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스/파워서플라이 제조사인 쓰리알시스템(3R
SYSTEM)과 히로이찌(Heroichi) 파워서플라이의 유통사인 히로이찌 코퍼레이션이 최근
파워서플라이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쓰리알시스템에서
지난 9월에 출시했던 'AK 500' 파워서플라이. 당시 쓰리알시스템은 이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국내 시장에 출시하면서 큰 이슈를 모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제품을
단종시키며 소비자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얼마 후 쓰리알시스템은 다나와
상품 게시판과 홈페이지를 통해 AK 500 파워서플라이의 단종에 대한 해명 글을 올렸다.
당시 'AK 500' 파워서플라이는 중국의 주맥스라는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고, 주맥스는 대만 파워서플라이 제조사인 탑파워의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그런데 국내 파워서플라이 유통업체인 히로이찌사가 탑파워(Topower)에 압력을 넣어
쓰리알시스템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히로이찌측도
반박글을 통해 "주맥스는 대만 탑파워의 자체 브랜드다. 때문에 주맥스에서 해외로
판매되는 모든 제품은 탑파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주맥스를 통해 만들어진
'AK 500'는 탑파워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쓰리알시스템으로 유통된 것이다.
히로이찌는 이 부분을 탑파워 측에 문의했으며, 탑파워
또한 이 상황을 알고 주맥스에 제품 출고 정지 명령을 내린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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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발단이 되었던 AK 500 모델
이렇듯
양쪽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양사간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 쓰리알시스템 "대기업의 횡포. 우리는
피해자다"
쓰리알시스템에
따르면 'AK 500' 파워서플라이는 중국의 파워서플라이 제조 공장인 주맥스(ZUMAX)와
6개월 이상 공동 개발을 거쳐 만들어진 제품이다.
하지만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국 주맥스 공장에서 돌연 제품의 출고 정지 요청을 받았고,
어쩔 수 없이 단종 처리하게 됐다. 대만의 파워서플라이 제조사인 탑파워가
주맥스에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는 것.
쓰리알시스템은 주맥스 공장 지분의
상당 부분(약 60% 이상)을 탑파워에서 갖고 있으며, 주맥스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절반 이상이 탑파워 제품이라 이 요청을 어쩔 수 없이 들어줬다고 한다. 즉 탑파워는
주맥스의 최대 주주이자 최대 고객이라는 얘기다.
▲
주맥스와 쓰리알시스템이 9월 15일에 작성한 계약서 원본. 여기에는 'AK 시리즈
파워는
OEM 상품으로 Topower 와 Zumax 와는 무관한 상품이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탑파워가 주맥스에 이런 요청을 한 이유는 국내 파워서플라이
유통사인 히로이찌 코퍼레이션에서 탑파워에 요청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히로이찌
코퍼레이션이 유통 중인 ‘탈론’ 파워서플라이가 ‘AK 500’과 같은 기판에서 만들어졌지만,
소위 말하는 가격대비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두 제품이 비교될 것을 우려, 탑파워에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쓰리알시스템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주맥스와
탑파워는 엄연히 다른 법인이기 때문에 우리가 AK 500 파워서플라이를 들여오는데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탑파워가 주맥스에 압력을 행사한
것은 제품 판매 감소를 우려한 히로이찌의 비상식적 행위로 풀이될 수 있다. 쓰리알시스템은
AK 500 파워를 만들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지만, 한 순간에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다.
결국 이번 사건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쓰리알시스템이다”라고 주장했다.
- 히로이찌 “주맥스는 탑파워의 자체 브랜드,
본사 모르게 제품을 판 것은 상도덕 문제”
히로이찌는 쓰리알시스템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한 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다. 주맥스는 분명 탑파워의
자체 브랜드로 단순히 파트너사 혹은 주주가 아니라 ‘모회사’의 개념이라는 것.
탑파워는
주맥스의 모회사로써 주맥스의 해외 판권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갖고 있으며, 때문에
주맥스 제품은 자체 브랜드가 됐든 OEM이 됐든 해외로 나가기 전에 반드시 탑파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쓰리알시스템의 경우 이런 과정 없이 본사 모르게 제품을
들여왔고, 이는 엄연히 상도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AK 500’이 품질 좋고,
가격 저렴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이는 비정상적인 루트를 통해 들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며, 탑파워 본사와 정식으로 협의하고 제품을 들여왔더라면
이런 가격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탑파워에서 히로이찌로 보내온 공문의 번역본
게다가 탑파워 홈페이지에 엄연히
주맥스라는 브랜드가 자사의 제품이라고 등록돼고, 이런 상황에서 주맥스를 탑파워와
전혀 다른 회사로 본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탑파워 본사 역시 국내에 공문을 보내 ‘탑파워는 주맥스의 최대 주주로 해외 판권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갖고 있다. 주맥스 공장에서 쓰리알시스템의 제품을 제작했다는
것은 우리로써는 충격적인 일이다. 쓰리알시스템의 이번 행위에 실망스러움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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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맥스 공장 내부 전경
- 가시지 않는 논란 '진실은
오리무중'
두 업체의 진실 공방은 여전히 유저들 사이에서 논란 거리가
되고 있으며, 파워 업체 관계자들 역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히로이찌측에 따르면
탑파워 회장은 오는 연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이때 좀 더 자세한 사실이 밝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진실 여부를 떠나 대한민국 PC 업계에서 명망있는
두 업체가 이런 식의 난타전을 벌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한 유저들의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두 업체 모두 불필요한 소모전을 지양하고,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서로 양보하고,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미디어잇 홍진욱 기자 honga@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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