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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녀메카] 15년 동안 변하지 않은 순애보, D.C 다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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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기를 끌었던 게임들이 리메이크되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11월에는 넥스트플로어가 ‘창세기전’ 2편과 3편을 휴대용 콘솔로 리메이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게이머들 사이에서 큰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미소녀게임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많은 게임사들이 과거에 인기 있었던 자사의 게임을 리메이크하거나, 완결작을 다시 꺼내 속편을 출시하는 경우가 늘어났죠. 실키즈의 ‘애자매’, 스튜디오 에고의 ‘이즈모 4’, 리프의 ‘키즈아토’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오늘 소개할 작품은 꾸준한 ‘리메이크’와 ‘속편’ 발매로 무려 15년을 이어왔습니다. 첫 작품이 발매된 후, 지금까지 수많은 파생작과 팬디스크를 내면서도, 언제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서커스사의 간판 타이틀 ‘D.C 다카포’입니다.


▲ 벚꽃 만개한 섬에서 펼쳐지는 순애보 'D.C 다카포' (사진출처: 필자 찰영)

따스한 이야기를 미소녀게임에 담다, 서커스

‘D.C 다카포’의 개발사 서커스(CIRCUS)는 1999년에 설립된 일본 미소녀게임 개발사로, 산하에는 서커스(Circus), 노던(Northern), 페티시(Fetish), 메탈(Metal)이라 불리는 4개 개발팀을 두고 있습니다.

서커스는 기본적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 혹은 잔잔한 여운이 남는 이야기를 담은 미소녀게임을 선보여 왔습니다. 대표작 ‘최종시험 고래’와 ‘스이카’ 역시 미려한 스토리로 큰 인기를 끌었죠. 그리고 스토리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서커스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임 ‘D.C 다카포’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 '최종시험 고래(좌)'와 '스이카(우)'에서 서커스의 미려한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남녀의 순애물로 15년을 이어오다... ‘D.C 다카포’

‘D.C 다카포’는 2002년 발매된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남녀의 순수한 연애를 다룹니다. 1년 내내 벚꽃이 피어있는 ‘하츠네’ 섬을 배경으로, 다른 사람의 꿈을 보는 능력을 가진 주인공과 그 주위 여러 히로인들이 펼치는 일상을 그리죠. ‘D.C 다카포’의 줄거리는 이처럼 짧게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한 내용이나, 반전, 눈에 띄는 무언가가 없습니다.


▲ 눈에 띄는 느낌 없이, 게임은 주인공의 '순애'를 그린다 (사진출처: 필자 찰영)

이런 ‘D.C 다카포’가 크게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출시 당시 현지 미소녀 게임업계의 분위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90년대까지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이 주류를 이뤘으나, 2000년대부터 ‘에어’, ‘투하트’, ‘피아캐롯’ 등이 차례로 나오면서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연애 이야기, 혹은 절로 눈물이 흐를 정도로 슬픈 이야기가 대세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D.C 다카포’는 2002년에 출시된 게임입니다. 다시 말해, 가볍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앞세운 미소녀게임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해, 무거운 주제에서 밝은 테마로 전환되는 업계 흐름을 주도한 작품으로 주목 받게 된 것이죠. 여기에 흡입력 있는 시나리오와 매력적인 히로인과 적절한 BGM이 결합된 ‘D.C 다카포’는 수많은 유저를 끌어들이며, 단박에 서커스의 간판 타이틀로 떠올랐습니다.


▲ '다카포' 시리즈가 보여준 매력적인 히로인과...(사진출처: 필자 찰영)


▲ 흡입력 있는 시나리오로 큰 인기를 끌었다 (사진출처: 필자 찰영)

이와 같은 인기 속에서 ‘D.C 다카포’는 53년 후의 이야기를 그린 2편, 그로부터 17년 후의 이야기와 먼 과거까지 다룬 3편까지 이어집니다. 또한, 그 사이에 외전 이야기를 담은 수많은 ‘팬디스크’도 만들어지죠. 뿐만 아니라, TV 애니메이션 3부작, 게임 스토리를 담아낸 만화책, 총 20권에 달하는 소설 등 미소녀게임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모두 발을 들이며,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약하게 됩니다. 그리고 2016년 현재, 그 행보는 현재진행형입니다.


▲ 만화, 애니메이션... 그야말로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활약했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기나긴 ‘우려먹기’의 이면에는 두터운 팬층의 힘이!

15년이라는 긴 세월을 이어온 ‘다카포’ 시리즈는 현재까지 나온 작품만 무려 30작품이 넘습니다. 단일 시리즈로는 미소녀게임 역사상 가장 많은 시리즈가 나온 작품이죠. 주목할 점은 이 중 본편은 3편뿐이고, 나머지는 ‘쇼트 스토리’나 ‘팬디스크’와 같은 외전 격 타이틀이었습니다.

본편보다 외전 타이틀이 주를 이룬다는 점은 외부에서는 ‘우려먹기’라고 지적하기 딱 좋은 부분입니다. 그러나 ‘다카포’ 시리즈는 오히려 15년이나 그 인기를 유지하고 있죠. 그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바로 팬들의 강한 충성심과 이에 꾸준히 응답한 개발사 간의 ‘케미’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이쯤되면 '우려먹기' 소리가 절로 나올만하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사실 서커스는 ‘D.C 다카포’ 외에도, 자사 작품 중 인기가 있다 싶으면 바로 후속작을 내놓는 발 빠른 움직임으로 유명한데요. 시작 부분에 언급한 대표작 ‘최종시험 고래’와 ‘스이카’ 역시 후속작이 존재합니다. 다만, ‘다카포’ 시리즈와는 다르게, 대부분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지 못하였고, 결국 좋은 평가를 거두지 못해서 오랫동안 시리즈가 이어지지 못했죠.


▲ '스이카 2'는 큰 흥행에는 실패했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반대로 ‘다카포’ 시리즈의 경우 팬들의 애정에 힘입어 15년 넘게 여러 시리즈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극성팬으로 유명한 리프, 키, 타입문 과 같은 유명 개발사의 팬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애정이 깊죠. 이와 같은 애정은 서커스가 계속해서 시리즈를 개발할 수 있게 해주는 튼튼한 지지대로 통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행보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다카포’ 시리즈와 함께 서커스는 다른 오리지널 신작들도 준비했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는 대부분 실패의 쓴맛을 경험하고 말았죠. 그 때문인지, 서커스는 2011년 ‘스이카 2’를 발매한 이후로 ‘다카포’ 시리즈 외의 다른 작품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서커스 입장에서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다카포’ 시리즈의 판매량이 아직 준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서커스 입장에서는 신작을 시도하기보다 ‘다카포’ 시리즈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막강한 팬 덕분에, '다카포' 시리즈는 언제나 든든하다 (사진출처: 필자 찰영)

어쩌면, 이제는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

미소녀게임 유저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죽기 전에 ‘다카포’ 시리즈가 끝날까?”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의 ‘D.C 다카포’... 외부에서는 지나친 ‘우려먹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미소녀게임 업계의 불황으로 문을 닫는 회사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작 하나를 꾸준히 밀고 있는 서커스의 행보는 독특한 움직임이라기보다 어려운 업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높은 수익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던 미소녀게임 개발사 리리스 역시 ‘대마인’ 시리즈 하나를 주력으로 내세우며, 서커스의 행보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죠. 팬들의 지지와 개발사의 ‘올인’을 토대로, 15년간 굳건히 버텨온 ‘다카포’ 시리즈가 앞으로도 흥행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것은 분명하다 (사진출처: 필자 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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