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드코어의 진수를 보여주는 다크판타지 액션RPG '다크 소울 3'
(사진제공: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게임이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다’는 모 개발자의 명언처럼, 어렵기에 더욱 사랑 받는 작품이 있다. 80년대 ‘마계촌’과 ‘콘트라’가 그랬고, 2000년대 들어선 ‘닌자 가이덴’이, 그리고 오늘날에는 ‘다크 소울’이 대표적이다. 이들 게임은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을 뿐 아니라, 뛰어난 완급조절로 아무리 죽어도 포기하기보단 다시금 도전하게 만든다.
하드코어 액션RPG ‘다크 소울’이 마니아게임의 한계를 넘어 수백만장을 팔아 치운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워낙 극악한 난이도로 정평이 나있어서 그렇지, 사실 이 게임은 약간의 각오만 있다면 누구나 입문할 수 있다. 물론 졸병에게도 목숨을 위협받고, 가는 곳마다 매복과 함정이 도사리고, 보스전은 깨라고 만든 건지 살짝 의구심이 든다. 그럼에도 ‘이건 불가능해’가 아닌 ‘아 씨, 될 것도 같은데’ 정도의 절묘한 밸런스를 보여준다.
‘다크 소울’은 결코 ‘닌자 가이덴’처럼 임요환급 손놀림과 페이커를 웃도는 반응속도를 요구하지 않는다. 방패로 적의 공격을 받아넘기고, 뒤를 잡아 반격을 가하는 일련의 과정은 육중하고 느릿하다. 처음에는 창병 1명만 만나도 어찌할 줄 모르지만, 손에 익다 보면 누구라도 돌파할 수 있다. 기습과 함정도 계속 죽다 보면 어느덧 감각적으로 피하게 된다. 하면 할수록 각종 꼼수도 알게 되고, 그렇게 죽을 둥 살 둥 하다 보면 어느새 엔딩이다.
‘다크 소울’ 개발한 미야자키 히데타카 디렉터의 신작 ‘블러드본’은 이러한 느린 템포에 변화를 줬다. 배경이 중세 판타지에서 고딕 호러로 변화하며 캐릭터는 가벼워지고, 전투는 방어 대신 반격 위주로 재구성됐다. 공격을 회피하기 쉬워진데다, 회복제도 좀 더 넉넉히 들고 다닐 수 있게 돼 난이도가 많이 하락했다. 여전히 여느 게임에 비하면 쉽지 않지만, 그나마 PS4 핵심 타이틀다운 대중성을 확보한 셈이다.
이제 약 반 년 후면 ‘다크 소울 3’가 출시된다. 다른 디렉터의 손을 탄 2편과 달리, 다시금 미야자키 히데타카가 총지휘를 맡은 적통 후계자다. 시리즈 팬들의 관심사는 단연 ‘블러드본’을 개발하며 쌓은 노하우를 ‘다크 소울’에 어떻게 녹여냈을까 하는 점이다. 마침 3시간 가량 네트워크 스트레스 테스트에 참여할 기회가 닿아, 기자가 직접 ‘다크 소울 3’ 실체를 파헤쳤다.
▲ 네트워크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짧게나마 '다크 소울 3'를 즐겨봤다
(영상제공: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핵심 시스템의 변화, 웨폰 아츠 추가와 마법 개편
게임을 시작하면 우선 방랑 기사, 북방 전사, 백의 전령, 마술학원 형리 4개 ‘태생’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다. ‘태생’은 본래 초기 능력치에 소소한 변화를 주는 정도지만, 이번 테스트에서는 원활한 진행을 위해 각자 적합한 장비와 능력이 완전히 세팅됐다. 더불어 모든 캐릭터는 8레벨로 고정돼 성장이 불가능하고, 능력치나 장비창 열람을 막아두어 세세한 수치를 엿볼 순 없었다.
