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엑스컴 2'가 지난 5일 국내 정식 발매됐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문명’과 함께 파이락시스게임즈의 간판 타이틀 ‘엑스컴’ 시리즈 최신작 ‘엑스컴 2’가 지난 5일(금) 한국어화를 거쳐 정식 발매됐다. 4년만에 발매되는 정식 후속작답게, 이번 작품은 출시 전부터 그야말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외계인이 지구를 정복했다는 독특한 설정, 그리고 그런 세계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진화한 강력한 적은 오랜 시간 차기작을 기다려온 ‘사령관’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직접 플레이해본 ‘엑스컴 2’는 실제로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턴제로 격자무늬 전장에서 싸우는 방식은 여전하지만, 외계인과의 대결 구도 확립, 강화된 병과, 잠행 등 새로운 시스템으로 더욱 치밀해진 전장과 기지 관리를 경험할 수 있었다. 여기에 그래픽과 연출 강화, 몰입감 있는 스토리 등은 그야말로 ‘완성형’에 가까운 재미를 선보였다. ‘엑스컴 2’와 함께한 설 연휴는 모처럼 대작을 잡았다는 기쁨 때문인지, 번개와도 같이 빠르게 흘러갔다.
▲ '엑스컴 2' 공식 트레일러 (영상출처: 공식 유튜브 채널)
‘열세’ 뒤집는 ‘쫄깃함’은 일품
이번 ‘엑스컴 2’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게릴라’ 수준으로 전락한 ‘엑스컴’이 플레이어를 맞이한다. 외계인이 지구를 정복한 설정답게, 보유한 장비도 재래식에 가깝고, 파괴된 지하기지 대신 외계인의 비행선을 탈취해 간신히 만든 공중 기지 ‘어벤저’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아주 열악한 건 아니지만, 플레이어가 사라진 20년 사이에 ‘엑스컴’ 상황이 얼마나 안 좋아졌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 실제로 게임 내에서 '엑스컴'은 거의 반란군 취급이다
이렇게 간신히 명맥만 이어가고 있는 ‘엑스컴’과 달리, 승승장구한 외계인은 이전에 비해 훨씬 강해졌다. 지구를 정복하면서 외계인들은 이제 본 모습을 드러내거나, 인간 유전자를 이용해 더욱 강화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 예로, 작고 볼품없던 ‘섹토이드’는 신장이 늘어나고, 보유한 사이오닉 능력까지 한층 강화되면서 초반부터 플레이어를 압박해온다.
정장을 입었던 전작의 ‘씬맨’도 이제는 본 모습인 ‘바이퍼’라는 이름으로 재등장한다. 뱀의 형상을 띤 ‘바이퍼’는 혀를 이용해 아군을 끌어들이고, 몸으로 옭아매는 무지막지한 능력을 선보인다. 이 외에도 공격을 받으면 분열하는 ‘코덱스’부터, 기계 병기인 ‘섹토포드’ 등 개성 넘치는 적들이 플레이어를 전장에서 맞이한다.
▲ 저렇게 먼 거리지만, 단번에 대원을 끌고 가버리는 '바이퍼'
▲ 이제 웃으면서 상대하던 외계인은 어디에도 없다
직접 플레이해보면, 난이도가 급상승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초반부터 엄청난 사정거리를 가진 특수 기술과 긴 이동거리로 무장한 외계인들은 끊임없이 대원들을 괴롭히고, 여기에 대부분 임무마다 턴 제한까지 붙으면서 쉴 틈마저 주지 않았다. 이런 두 가지 악조건이 전장에 더해지면서, 미션 실패는 기본이거니와 애지중지 육성했던 대원이 툭하면 사망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오죽하면, ‘세이브’와 ‘로드’ 기능이 사령관의 가장 큰 무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다행히 게임이 무작정 어려워지기만 한 건 아니다. 전작보다 병과 기본 능력이 강화되고, 새롭게 도입된 ‘잠행’과 ‘해킹’ 등 주요 전투 시스템 덕분에 플레이어 전술 선택지는 늘어났다. 먼저 병과는 기존작에서 선보인 5개 병과를 계승하고 있지만, 부족한 능력이 보완되거나, 강화되는 식으로 변경됐다. 가령, 원거리에서 적을 노리던 ‘저격병’은 근거리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권총 사격’이 추가되고, 반대로 근거리에 특화된 ‘돌격병’은 적을 칼로 베어버리는 능력이 생기면서 특기 분야가 더욱 강화됐다.
