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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소' 뮤지컬, 기자를 눈물짓게 한 진서연의 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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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뮤지컬 '묵화마녀 진서연'이 상연됐습니다

사람들은 많은 이유로 게임을 합니다. 그저 쏘고, 달리고, 피하는 것이 즐거워서, 혹은 매력적인 캐릭터에 반해서, 아니면 인상적인 세계관과 설정, 깊이 있는 이야기에 빠져들어서이기도 하죠. 우리가 게임을 하면서 긴 여운에 휩싸이거나 잔잔한 감상에 잠기는 것은, 거기에 담긴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이야기를 담은 게임은 잘 쓰여진 책과 같습니다. 그것도 손에 잡힐 듯한 그래픽과 귀를 즐겁게 하는 음악이 나오는 책이죠. 게임 속 이야기가 그처럼 큰 힘이 있다면, 다른 문화예술로 변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얼마 전 예고편 하나로 전세계를 뜨겁게 달군 영화 ‘워크래프트’가 하나의 답이 되겠습니다. 압도적인 영상미를 보며 우리는 왜 저럴 수 없을까, 내심 부러웠죠.

11월 13일(금) 저녁 6시,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엔씨소프트 간판작 ‘블레이드 앤 소울(이하 블소)’을 테마로 한 뮤지컬 공연이 있었습니다. 제목 ‘묵화마녀 진서연’에서 알 수 있듯 ‘블소’의 상징적인 악녀 ‘진서연’을 주인공으로, 여러 게임 OST와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더해 1시간 20분 분량으로 엮어냈죠.


▲ '블소'의 상징적인 악녀 '진서연'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을 이루는 홍문파 막내와 대립하게 됩니다


▲ 귀여운 린족은 여건상 어쩔 수 없이 전부 사람만한 덩치가 됐습니다

엔씨소프트가 ‘블소’ 뮤지컬을 만든다니, 아마도 많은 이들이 기대보다는 의구심부터 들었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무대에 오른 것은 어설픈 코스프레 행사가 아니라 아주 거대하고 다채로운 문화예술이었습니다. 공연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복수’로, ‘진서연’이 어린 시절 음모에 빠져 죽임을 당하고, 부활하여 복수에 나서는 과정을 그립니다. 뻔하다면 뻔하지만 이만큼 무협적이며 감정을 고양시키는 이야기도 없죠.

상술했듯 이번 공연은 벽면에 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 파사드 기법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덕분에 별다른 소품이나 무대 장치 없이도 배우들이 게임 속 장소에 생생하게 녹아 들었죠. 주인공과 홍문파 제자들이 폭포에서 수련하는 장면에선 마침 공연장으로 비가 살짝 풍겼는데, 반쯤 우스개긴 하지만 4D 영화를 보는 듯한 현장감이 일품이었습니다.


▲ 스승 비월을 만나 새로운 생명을 얻은 어린 시절의 진서연


▲ 만악의 근원 무신, 뒤에 불길 효과가 바로 미디어 파사드의 힘입니다


▲ 미디어 파사드를 통해 거대한 마왕의 형상을 효과적으로 묘사했습니다

뉴에이지 뮤지컬이란 소개처럼, 공연 전체가 온갖 새로운 시도로 가득 차 있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마귀들이 습격해오는 장면에서 흉악한 분장을 한 배우들이 군무를 추는 것까진 예상했지만, 설마 ‘블소’ 뮤지컬에서 상모를 돌리는 남사당패와 탭댄서의 춤 대결이 펼쳐질 줄은 꿈에도 몰랐죠. 여기에 언프리랩스타 트루디와 헤이즈는 물론 전용준 캐스터까지 한 자리씩 차지했는데, 축하 공연과 사회를 맡은 게 아니라 뮤지컬에 깜짝 출연했답니다.


▲ 언프리랩스타 트루디와 헤이즈가 등장하자 좌중이 열광했습니다


▲ 살다 살다 남사당패와 탭댄서들 춤 대결을 보게 되다니

물론 이 모든 시도가 반드시 좋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조금 지나칠 정도로 새로운 시도에 집착하는 것처럼 비쳤어요.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한 퍼포먼스는 쌍수 들고 환영이지만, 공연의 맥을 끊는 e스포츠 콘셉은 불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마도 공연이 끝난 후 곧바로 엔씨소프트가 주최하는 ‘블소 비무제’가 진행되므로 연계 차원에서 넣은 듯 합니다.

제가 가장 감동받은 부분은 진서연이 배신당하고, 슬퍼하고, 분노하고, 결국 복수로 치닫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녀가 목청껏 부른 ‘바람이 잠든 곳으로’는 두말할 필요 없는 공연의 클라이맥스였죠. 저는 평소 ‘블소’를 즐기진 않지만, 애잔한 복수극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이야기 자체로 이미 훌륭한 몰입감을 보여주는 만큼, 퍼포먼스는 조금 줄여도 좋았을 뻔 했습니다.


▲ 진서연이 부르는 '바람이 잠든 곳으로'는 정말 심금을 울립니다


▲ e스포츠 해설진 깜짝 등장은 조금 뜬금이 없었습니다

‘묵화마녀 진서연’이 완벽한 뮤지컬이란 것은 절대 아닙니다. 초연인 만큼 군데군데 자잘한 실수가 보였고, 한번은 배경음악이 너무 커서 귀가 아프기도 했죠. 워낙 방대한 이야기를 1시간 분량으로 축약하다 보니 내러티브가 다소 옅어지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게임의 내용을 알고 있다면 200% 즐길 수 있었지만, 문외한에게는 상당히 난해했을 겁니다.

그럼에도 ‘묵화마녀 진서연’은 게임이 창출할 수 있는 놀라운 공연예술이었습니다. 국내 게임계가 점차 이야기의 힘을 외면하는 이 때, 다름아닌 엔씨소프트가 이러한 시도를 했다는 것이 뜻 깊죠. 아쉽게도 다음 공연 일정은 없다는데, 하기야 수지가 맞았을 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블소’가 기폭제가 되어 앞으로도 이처럼 멋진 시도가 계속되길 바라마지않습니다.


▲ 랩과 탭댄스, 풍물놀이, 군무까지 다채로운 볼거리로 즐거운 1시간이었습니다


▲ 앞으로도 이러한 특별한 공연이 계속되길 바라마지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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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엔씨소프트
게임소개
'블레이드앤소울'은 '아이온'에 이은 엔씨소프트의 신작 MMORPG로, 동양의 멋과 세계관을 녹여낸 무협 게임이다. 질주와 경공, 활강, 강화 등으로 극대화된 액션과 아트 디렉터 김형태가 창조한 매력적인 캐릭터를...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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