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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하면 가격을 낮춰주는 것은
일종의 관행인데, 오히려 더 비싸게 받는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말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해가 간다.
가지고 있는 재고가 머지않아 동나는 상황인데다 추가 물량이 언제 들어온다는 기약도
없고, HDD의 가격도 천정부지로 뛰고 있어 가격을 낮춰 받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재고가 있다 한들 현재 가격에 한꺼번에 팔 수도 없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 하드디스크
가격, 새로고침 한 번에 1,000원씩 오른다
태국 홍수로 인해 하드디스크의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오죽하면 새로고침을 누를 때마다 1,000원씩 오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HDD의 가격은 지난 3주간 무려 세 배 가까이 뛰었다.
하드디스크가 등장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굳이 따진다면 태국에 비를 뿌린 하늘을 원망해야 할 것이다. WD와 씨게이트는
HDD의 상당 부분을 태국에서 생산하고, 다른 HDD 업체 역시 핵심 부품을 태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당장은 HDD가 직격탄을 맞았지만, HDD를 기반으로 하는 외장하드,
스토리지, 브랜드PC 등 모든 제품이 머지않아 가격 상승 폭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래의
표를 보면 HDD 가격 상승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는지 알 수 있다. 현재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WD 500GB'는 1주일 만에 무려 3만 6천원(이하 다나와 최저가)이나 올랐다. 9월과 비교하면 거의
세 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WD 1TB' 제품도 마찬가지로 1주만에 3만 7000원,
한 달 반만에 8만 4000원이 올랐다. 씨게이트나 삼성전자, 히타치의 제품도 상황은
마찬가지. 대부분 1주만에 30~40% 가량 가격이 뛰었다. 폭등이라는 말로도 모자란
수준이다.
제품명 |
9월 13일 |
10월 24일 |
11월 1일 |
WD 500GB WD5000AAKX (SATA3/7200/16M) |
3만 9200원 |
6만 3000원 |
9만 9000원 |
WD 1TB WD10EALX (SATA3/7200/32M) |
5만 8000원 |
8만 7000원 |
14만 4000원 |
Seagate 2TB ST2000DL003 (SATA3/5900/64M) |
7만 6600원 |
11만 0000원 |
15만 9000원 |
삼성전자 500GB HD502HM (SATA3/7200/16M) |
4만 1300원 |
6만 2000원 |
9만 8000원 |
Seagate 500GB ST3500413AS (SATA3/7200/16M) |
3만 8800원 |
6만 1500원 |
9만 8000원 |
삼성전자 1TB HD103SM (SATA3/7200/32M) |
5만 9800원 |
8만 7000원 |
14만원 |
Seagate 1TB ST31000524AS (SATA3/7200/32M) |
5만 7400원 |
8만 4000원 |
13만원 |
WD 2TB WD20EARX (SATA3/5400/64M) |
7만 8500원 |
11만 8200원 |
16만 8,550원 |
Hitachi 500GB 7K1000.C (SATA2/7200/16M) |
3만 8400원 |
6만 8710원 |
9만 9000원 |
삼성전자 500GB HD502HJ (SATA2/7200/16M) |
4만 4000원 |
6만 5000원 |
10만 7,400원 |
<출처 : 다나와>
- 용산 상인들이 폭리를 취한다? '우리도 힘듭니다'
HDD 업계 관계자들은 HDD의 가격이 연말까지
더 오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장 2~3주 정도 판매할 수 있는
재고는 있지만, 적어도 올해 연말까지는 제품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웨스턴디지털의 관계자는 '당장 복구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으며, 씨게이트의 관계자 역시 '빠른 복구를 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편을 생각하고
있지만,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저들이
HDD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현상에 대해 HDD를 판매하는 일부 상인들의 지나친 상술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량이 없으니 오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보다 더 저렴하게
팔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비싸게 받는 다는 것.
하지만 이 점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판매점마다 재고의 차이가 있어 가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결코 폭리를 취하는 일은 없다고 해명한다. 대다수의
판매점들은 국내 하드디스크 총판을 통해 제품을 받고 있지만, 아이코다나 컴퓨존 같은
큰 쇼핑몰이 아닌 이상 며칠 분량의 재고조차 보유하기 어렵다.
용산서 만난 한 유통사 관계자는 "일부 유저들이 하드디스크 가격이
오르는 것을 상인들의 농간이라고 말하는데, 억울하다. 공급량이 줄어들면 가격이
뛰는 것은 당연한 시장의 논리다. 폭리를 취한다고 하지만, 새로 들어오는 물량이
없기 때문에 갖고 있는 재고만으로 몇 달을 버텨야 한다. 차라리 돈을 적게 받더라도
많이 파는 것이 더 낫다. 지금같은 상황이면 소비자나 판매자 모두가 손해지, 결코
어느 한쪽만 이익을 보는 일은 없다. 안 그래도 힘든데 이번 일로 인해 PC 시장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다"라고 말했다.
미디어잇 홍진욱 기자 honga@i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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