바라보게 될지도 모른다.
▲ 자체심의를 통해 선글라스를 쓴 사진으로 구했다. 썩소 한방에 상대는 의기소침해 진다 |
버추어 테니스 경험 덕분인지 골드슬램에서 필자의 승률은 괜찮은 편이었다. 하지만 간혹 만나는 샘프라스급 유저들은 일단 광속 서브로 나를 농락한 뒤, 간신히 서브를 다이빙을 해서 잡았다 치면 이미 네트 앞에서 썩소를 날리며 덩크 스매시(테니스의 왕자를 너무 봤나 보다. 사실 덩크까지는 아니다. 스파이크 정도?)를 날리는 여유를 보여 주었다. 이로 인해 이미 그 게임은 테니스가 아닌 배구 선수(?)와 다이빙 선수(?)의 대결로 변질되어 MAX가 채워진 강퇴 게이지로 인해 바로 강퇴를 해버리는 졸렬함 마저 보이게 만들었다.
아아, 2000년 모 오락실에서 버추어 테니스 36연승을 자랑하던 나를 이토록 망가뜨리는 구나. 그때도 시간 때문에 어쩔 수수 없이 지지 않았음에도 그냥 나갔었는데 사실 몇 번씩을 이어 하던 상대방 측 장정들의 눈빛이 무서웠다고는 밝히지 않겠다.
그렇다! 골드슬램의 게임 요소는 사실성 위주이기 때문에 유저간의 실력 차를 극복하기란 이형택 선수가 US 오픈 16강을 돌파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것이었다. 유저들이 그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참고 견딜만한 내구력을 갖추었는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골드슬램에 마구 같은 것이 추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고 이런 문제점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 넷 플레이 당한게 억울해서 강퇴 후 다른 이에게 똑같이 해 보는 광경. 참 보기 추하다 |
마치며
솔직히 처음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성에 충실한 구현이나 게임성은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것은 아쉽다. 아니면 커스터마이징을 통한 자신만의 캐릭터 생성도 괜찮았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캐릭터의 편중 현상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사운드가 부실한 것도 단점이다. 배경음악은 그럭저럭 전투 욕구를 높여줬지만 단조로웠고 특히 효과음 부분이 부실하게 느껴졌다. 통, 통 거리며 랠리를 주고 받고 있자면 마치 어릴 적 야구를 할 때 가지고 놀던 짬뽕 공이 떠올랐다. 때로는 시속 200Km가 넘는 샷을 때리며 괴성 소리도 듣고 싶고,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실상은 동네 코트에서 구경 나온 학부모들의 박수뿐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스포츠 게임에 대한 도전, 야구와 축구를 제외하면 불모지나 다름없는 테니스라는 종목의 게임 구현은 박수를 받을 만 하다. ‘골드슬램’이 그 선구자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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