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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돈다! 리니지, 와우 그리고 ‘레전드오브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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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온라인이 11번째 서버를 오픈하며 동시접속자 8만에 다다랐다. 연초부터 불어닥친 ‘테라’ 폭풍에 맞불을 놓으며 의미있는 도전을 했던 게임들이 여럿 있지만 이렇게 기록적인 성과를 보인 게임은 불멸온라인뿐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각가지 이야기가 흘러 나왔다. 그 중 의미신장 하게 들었던 두 가지 반응이 있다. 첫 번째는 부정적인 반응이다. “엔도어즈가 그 동안 훌륭한 개발력을 바탕으로 좋은 게임들을 많이 만들어 왔는데 저렇게 중국산 게임 사들여 대박을 치면 내부에서 게임 개발할 맛 나겠는가?”라는 말이었다. 얼핏 질투심이 느껴지는 발언이긴 하지만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말이다. 동시접속자 1만을 유지하면 샴페인을 터트리는 국내 게임시장 현실 속에서 퍼블리싱 게임 동접 8만이 주는 의미는 크다. 개발 무용론 까지는 아니더라도 씁쓸한 것은 사실이다.

두 번째는 “국내 개발사도 대작들의 흥행 공식만 좇지 말고 게임 보는 눈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는 반응이다. 단지 중국산 게임의 흥행으로만 바라 볼게 아니라 게임이 던져준 메시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확실히 ‘테라’라는 태풍 속에서 불멸온라인이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같은 MMORPG이지만 철저하게 타겟층을 구분해서 공략했기 때문이다. 테라가 성인층을 기반으로 매니아부터 대중까지 아우르는 게임성을 보여줬다면 ‘불멸온라인’은 아예 MMORPG를 접하지 못한 유저부터 공략을 시작했다. 하고 싶지만 어렵거나 몰라서 접근 할 수 없었던 게임 입문자부터 시간적인 여유가 안되는 직장인까지 ‘불멸온라인’은 ‘테라’와 철저히 차별화된 전략을 꾀했으며 이러한 시도는 고스란히 먹혀 들어갔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사례를 보면서 기획기사로 다뤄볼 만한 소스라고 생각했지만 몇몇 업계 관계자의 발언을 토대로 변화하는 게임시장의 흐름을 진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가 판단했기에 일단 보류해 두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또 하나의 퍼즐이 맞춰졌다. EXC게임즈의 게임개발팀 유철호 PM을 만난 것은 지난 14일이다. 게임을 홍보하기 위해 개발사나 퍼블리셔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은 흔한 일이기에 그날도 그러려니 하고 방문했는데 인터뷰를 하면서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EXC게임즈 게임개발팀 유철호 PM

이게임 참 괜찮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유철호 PM 얼굴에 고민이 짙게 깔렸다. 그가 개발하고 있는 ‘레전드오브블러드’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한국형 MMORPG’였다. 지금은 금기어가 되다시피 한 문구다. 각인효과라고 해야 할까? 이런 슬로건으로 등장한 게임들이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자 비슷한 컨셉의 후속작들도 일단 ‘망한 게임’이라는 인식이 깔고 들어간다는 게 문제다. 당장 나부터가 그랬다. 인터뷰 초장부터 개발자 입에서 ‘한국형 MMORPG’라는 얘기가 나오자 ‘또 뻔한 소설 읊겠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래서 그의 솔직한 답변에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희 게임 스크린샷 보면 아시겠지만 요즘 나오는 대작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게임 컨셉도 한국형 MMORPG라고 설명 드리려 했지만 그런 슬로건으로 나온 게임들이 거의 다 망해버려 쓰기에도 민망하고요… 뭐라 한마디로 요약해드리고 싶은데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네요.”

