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필드3를 위한 그래픽카드, 뭐가 좋을까?

배틀필드3가 장안의 화제다. 환율 문제와 HDD 파동으로 잔뜩 움츠러든 PC 시장이 FPS 게임 하나로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빛 좋은 개살구'로 불리는 스타크래프트2도, '문명하셨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낸 문명5도, DX11의 결정판이라 불린 '더트3'도 해내지 못한 일을 FPS 게임인 배틀필드3가 당당하게 해낸 것이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중고급 그래픽카드 판매량이 배틀필드3의 출시와 함께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계속되는 비수기에 울상 짓던 그래픽카드 업체의 입장에서 배틀필드3는 어둠 속 빛을 밝혀 준 등대와 같은 존재인 셈이다.

DX11 게임인 배틀필드3는 그래픽카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다른 어느 부품보다 그래픽카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저해상도라면 CPU 교체에 따른 영향을 어느 정도 받겠지만, 1600X1200 이상의 고해상도에서 게임을 즐기려 한다면 CPU보다는 그래픽카드 교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마 배틀필드의 그래픽 품질을 감안하면 저해상도보다는 고해상도에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더 많을 것이다.

물론 그래픽카드를 굳이 중급형 이상으로 교체하지 않아도 옵션을 낮추면 보급형 그래픽카드로도 어느 정도 수준의 플레이는 가능하다. 하지만 배틀필드3의 묘미는 단지 총을 쏘고 이기는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픽 옵션에 따라 게임의 분위기가 크게 차이 나기 때문에 저옵션(LOW)으로만 한다면 배틀필드3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 어렵다. 특히 고옵션(HIGH) 이상에서 느낄 수 있는 광원 효과나 연기, 파편 등의 그래픽은 이제까지 나왔던 FPS 게임에서 한 차원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화려한 그래픽을 자랑하는 배틀필드3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어느 정도 수준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할까? 현재 내가 갖고 있는 그래픽카드로 어느 수준까지 즐길 수 있을까? 배틀필드3를 매끄럽게 구동하기 위해 필요한 그래픽카드는 다음과 같다.

◆ 배틀필드3, 제대로 즐기려면?

배틀필드3의 그래픽 옵션은 LOW와 MEDIUM, HIGH, ULTRA 등 총 4단계로 나뉘며, 이에 따라 이방성 필터링이나 모션 블러, MSAA의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 다시 말해 그래픽 옵션의 높아질수록 빛 반사와 사물의 움직임, 파편 등 세세한 부분을 잘 표현하기 때문에 사실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다.

테스트는 싱글플레이 소드브레이커 (첫 전투 / 대규모 전투 / 전체 진행)를 기준으로 했으며, 대상 제품으로는 최근 중급형 시장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GTX560과 GTX560Ti, 그리고 하이엔드 제품인 GTX570과 RADEON HD6970을 선정했다. 또한 해상도는 모두 1920X1080로 진행했다. 

- 그래픽 옵션 '낮음 (LOW)'

먼저 그래픽 옵션을 낮음(LOW)으로 설정했을 때 평균 프레임 값을 구해봤다. 그래픽 옵션을 낮음으로 설정하게 되면 안티 앨리어싱 효과나 모션 블러, 이방성 필터링 등의 효과 역시 꺼지거나 최저로 설정된다.

테스트 결과 모든 제품이 초당 60~120 프레임을 상회하는 높은 점수를 냈다. 테스트 대상 제품군이 중급형 이상의 그래픽카드라 그런 것도 있지만, 그래픽 효과를 대부분 제외했기 때문에 GPU의 자원을 크게 활용하지 않은 것이라 풀이할 수 있다.

테스트 모델 중 가장 낮은 사양인 GTX560이 평균 68 프레임을 기록했고, GTX560Ti와 HD6970이 90 프레임에 가까운 점수를, GTX570이 110점대의 프레임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 그래픽 옵션 '중간 (MEDIUM)'

옵션을 중간으로 설정하게 되면 SSAO가 적용되고, 이방성 필터링이 2배에서 4배로 오르게 되고, 그만큼 그래픽 자원을 더 쓰게 된다. 당연히 프레임 또한 낮음으로 설정했을 때에 비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GTX560Ti와 HD6970의 프레임 차이가 두드러 진다. 옵션을 낮음으로 설정했을 때는 두 제품 간 차이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 테스트에서는 꽤 큰 차이로 벌어졌다. RADEON 계열의 그래픽카드가 옵션을 높일수록 조금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그래픽 옵션 '높음 (HIGH)'

그래픽 옵션을 높음으로 설정했을 때 덩달아 여러 가지 그래픽 효과들도 더욱 세밀해진다. 우선 이방성 필터링이 16배속으로 크게 늘었으며, HBAO 효과와 함께 안티 앨리어싱도 더 세밀해졌다. 이에 따라 그래픽카드가 하는 일이 더욱 늘어났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테스트 결과 여전히 GTX570이 가장 높은 프레임을 기록했다. 하지만 RADEON HD6970의 선전도 돋보였다. GTX560Ti와의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으며, 반대로 GTX570과는 차이가 줄었다. 아울러 GTX560 제품을 사용했을 때 높음 옵션까지는 무난하게 구동이 가능함을 알 수 있었다. 게임을 하는데 있어 끊김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기준이 30프레임임을 감안했을 때 GTX560은 40 프레임 이상을 기록했다. 때문에 큰 무리 없이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다.

- 그래픽 옵션 '울트라 (ULTRA)'

끝으로 그래픽 옵션 설정을 가장 높은 '울트라'로 설정했을 때 그래픽 성능을 알아봤다. 그래픽 옵션을 울트라로 설정하면 모든 효과가 최상으로 설정된다. MSAA는 4배속, 이방성 필터링은 16배속으로 설정된다. 자연스레 그래픽카드의 역할도 커지기 마련인데, 중저가형 그래픽카드로는 이 울트라 옵션을 모두 소화하기 힘들다.

울트라 옵션에서 그래픽카드의 성능을 측정한 결과 역시 GTX570이 가장 높은 점수를 나타냈다. 여기서도 HD6970의 성능 향상이 두드러졌는데, GTX570에는 다소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GTX560Ti보다는 크게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GTX560은 울트라 옵션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을 무리없이 즐길 수 있는 수치를 30프레임이라고 가정한다면 GTX560은 일부 구간에서 30프레임보다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다시 말해 GTX560을 사용하면 높음 옵션까지는 무난하지만 울트라 옵션으로 게임을 원활하게 즐기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 배틀필드3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GTX560Ti 이상 필요

배틀필드3는 DX11 게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사실 그 동안 DX11 게임은 꾸준히 출시됐지만 그 어느 게임도 감히 '성공' 또는 '대중화'라는 말을 붙이지 못했다. 잠깐의 이슈를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업체의 물량 공세에 의한 '억지 이슈' 또는 소수 마니아들의 가십거리에 불과했다.

배틀필드3는 다르다. 게임의 성향이나 그래픽 품질로 볼 때 크게 이슈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전망하는 이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역시 배틀필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그래픽이 좋아진만큼 요구되는 PC 성능 향상도 필요하다. 일반적인 DX11 게임이 GTX550Ti 정도가 기준이었다면 배틀필드3는 이보다 두 단계 이상 높은 GTX560Ti 또는 RADEON HD6950을 써야 원활한 게임 구동이 가능하다. 흔히 말하는 '고사양PC'가 필요한 것이다. 만일 배틀필드3의 실감나는 타격감과 사실적인 그래픽을 느껴보고자 하는 유저라면 이 부분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미디어잇 홍진욱 기자 honga@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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