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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작품이 많기로 유명한 일본 게임계에서도 니폰이치 소프트웨어는 유독 눈에 띄는 개발사다. 이른바 ‘야리코미(やりこみ, 파고들기)’ 요소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SRPG ‘마계전기 디스가이아’부터 퍼즐, 전략, 공포, 심지어 미소녀 연애물까지 장르 스펙트럼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비교적 작은 규모에도 매년 4~5개 게임을 선보일 정도로 다작을 하고, 그것을 모두 평작 이상으로 뽑아내는 저력을 지닌 회사다.
국내에는 오랫동안 ‘디스가이아’ 개발사 정도로 마니아 사이에서만 알려져 있었으나, 2014년부터는 大한국어화 시대의 순풍을 타고 여러 작품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시장성이 불투명한 ‘요마와리’부터 아청법의 준엄한 심판이 걱정(…)되는 ‘크리미널 걸즈’까지 가리지 않고 한국어화에 나선 용자 인트라게임즈의 활약이 있었다.
인트라게임즈는 28일(목), 서울 신대방삼거리 우나앤쿠에서 니폰이치 니이카와 소헤이 대표 및 마츠다 타케히사 어시스턴트 디렉터 방한 미디어 간담회를 개최했다. 현장에 자리한 니이카와 소헤이 대표는 한국 시장에 대한 자사의 비전을 밝히고, 최근 일본 출시된 신작 ‘루프란의 지하미궁과 마녀의 여단(이하 루프란)’과 ‘신 하야리가미 2’에 대하여 소개했다. 두 작품은 모두 연내 한국어화 정식 발매될 예정이다.
▲ 니폰이치 소프트웨어 마츠다 타케히사 AD(좌)와 니이카와 소헤이 대표(우)
니폰이치 최초의 던전 RPG ‘루프란의 지하미궁과 마녀의 여단’
‘루프란’은 니폰이치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던전 RPG다. 플레이어는 마녀 ‘드로니아’의 책 ‘요로역정’이 되어 그녀를 위해 고대의 지하미궁을 공략해야 한다. 지하미궁은 강렬한 독기와 위협적인 괴물들이 산재해 있어 평범한 인간은 1시간도 채 버틸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을 닮은 ‘인형병’으로 여단을 편성해 미궁을 돌파해야 한다.
‘루프란’은 출시 첫 주에 품절 사태를 일으킬 정도로 일본에서 반응이 좋았다. 니폰이치는 던전 RPG 개발의 노하우도 없는데,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나?
마츠다 AD: 던전 RPG는 대체로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걸 뒤집어보고 싶었다. 장르의 저변을 넓혀 더 많은 유저가 입문할 수 있도록 편의 기능에 신경을 썼다. 가령 기존에 던전 RPG는 적이 어디에 있는지 미니맵에 표시해주지 않지만 ‘루프란’에서는 전부 보인다. 아울러 ‘역정 스킬’이라는 특수기를 이용해 막힌 길을 뚫거나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여러 독창적인 콘텐츠를 통해 던전 RPG을 오래 즐겨온 유저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보통 경쟁작들은 네다섯 캐릭터가 함께 모험을 하지만 ‘루프란’은 5개 분대에 8명씩 ‘인형병’을 배치하여 최대 40명을 한꺼번에 통솔할 수 있다. 마법이라 할 수 있는 ‘도남’이나 연계기 ‘공진’ 그리고 앞서 언급한 ‘역정 스킬’도 호평을 받았다.
▲ 니폰이치 최초의 던전 RPG '루프란', 일본에서 호평 속에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다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던전 RPG가 스토리로 호평 받은 사례가 거의 없는데, '루프란은 스토리에 대한 칭찬이 많다.
마츠다 AD: 보통 던전 RPG는 스토리에 그다지 힘을 쏟지 않지만 ‘루프란’은 처음부터 몰입도 높은 스토리를 보여주자는 개발 노선이었다. 이러한 방향성이 유저들의 바람과 맞아떨어진 것 같다.
전작 ‘마녀와 백기병’에 이어 또다시 마녀가 제목에 들어간다. 두 작품은 시리즈물인가?
마츠다 AD: 이즈미 디렉터가 전작 ‘마녀의 백기병’을 만들며 구상한 내용을 토대로 던전 RPG를 만들어보자고 착안한 결과가 ‘루프란’이다. 일부 설정을 공유하긴 하지만 완전 신작으로 상정하고 개발했으므로 ‘마녀의 백기병’을 안 해봤더라도 즐기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니폰이치 작품들은 각 주인공이 다른 게임에 찬조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디스가이아’나 ‘신 하야리가미’ 캐릭터를 ‘루프란’에 출연시킬 예정은 없나?
마츠다 AD: 이즈미 디렉터가 원치 않아서 타 게임 캐릭터가 나오긴 힘들듯 하다. 다만 향후 신작에 ‘루프란’ 주인공이 출연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 아쉽게도 '루프란'에서 '디스가이아'의 마왕을 만나긴 힘들어 보인다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니폰이치 하면 끊임없는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는 콘텐츠가 특징인데 ‘루프란’에도 ‘파고들기’ 요소가 있나?
마츠다 AD: 평범하게 플레이해도 엔딩까지 60시간 정도 걸리므로 상당히 오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디스가이아’ 정도로 본격적인 ‘파고들기’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인형병’은 남녀로 구분되는데, 몇몇은 성별이 아예 없는 것 같다.
마츠다 AD: 설정상 실패작으로 분류되는 일부 ‘인형병’은 중성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직접 게임을 즐기며 확인하기 바란다.
▲ 저마다 성별이 있는 '인형병', 그런데 중성도 있다고!?
