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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카드 시장, 배틀필드 효과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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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PC가 처음 보급될 때만 해도 큼직한 소프트웨어 하나 나오는 것 자체가 큰 사건이었다. 그래픽 인터페이스가 크게 보강된 윈도우 3.0이 나왔을 때는 기존에 깔려 있던 대부분의 PC에서는 설치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웠다. 컬러 모니터가 흔치 않았던 시절에 등장했던 윙커맨더나 X윙 등 VGA 전용게임을 비롯해 CPU와 그래픽카드를 통으로 바꾸지 않을 수 없었던 팰콘 시리즈 등 늘 하드웨어 시장은 소프트웨어가 필요로 하는 수준의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해 왔다.

늘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되돌아 보면 역설적이게도 이런 현상들이 하드웨어의 발전과 성장을 강하게 이끌어 왔다. PC 시장이 한번씩 들썩였던 경우는 윈도우 95를 돌릴 고성능 PC가 필요했을 때, 3D 가속이 필수가 된 디아블로나 피파 같은 게임들이 떴을 때였다.


<PC가 느리던 시절에는 게임부터 OS까지 큼직한 소프트웨어의 등장은 곧 업그레이드로 이어졌다.>

현 세대보다 강력한 성능을 요구하는 소프트웨어의 등장은 더 빠른 하드웨어를 낳았고, 이는 곧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그러면 어느새 더 무거운 소프트웨어들이 하드웨어 교체를 부추기고... 소비자를 유혹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현재 눈 코 뜰 새 없이 발전한 PC 시장을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흐름이 멈췄다. 아니, 역전됐다. 특히 하드웨어 발전을 이끌어온 게임 시장이 그랬다. 하드웨어는 아쉬울 것 없이 빨라졌고 소프트웨어는 한정된 하드웨어 안에서 잘 돌아가게 하는 ‘최적화’가 이슈가 되었다. 실제 데이터 처리량보다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면 되었기 때문에 무거운 게임은 시장을 만들어내는 대신 그 자체가 묻혀버리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요 몇 년간 그래픽카드 업체들이 마케팅 포인트로 집중한 것 중 하나는 다이렉트 X다. 다이렉트 X는 버전 10이 넘어가면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래픽의 발전을 이뤘지만 대중화에는 실패했다. 새 API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결국 대부분의 게임들이 여전히 다이렉트 X 9 버전으로 나오는 현상을 빚었다.


<다이렉트 X 10과 11의 화려한 그래픽은 벤치마크 툴에서밖에 볼 수 없었다.>

다이렉트 X는 자잘한 업데이트를 했지만 결국 세대 교체를 앞당겨 11버전을 내놓았다. 픽셀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테셀레이션을 비롯해 화면을 매끄럽게 다듬는 안티앨리어싱까지 넣었지만 10 버전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서인지 게임들이 여전히 흔치 않다.

그런데 최근 등장한 배틀필드 3가 다이렉트 X 11과 고성능 그래픽카드 수요를 이끌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다이렉트 X 11을 이용한 효과들이 많이 들어가 옵션에 따른 게임 효과가 다르다는 것은 여타 게임들과 같지만 ‘왜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써야 하는가?’에 대한 확실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게임 흥행과 맞물려 긍정적인 효과를 낳고 있다.

배틀필드 3를 PC 시스템적인 측면으로 보면 무엇보다 그래픽카드의 자원을 잔뜩 끌어다 쓴다는 것이 특징이다. 게임 자체가 CPU의 역할을 거의 활용하지 않고 대부분의 작업을 GPU에 몰아주고 있고 그 효과가 확실히 드러난다. 배틀필드 3는 PC와 플레이스테이션 3, 엑스박스 360 등 멀티 플랫폼으로 등장했지만 PC에서 가장 좋은 그래픽을 낼 만큼 다이렉트 X 11의 자원을 잘 활용했다.

<> 엔비디아와 AMD의 그래픽카드 판매량. 배틀필드 3가 나오기 전부터 판매량이 늘어나기 시작해 게임이 출시된 10월 마지막 주에는 두 배 가까이 많이 팔렸다.(자료 출처 : 다나와)


또한 AMD의 다중 디스플레이 기술인 아이피니티로 여러 대의 모니터를 연결하면 시야를 넓힐 수 있고, GPU 제조사들이 강조하는 3D 스테레오 스코픽 효과도 훌륭하다. SLI나 크로스파이어의 효과도 충분히 내는 등 그간 PC와 게임 시장에서 공들여 만들어 온 기술력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종합세트라 할 만 하다. 또한 꼭 고성능 PC가 아니어도 옵션을 낮추어 게임의 재미를 맛볼 수 있게 해 대중성까지 사로잡았다는 것도 높이 살 만하다.

배틀필드 3 덕에 PC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하드디스크 가격 폭등과 연이은 경기 불안정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PC 시장이지만 그래픽카드만큼은 배틀필드 3가 나온 10월 말을 기점으로 살아나고 있다. 특히 AMD는 Radeon HD 6850이 배틀필드 3 출시 전보다 두 배 가까이 판매량이 늘었고 가격과 성능이 더 높은 6870도 판매가 눈에 띄게 늘었다. 엔비디아도 마찬가지로 10월 다섯번째 주 판매량이 크게 늘어 지포스 GTX 560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다소 높은 가격대인 560Ti도 두 배 가까이 팔려 나갔다.


<다이렉트 X 11과 GPU의 기술들을 십분 활용한 게임 진행이 고성능 그래픽카드 구입을 부추긴다.>

덕분에 다소 정체기에 있었던 그래픽카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는 평이다. 그 동안 특징이라고 말로만 외쳐오던 다이렉트 X 11의 파괴력과 이를 더 원활하게 해줄 고성능 그래픽카드의 효과를 가장 잘 보여준 케이스로 보인다. 이엠텍의 오병찬 팀장은 “오랜만에 등장한 대작 패키지 게임으로 PC 시장에 활력이 됐다. 이는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 붐으로 이어졌고 특히 GTX560 이상의 고성능 그래픽카드 시장이 자리잡는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반가운 것은 배틀필드 3에 이어 콜 오브 듀티, 엘더스크롤 등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제대로 활용하는 새 대작들이 속속 대기 중이다. 배틀필드 3의 인기가 낳은 효과는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제대로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미디어잇 최호섭 기자 notebook@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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