▲ '돌격병'은 새롭게 칼을 이용한 공격이 추가됐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 권총을 사용하는 '저격병'도 나름 발군의 능력을 보인다 (사진출처: 공식 웹사이트)
전장에서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건 바로 ‘잠행’이다.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대부분 ‘잠행’ 상태로 전투에 임하게 된다. ‘잠행’ 상태에서는 일정 범위 밖에 있는 적에게 들키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로 하여금 보다 전략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게 해준다. 실제로 미리 대원들을 준비한 상태에서, 단 한번의 공격으로 적을 몰살시킬 때는 짜릿할 정도였다.
이 밖에도, 공격하면 폭발하는 드럼통이나 자동차와도 같은 사물, 일정 확률에 따라 적 기계 병기를 교란할 수 있는 ‘해킹’ 등 다채로운 신규 요소들을 전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전투 자체의 난이도는 높았지만, 오히려 이런 다채로운 기능과 병력 활용으로 임무를 완수했을 때의 달성감은 마치 ‘역전용사’라도 된 느낌을 줬다.
▲ 보통 임무에 돌입하면, 대원 모두 '잠행' 상태로 시작한다
▲ '해킹'을 이용하면, 더 효율적으로 기계 병기들을 상대할 수 있다
역전된 입장, 더욱 치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쫄깃한’ 재미를 선사하는 전투와 마찬가지로, 기지 관리도 신경 쓸 부분들이 크게 늘었다. 사실 전작에서는 기지를 관리할 때, 단순히 위성을 띄우고 조금씩 기지를 알차게 채워나가는 ‘타이쿤’의 느낌으로 임했다. 그러나 이번 ‘엑스컴 2’에서는 무기 개발하랴, 특별 임무 수행하랴, 타 지역으로 이동하랴... 그야말로 무언가에 쫓기는듯한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런 경험을 선사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건 바로 ‘외계인과의 대결 구도’다. 이번 작품에서는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외계인도 스스로 발전하면서, 점차 자신들의 목표인 ‘아바타 계획’을 이루기 위해 행동한다. 특히 외계인도 마치 ‘엑스컴’처럼 비밀기지를 지어가면서, 암암리에 이런 활동을 진행한다. 마치 세계멸망 카운터처럼 ‘아바타 계획’ 성립을 위한 칸들이 점차 차오르기 때문에, 전투와는 또 다른 압박감을 기지 관리에서도 경험할 수 있다.
▲ 이제 외계인도 가만히 있지는 않는다...
▲ 외계인이 세운 시설을 파괴하지 않으면 계속 진척도가 오른다
그렇다고 무작정 비밀기지를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대부분 기지는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데, 이를 습격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에 위치한 ‘저항군’과 접촉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접촉하는데도 자원과 시간이 들어가고, 미리 개방된 지역과 인접해야만 접촉할 수 있어, 행여라도 멀리 있는 지역에 외계인 기지라도 설치되는 날에는 그야말로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저 앉은 자리에서 보급품을 받았던 전작과 달리, 이제는 직접 보급품도 수령하고, 여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벼야 한다. 이렇게 간신히 모은 보급품으로 병력을 모집, 내부 시설 증축, 새로운 장비 개발을 진행하다보면 금새 또 자원이 바닥이 나버린다. 결과적으로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도저히 시간과 자원이 남아나질 않을 정도다.
▲ 보급품 받으랴... 임무 수행하랴...