방랑 기사는 ‘다크 소울’하면 보편적으로 떠오르는 검과 방패 조합이며, 북방 전사는 좀 더 작은 방패와 도끼를 사용한다. 이 경우 방랑 기사와 달리 방어 시 경직이 크게 걸리기 때문에 차라리 공격일변도로 나서는 편이 유리했다. 더불어 백의 전령은 메이스와 회복계 마법을 갖췄고, 마술학원 형리는 예리한 창과 공격계 마법으로 무장했다.
▲ 테스트에선 4개 태생이 제공됐다, 사진은 도끼가 인상적인 북부 전사
(사진제공: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시작과 함께 눈에 띄는 변화는 크게 2가지다. 첫째로 ‘웨폰 아츠’라는 무기 별 특수기가 추가됐다. 가령 장검을 장착하면 잠시 준비 자세를 취한 뒤 전방을 횡으로 크게 베고, 특대검을 사용하면 고속으로 강타를 날릴 수도 있다. 일반 공격도 겨우 비집어 넣는 게임 특성상 제대로 활용하기가 어려웠지만, 차차 조작에 익숙해지면 괜찮을 듯 하다.
둘째로 마법 시스템이 전면 개편됐다. 백의 전령과 마술학원 형리는 방패를 지팡이로 변경해야만 마법 사용이 가능한데, 이때 전작에선 볼 수 없는 푸른색 게이지를 소모한다. 즉, 마법 사용이 기존 횟수 제한 방식이 아닌 일반적인 MP 소모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MP를 채워주는 ‘애쉬 에스트’라는 약병이 새로 추가됐다.
▲ 시리즈 최초로 마법 사용에 MP 개념이 도입됐다
(사진제공: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아쉬운 테스트 분량 속에서도 ‘유다희’는 건재했다
여기까지 파악했다면 본격적인 모험을 떠날 차례다. 테스트에서 공개된 지역은 ‘로데렛의 성벽’으로, 사방으로 뻗은 거대한 고성의 일부분이다. 전체적인 규모는 세이브포인트인 화톳불 2개가 배치된 아담한 복층 던전으로, 몇몇 망자와 기사들, 보스 1기, 그리고 숨겨진 보스 1기가 플에이어를 기다리고 있다. 워낙 간소한 콘텐츠라 요령만 있으면 30분만에 주파할 수 있을 정도다.
대부분 졸병은 공격 패턴이 다양하지 않아 방어 후 공격 혹은 구르기 후 공격으로 공략 가능하다. 물론 한번이라도 조작이 삐끗할 경우 졸병에게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간혹 망자, 사냥개, 창병 등이 떼지어 있는데, 괜한 만용을 부리지 말고 하나씩 유인하거나 아예 우회토록 하자. 목적지로 향하는 다양한 길이 존재하는 것은 ‘다크 소울’의 매력 가운데 하나다.
▲ 여기가 아닌가벼... 다양한 방향으로 고성을 탐험하는 것이 '다크 소울'의 매력
(사진제공: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어찌어찌 어둠이 드리운 성당에 도착하면, 면사포를 뒤집어쓴 거대하고 흉측한 형상이 벽을 타고 내려온다. 이 녀석이 바로 테스트 버전의 보스 ‘차가운 계곡의 무희’로서, 자기 키만한 곡도를 휘두르고 화염 마법까지 쓰며 덤벼온다. 기자의 실력이 일천한지라 여기에 제대로 된 공략을 남길 순 없지만, 확실한 것은 죽도록 어렵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피해를 입히면 또 다른 검을 꺼내며 공격 방식이 한층 더 악랄해지는데, 기자는 이쯤에서 멘탈을 놓아버렸다.
보스에게 무자비하게 살해당하고 나면, 저 멀리 화톳불에서부터 다시 뛰어와야 한다. 심지어 오면서 마주친 그 모든 괴물들이 모조리 되살아나 있다. ‘이래서 다크 소울, 다크 소울 하는구나…’ 싶은 절망적인 순간이지만 다행히 방법은 있다. 최대 4인 멀티플레이로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보스를 처단하면 그만인 것이다.
