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터너즈' 소개 영상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최근 모바일RPG에서 자동사냥은 필수불가결하게 느껴집니다. 캐릭터를 키우려면 던전을 계속 돌아야 하는데, 일일이 컨트롤하려니 귀찮고 번거롭죠. 그렇다고 게임을 켜놓기만 해도 저절로 쑥쑥 자라는 것도 내심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내가 직접 플레이하는 것이 즐거워야 좋은 게임’이라고, 마음 속 어딘가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오죠. 이에 많은 모바일 RPG들은 자동사냥과 조작하는 재미를 조화롭게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8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넥슨의 신작, ‘리터너즈’는 색다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자잘한 공격이나 스킬 사용 등이 자동이라는 점은 놀랍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색다른 것을 요구합니다. 별이 다섯 개를 훌쩍 넘는 강한 캐릭터일까요? 아니면 끈끈한 정으로 뭉친 길드원의 팀워크 일까요? 둘 다 아닙니다. ‘리터너즈’는 플레이어에게 ‘큰 그림’을 짜라고 말하죠. 과연 ‘리터너즈’는 진부하게 느껴지는 자동사냥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만들었을까요?
▲ '리터너즈' 대표이미지 (사진제공: 넥슨)
‘리터너즈’는 일견 평범한 모바일 RPG로 보입니다. 5명의 영웅을 한 파티로 편성해 다양한 콘텐츠에 도전하고, 명확한 목표 없이 계속해서 강해지게 만드는 구조죠. 콘텐츠 역시 크게 참신하게 느껴지는 것은 없습니다. 게임에는 스토리 던전에 해당하는 ‘탐험’, 특별한 재료를 얻을 수 있는 ‘스페셜 던전’, 강력한 보스 몬스터를 잡는 ‘레이드’도 있죠.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와 랭킹을 겨루는 PvP ‘리그’도 주어집니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영웅들이 공격부터 스킬 사용 등 모든 것을 자동으로 하고, 플레이어는 몇 초마다 한 번씩 공격 대상을 지정하는 수준에서 그치죠.
▲ 매우 익숙한 로비 화면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전투는 거의 대부분이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 특징 하나가 게임에 색다른 전략을 부여합니다. '리터너즈'는 플레이어가 조작할 수 있는 여지를 대폭 줄여놓고, 전략에 집중하게 만들죠. 다른 게임에서도 흔히 전략적 요소로 쓰이는 파티 구성, 스킬 사용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직접 전투를 수행하는 영웅은 탱커, 근접딜러, 원거리딜러, 마법딜러, 서포터로 나뉘고, 역할군 내에서도 서로 특징이 다릅니다. 여기에 독특한 점이 ‘선호하는 공격대상’이 있다는 점이죠. 예를 들어 근접딜러 홍길동은 마법공격력이 높은 적 마법딜러나 서포터를 노립니다. 대부분 후방에 위치한 상대이므로 전투가 시작되면 곧바로 적진으로 튀어나가죠. 그에 비해 구미호는 가장 가까운 적을 공격합니다. 가끔은 빈사상태의 적 딜러를 물어줬으면 하는데도 말을 참 안 듣죠.
▲ 캐릭터마다 스킬이나 선호 대상이 다릅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누구는 튀어 나가고 누구는 들어오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이처럼 AI들이 다 제각각인데 플레이어의 컨트롤은 몇 초마다 한 번씩, 공격 대상을 바꿔주는 수준에 그칩니다. 급변하는 상황에 빠르게 대처하기 힘들죠. 그렇기 때문에 싸우기 전에 아군과 적의 AI를 분석하고, 가장 뛰어난 선택을 내려야 합니다. 그리고 실제 전투에 들어가 의도가 얼마나 먹혔는지 지켜보게 되죠. 복잡한 컨트롤이 어려운 모바일 환경에 딱 맞기도 하고, 자동전투의 결과를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상황판만 보면서 만들어낸 전략이 딱 들어맞는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죠.
▲ 딜러님들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십시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때때로 공격을 집중하는 것도 중요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변수로 작용하는 것이 ‘전술카드’입니다. 적에게 일정한 피해를 입히는 심플한 ‘운명의 주사위: 피해’부터, 아군의 이동속도와 공격력을 높여주는 ‘속전 속결’ 등 다양한 전술카드가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필요한 순간에 카드를 쓰면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에 대응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게임이 캐릭터 배치로만 진행되지 않습니다. 자동 전투라고 해도, 나름 괜찮은 전략을 짰다고 해도 계속 지켜보게 되죠. ‘언제 전술을 발동할까’하고 말입니다. 이처럼 전략과 전술의 조화는 잘 맞아 떨어집니다.
▲ 다양한 전술카드를 활용하는 재미도 쏠쏠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리터너즈’를 즐기는데 캐릭터와 전술카드는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제작진의 승부수가 있습니다. 과금 없이도 캐릭터와 전술카드를 모두 얻도록 한 것이죠. 성능이 가장 좋다는 4성 영웅은 ‘탐험’ 25지역을 완벽하게 클리어하면 획득하게 됩니다. 업적을 달성하면 새로운 전술카드도 생기죠. 즉, 자신만의 파티와 조합을 꾸리는데 제약을 거의 없애버린 셈입니다. 누구나 시간을 들여 게임을 플레이하면 자기가 원하는 최강 조합을 만들 수 있습니다. 몇 퍼센트의 확률에 목을 매달지 않아도 말이죠.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데 이보다 강력한 동기부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 4성을 그냥 준다고요?!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리터너즈’의 핵심 콘텐츠인 PvP ‘리그’는 이러한 장점을 한데 모았습니다. 대부분의 모바일 RPG는 PvP 만큼은 컨트롤 요소를 배제하려고 노력합니다. 조작이 다소 어설퍼도 시간을 들여 파티를 키우면 승산이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서죠. ‘리터너즈’는 한술 더 뜹니다. 플레이어는 대전상대를 고를 수도 없고,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지도 못합니다. 전투가 다 끝난 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결과창을 보는 것뿐이죠.
▲ 대진표 짜듯이 상대가 결정됩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그렇다고 플레이어가 PvP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기기 위해서는 경기 시작에 앞서 상대방의 조합을 연구하고, 거기에 맞는 파티를 구성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시뮬레이션을 돌려서 부족한 점을 찾고, 그걸 보완하는 전술카드도 따로 배치하게 됩니다. 최강의 전략을 준비했다고 생각되면 빨리 경기가 시작하길 고대합니다. 과연 내 전략이 먹힐지, 아니면 상상치도 못할 반격에 고꾸라질지…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두근거리죠. 마치 ‘풋볼매니저’를 하다 밤을 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 전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 적진의 우측을 교란하는데 걸기로 합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결국 ‘리터너즈’는 자동사냥으로 게임을 채웠지만, 담고 있는 재미는 확연히 다릅니다. 간편하게 캐릭터들을 뚝딱하고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큰 그림’을 짤 수 있는지 도전장을 내밀죠. 말 안 듣는 AI들을 가르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그렇게 거둔 1승도 매우 값지게 느껴지죠. 그러다 보니 핸드폰을 계속 붙잡게 됩니다. 자동사냥에 거는 기대와는 정반대죠. 뭐 어떻습니까? 재밌으면 그만이죠.
▲ 자동사냥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습니다 (사진출처: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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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에버퀘스트 기행기를 읽던 제가 게임메카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언제까지나 두근거림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hunsang1230@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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