원작으로의 회귀, 니이카와 대표가 직접 지휘하는 ‘신 하야리가미 2’
‘신 하야리가미’는 과거 니폰이치가 개발한 공포 추리게임 ‘하야리가미’의 리부트작으로, 여형사 호죠 사키가 각종 도시괴담에 기반한 엽기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린다. 국내에도 지난 2015년 한국어화 정식 발매되어 공포물 팬덤의 호평을 받았으며, 후속작 ‘신 하야리가미 2’도 연내 정식 발매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작은 원조 ‘하야리가미’를 개발한 니이카와 대표가 직접 원안 및 검수를 맡아 더욱 기대를 모은다.
‘신 하야리가미’는 일본 현지에서는 평이 그다지 좋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후속작에서 어떠한 부분이 개선됐나?
니이카와 대표: ‘신 하야리가미’는 ‘하야리가미’ 3부작과 게임 구성이 많이 다른데, 원작을 즐겼던 팬들은 ‘이것은 하야리가미가 아니다’라며 실망했다. 2편에서는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여 원작의 특징적인 요소를 부활시켰다. 대표적으로 완결성 있는 이야기가 병렬로 배치되는 옴니버스 방식과 ‘과학’과 ‘오컬트’루트 분기, 자문자답으로 추리를 하는 ‘셀프 퀘스천’ 시스템 등이다. 다만 한국 유저는 ‘신 하야리가미’로 시리즈를 처음 접했으니 되려 2편이 어색할 수도 있겠다.
▲ '하야리가미' 3부작을 만든 니이카와 대표가 직접 검수한 '신 하야리가미 2'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하야리가미’ 시리즈는 게임에 등장하는 도시괴담을 알고 있어야 재미가 배가된다. 이런 부분이 해외 전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데, 한국의 도시괴담을 차용할 생각은 없나?
니이카와 대표: 아무래도 일본을 무대로 한 도시전설을 소재로 삼다 보니 해외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곤 한다. 헐리우드 좀비 영화가 세계적으로 흥행을 하듯, 공포라는 인간의 근원적 감정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한국을 비롯한 해외 괴담을 시나리오로 직접 쓰기는 어렵지만, 게임 내 괴담 데이터베이스에 소개하는 방안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
원작에 비해 ‘신 하야리가미’는 시각적인 그로테스크함이 강조됐다. 2편도 마찬가지인가?
니이카와 대표: 상하 혹은 좌우로 잘린 여성 같은 충격적인 그림이 몇 장 나오긴 한다. 다만 내가 추구하는 공포란 자극적인 장면으로 놀라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글이나 얘기를 들었을 때 곱씹어 보면 오싹한, 상상하면 소름이 돋는 그러한 심리적 공포다. 따라서 전작만큼 그로테스크하진 않을 것이다.
▲ 크로테스크한 장면이 많았던 '신 하야리가미', 2편에서는 조금 완화된다고
(사진출처: 공식 홈페이지)
이번 작의 무대 G현은 니폰이치가 위치한 기후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니이카와 대표의 자택도 등장하는데, 혹시 성지순례를 오는 유저도 있나?
니이카와 대표: 글쎄, 내가 모르는 사이에 왔다 갔을지도 모른다(웃음). 벌써 20년 넘게 기후현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다. 도쿄처럼 대도시가 아니라 조용한 시골이다. 게임을 통해 이곳을 알리고픈 마음이 크고, 그래서 ‘신 하야리가미 2’에도 여러 가지 지역 명물이나 볼거리를 삽입했다. 먹거리에 대한 내용도 많으니 한국 유저 여러분도 꼭 들려서 소바야끼를 먹어보길 바란다. 아, 기후현은 ‘아이유’라는 물고기도 유명한데, 굉장히 맛있다!
최근 VR(Virtual Reality, 가상 현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포는 VR과 잘 어울리는 장르인데 ‘신 하야리가미’가 VR기기를 지원할 계획이 있나?
니이카와 대표: 일본과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VR이 화제다. 하지만 아직 회사 내적으로 VR을 어떻게 다뤄야 좋을지 결정이 나지 않았다. VR의 핵심이 생생한 체험이란 측면에서 공포와 상성이 좋다고 생각한다. 만약 니폰이치에서 VR게임 개발에 착수한다면 공포 게임이 될 것이다.
▲ VR게임을 만든다면 역시 공포라며 티셔츠를 내보인 니이카와 대표 "오마에다!!"
꾸준한 한국어화 정식 발매에 고마워하는 국내 팬이 많다. 한국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니이카와 대표: 일본은 게임 시장이 나날이 축소되어 많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시기일수록 아시아 지역으로의 진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초로 한국어화된 니폰이치 게임은 2002년작 ‘라 퓌셀: 빛의 성녀 전설’이다. 그 후 ‘디스가이아’와 ‘마녀와 백기병’처럼 대형 타이틀을 한국에 선보이기 시작했는데 설마 ‘신 하야리가미’처럼 마니악한 작품까지 선보이게 될 줄은 몰랐다. 다양한 게임을 소개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모두가 한국 팬들의 큰 사랑과 성원 덕분이다.
니폰이치 소프트웨어는 세계 어느 게임사와 비교해도 장르 스펙트럼이 독보적으로 넓은 게임사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니이카와 대표: 니폰이치는 결코 큰 회사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평범한 작품을 만들어봤자 대기업과 승부가 되질 않는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것을 찾고 도전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계전기 디스가이아’가 성공하며 어느 정도 안정적인 팬층을 확보했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더 신선하고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니폰이치 스타일이다.
▲ 끊임 없는 도전으로 사명 그대로 '일본 제일'을 꿈꾸는 니폰이치 소트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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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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