▲ 흰 납석으로 동료를 소환하면 '다크 소울'도 일순 '마비노기 영웅전'이 된다
(사진제공: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다크 소울’ 시리즈는 대대로 멀티플레이가 독특하기로 유명한데, 이는 3편도 마찬가지다. 동료와 함께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그냥 싱글플레이 중에 흰 납석을 사용해 CO-OP을 활성화시키면 된다. 하얀 영령 형태로 합류한 동료들은 보통 선뜻 도움을 주는데, 짧은 테스트 동안에도 초보들을 몰고 다니며 길을 터주는 일명 ‘버스 기사’가 보일 정도였다.
반면에 ‘붉은 눈동자의 오브’를 이용한 강제적인 PvP도 종종 일어났다. 오브를 사용하면 붉은 악령 형태가 되어 다른 플레이어의 세계에 침입할 수 있는데, 상대하는 입장에선 괴물만으로도 벅찬데 여간 짜증나는 일이 아니다. 그나마 전작에서는 오브의 사용 횟수가 정해져 있었는데, 이번 작에선 무제한이라 더욱 악령이 횡행했다. 아마도 네트워크 스트레스 테스트였던 만큼 일시적으로 횟수 제한을 풀어놓은 것으로 보인다.
▲ 아오 진짜... 괴물보다 침입해오는 악령이 더 무섭다
(사진제공: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블러드본 영향 없었다, 원조 ‘유다희’ 맛 그대로
망자들과 격전을 벌이다 보면 이번 작이 ‘다크 소울 2’는 물론 ‘블러드본’과도 전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다크 소울 3’가 추구하는 롤모델이 다름아닌 원조 ‘다크 소울’이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히데타카는 앞서 ‘블러드본’을 ‘다크 소울’과 전혀 다른 작품으로 탄생시켰듯, 이번에는 ‘블러드본’의 영향를 완전히 배제했다. 물론 그가 직접 개발하지 않은 2편의 변경점도 원상 복구시켰다.
가령 ‘다크 소울 2’에선 민첩성이 오를수록 움직임이 빨라졌지만, 이번 작에선 아예 이 수치를 삭제하고 기본 속도를 빠르게 했다. 덕분에 전작과 비교해서 전체적인 플레이가 상당히 쾌적하다. 아울러 회피의 무적시간이 다시 늘어나 2편처럼 극단적으로 정확한 조작을 요하지 않게 됐으며, 배후 공격 또한 발동 동작이 사라지고 원조 ‘다크 소울’ 시절로 회귀했다.
▲ 전체적인 감각은 원조 '다크 소울'을 빼다 박았다
(사진제공: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정리하자면, 이번 3편은 원조 ‘다크 소울’의 재림이자, 계승 및 발전을 꾀한 작품이다. 문제는 전작의 향취가 지나치게 강하다는 것이다. 그렇게나 기대를 모은 신작임에도 신선함보다는 진부함이 더 강하게 와 닿았다. 시각적으로도 언제나 보던 음울한 하늘 아래 스산한 고성뿐인 풍경이라 전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보스 ‘차가운 계곡의 무희’도 어디서 본 듯한 공격 패턴이라 못내 신경이 쓰인다.
물론 네트워크 스트레스 테스트를 위한 극히 제한된 콘텐츠만을 즐기고서, 게임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리긴 어렵다. ‘다크 소울 3’의 고유한 핵심 콘텐츠는 정식 발매일을 위해 고이 모셔놨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아울러 ‘블러드본’에 회의적인 원조 ‘다크 소울’ 팬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과연 ‘다크 소울 3’가 어떤 진면목을 보여줄지 반년 후가 기대된다.
▲ 신선한 콘텐츠가 부족했지만, 정식 발매일을 위해 아껴놨으리라 믿는다
(사진제공: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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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이 가득한 게임을 사랑하는 꿈 많은 아저씨입니다. 좋은 작품과 여러분을 이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싶습니다. 아, 이것은 뱃살이 아니라 경험치 주머니입니다.orks@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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