산수유가 남자 몸에 좋다는데 딱히 설명할 방법이 없다던 유명 CF광고 문구가 생각났다. 유철호 PM의 말 하나 하나에 고민이 묻어났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했다. ‘한국형 MMORPG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자’라는 것이었다. 90년대 국내 온라인 게임 산업을 이끌었던 것은 ‘바람의나라’, ,’리니지’, ‘뮤’였다. 이른바 한국형 MMORPG 전성시절 게임들이었다. ‘와우’의 등장 이후 트랜드가 바뀌긴 했지만 수요층이 여전히 존재했다. 이들 게임이 아직 게임 순위권에 남아 있다는 게 그 증거다. 하지만, 와우 이후 등장한 MMORPG는 이런 수요층을 완전히 무시하고 포스트 ‘와우’를 선언하며 양산되다시피 게임이 만들어졌다.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국내 MMORPG 시장은 한국형에서 북미식으로 트랜드가 옮겨간 것이 아니라 수요층이 완전히 분리되는 결과를 낳았다. 유철호 PM은 ‘레전드오브블러드’를 통해 이런 수요 계층을 만족시켜주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형 MMORPG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시장 전반에 깔려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까닭은 ‘레전드오브블러드’가 확실한 타겟층을 잡고 개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아저씨들이나 하는 게임이라고 무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다고 이러한 게임을 원하는 유저들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무시하고 트랜드를 따라가는 것 역시 맞지 않다고 봅니다. 1차 CBT를 진행하면서 깜짝 놀랐던 반응 중 하나가 그래픽이 참 좋다라는 의견이었습니다. 모자란 게임이지만 그래도 좋게 봐주시니 참 고마우면서 더 열심히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때리는 맛은 확실히 보장해 준다

독특하고 어려운 것보다는 쉽고 편한 ‘재미’로 승부

 ‘레전드오브블러드’의 게임성을 면밀히 보면 ‘리니지’와 유사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만레벨 달성까지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 아이템에 대한 레벨제한이나 직업제한이 없다는 것, PK시스템이 ‘선함(Lawful)’, 보통(neutral), 악함(Chaotic)으로 구분되어 있다는 것 등 누구나 봐도 리니지의 특정 시스템을 그대로 따랐다. 때문에 별다른 노력없이 인기작의 특징 요소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에 대한 온당한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철호 pm은 이런 특징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발전 방향을 지켜봐 줄 것을 당부했다. “당장 보기에는 그렇게 느낄 수 있겠지만 우리가 그런 시스템을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켰는지 눈여겨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시스템이 게임의 발전을 이루어주는 것은 맞지만 지나친 변화는 게이머에게 학습을 요구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학습을 통한 재미도 있겠지만 저희가 타겟층한 유저는 좀더 직관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유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익숙한 시스템을 그대로 따른 대신에 ‘레전드오브블러드’만의 재미를 찾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레전드오브블러드는 오는 17일부터 2차 CBT에 돌입한다. 지난 1차 CBT에서는 어떤 게임인지 간단히 맛만 보여줬다면 이번 테스트는 본격적인 콘텐츠 검증에 들어가는 셈이다. 업데이트 역시 변신시스템, 길드, 쟁탈전, 신규던전, 사냥터 등 게임이 내세우는 콘텐츠가 전면으로 배치된다. 유철호 PM은 끝으로 EXC게임즈가 ‘레전드오브블러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을 설명했다. “레전드오브블러드를 개발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뒀던 부분은 ‘노력에 따른 보상을 지켜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콘텐츠 소비형 게임이 등장하면서 문제점으로 대두 된 것 중 하나가 바로 대규모 업데이트가 되면 기존 아이템들은 거의 쓸모가 없어진다는 거였죠. 1~2년 동안 열심히 모아온 장비가 퀘스트 보상템 하나에 바뀌면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새로운 아이템이 등장하면 기존 아이템의 가치가 하락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지나친 가치 하락은 막을 계획입니다. 당장 보시기에 부족한 점이 많아 보일 수 있는데 앞으로 변화하는 모습 지켜봐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EXC게임즈가 `레전드오브블러드`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을 무엇일까?

패션업계 불변의 명제 중 ‘유행(패션)은 돌고 돈다’라는 말이 있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사람들의 가치관과 취향이 시시각각 달라짐에 따라 최근의 트랜드도 언젠간 퇴물이 될 수 있고 당장 보기 촌스러운 패션도 언젠간 주류 트랜드로 부상할 수 있다는 말이다. ‘레전드오브블러드’는 주류에서 다시 비주류로 취급 당하고 있는 한국형 MMORPG의 바람을 애타게 바라고 있는 게임, 아니 그럼 바람을 만들려고 하는 게임일 것이다. 이제 EXC게임즈의 노력에 달렸다. 그저 향수만 좇다 끝나버릴 것인지 주류로 거듭나기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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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온라인
장르
MMORPG
제작사
EXC게임즈
게임소개
성장과 생존을 중심축으로 삼은 '레전드 오브 블러드'는 핵&슬래시 방식의 3D 클래식 MMORPG다. 스토리 및 퀘스트를 통한 캐릭터 성장이 아닌, 단순하면서 빠른 전투를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이 밖에 ...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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