▲ 가끔 이렇게 개방하지 않은 지역에 비밀 기지가 건설되면, 난감해진다
다만, 이런 점이 그리 나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전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인 관리의 재미는 상승한 느낌이다. 특히 외계인과 전면대결이라는 설정답게, 외계인의 활동을 방해하는 임무들은 조금 더 명확한 목표와 명분을 제시해주는 느낌이다. 여기에 이런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내며, 새로운 장비를 대원들에게 장착했을 때의 성취감은 그야말로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다.
진정한 구원자로 거듭난 ‘사령관'... 스토리 몰입도까지 잡았다
전반적인 플레이는 전작과 비교했을 때,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실제로 전장에서는 전멸이 일상이고, 기지 관리에서는 가끔 임무를 방치했다가 엄청난 기세로 ‘아바타 프로젝트’ 수치가 차오르는 모습을 보고 기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번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최고의 매력은 바로 스토리에 있었다.
사실 전작 ‘엑스컴’은 게임성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스토리는 오히려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평을 들은 바 있다. 실제로 지금 당시 게임 플레이를 생각하면, 특별히 기억나는 장면이 전혀 없다. 이번 ‘엑스컴 2’는 이런 스토리 몰입감의 부재를 만회하려고 했는지, 다양한 연출과 개성 넘치는 NPC로 조금 더 빠져들 수 있는 세계관을 구현했다.
▲ 전반적인 배경 설정이 게임에 잘 녹아있다
가장 먼저 꼽고 싶은 부분은 바로 스토리에서 보여주는 연출이다. 이번 작에서 플레이어는 20년만에 전선에 복귀한 ‘사령관’으로, 그야말로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실제로 대부분 컷신에서는 1인칭 시점으로 NPC들이 말을 거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마치 직접 ‘어벤저’에 돌아다니고, 그들과 실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는 착각을 주기도 한다.
전작에서 조금은 밋밋했던 NPC들에게도 개성이 붙었다. 전작부터 플레이어 곁을 보필하던 ‘센트럴’의 경우, 모범생 느낌 대신 전장을 직접 뛸 정도로 거친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 여기에 ‘어드밴트’의 과학자였다가 ‘엑스컴’에 합류한 ‘타이건’ 박사와 아버지를 이어 기술자를 맡은 ‘릴리 셴’도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때때로 선보여, 함 내에 생동감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제로 냉철한 과학자인 ‘타이건’과 조금은 감정적인 기술자 ‘셴’이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보기만해도 나름 쏠쏠한 편이었다.
▲ 가끔은 농담도 하고, 플레이어를 위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
▲ 새롭게 등장한 '릴리 셴'도 상당히 개성 넘치는 캐릭터 중 하나다
2% 부족한 느낌, 이제는 모드로 완벽하게 채워준다
위에서 ‘엑스컴 2’에 대해 완성형이라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부족한 점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강력한 장비로 무장하면 크게 하락하는 난이도와 예상보다 그리 다양하지 않은 장비, 살짝 아쉬운 커스터마이징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아쉬운 점에도, 이번 ‘엑스컴 2’를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바로 시리즈 최초로 ‘모드’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전작에서의 ‘롱 워’ 모드를 높게 평가했던 파이락시스게임즈는 이번 작품부터 유저 제작 모드 전면 지원을 선언했다. 덕분에 지금 당장 스팀 창작마당만 가더라도, 다양한 모드가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이런 모드를 활용하면,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변화를 꾀할 수 있다. 조금은 아쉬웠던 밸런스를 유저 입맛대로 바꿀 수 있고, 이전에는 없던 독특한 장비 추가, 커스터마이징 요소 확충 등이 가능하다. 심지어 병과와 새로운 외계인까지 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완전히 게임을 재구성하는 것도 꿈은 아니다. 이처럼 이번 작품은 기본만으로도 충분히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지만, 혹시라도 유저가 아쉬워할만한 2%까지 채우는 모습까지 선보였다.
▲ 사실 커스터마이징이 조금 부족한 감이 있지만...
▲ '모드'의 힘만 있다면, 더 이쁘게 꾸미는 것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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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 이찬중 기자입니다. 자유도 높은 게임을 사랑하고, 언제나 남들과는 다른 길을 추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coooladsl@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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