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에픽게임스 송혜원 선임 프로그래머 인터뷰는 2부로 진행됩니다. 1부는 송 프로그래머가 에픽게임스에서 해온 일과 '여성 개발자'로서 미국 게임업계를 바라본 시각을 다룹니다. 2부에서는 프로그래머로서 바라본 '언리얼 엔진 4'와 새롭게 추가된 기능들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합니다. |
개발자, 그리고 여성.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매우 일상적인 단어다. 그런데 두 단어가 합쳐져 ‘여성 개발자’라는 고유명사가 되었을 때, 그 느낌은 많이 달라진다. 있을 법 한데, 찾아보기 힘든 그런 ‘환상’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의외로 여성 개발자들은 게임업계 곳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더욱. 게다가 유비소프트의 제이드 레이몬드 디렉터나, TED 연사로 잘 알려진 제인 맥고니걸 등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사람도 존재한다.
▲ 에픽게임스 송혜원 선임 엔진 프로그래머
에픽게임스 송혜원 선임 엔진 프로그래머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기어즈 오브 워’를 시작으로 에픽게임스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어느덧 7년, 그녀는 아직도 에픽게임스에서 엔진 프로그래밍을 하고 있다. 지난 GDC 2015에서 에픽게임스가 새롭게 공개한 ‘연 데모(Kite Demo)’의 메인 프로그래머로 참여하기도 했다. 디지털일루전과 THQ에서 '배틀필드 2', '프론트라인'을 작업했던 기간까지 합치면 개발자로서만 13년을 산 셈이다.
“게임 팀에 있을 때는 특정 캐릭터의 애니메이션만 만들었었는데, 엔진 쪽으로 넘어오니 좀 더 많은 부분을 다룰 수 있게 되어 좋아요. 데모 작업도 그래서 재미있었고요. 워낙 일 욕심이 많은 편이라, 최종 영상이 나왔을 때도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부터 들더라고요.”
▲ GDC 2015에서 공개된 언리얼 엔진 4 '연 데모' (영상제공: 에픽게임스)
큰 개발사의 메인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여성 개발자가 속속 등장한다는 건, 게임업계 내에서 여성 개발자의 영향력도 커졌다는 의미일 터다. 호기심이 동해, ‘미국에서 여성 개발자의 입지는 어떤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미국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 1세대 개발자라고 하는 사람들이 거의 남자였다 보니, 지금도 게임업계는 남성 위주의 산업이죠. 에픽게임스만 해도 남자 개발자가 훨씬 많은 걸요. 업무 환경이나 차별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 개발자 자체가 별로 없어요.”
송혜원 선임 프로그래머가 내놓은 답은 예상 밖이었다. 여성 개발자의 입지는 어디서나 비슷하다는 것. 미국은 WID(Women in Gaming)처럼 여성 개발자의 활동을 장려하는 협회가 존재하는 나라임에도 말이다.
‘게임 개발’이라는 업무의 특수성 때문일까? 혹은 이미 남성 위주로 구축된 사회가 여성들에게 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그녀는 ‘지원 자체가 많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여성들이 게임업계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사회에서 성별에 따라 적합한 직업이 다르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그런 거라고 봐요. 보통 여자아이들이 어릴 때, ‘너는 프로그래머가 되렴’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라진 않잖아요? 그러다 보니 여성들 스스로 개발자가 될 수 없다고 한계를 만드는 거죠
그래서 게임업계가 너무 남자 위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각자 장단이 있거든요. 남자 개발자들은 강단이 있다면, 여자 개발자는 새로운 것을 좀 더 쉽게 받아들이죠. 그래서 두 시각이 합쳐졌을 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질 텐데 말이에요.”
다행인 점이라면, 미국은 여성들의 심리적 한계를 지우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은 ‘걸스 후 코드(Girls Who Code)’로,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코딩 수업을 진행하는 비영리 단체다. 게다가 미국 정부에서는 프로그래밍을 정규 교육 과목으로 지정해, 성별에 관계없이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 '걸스 후 코드' 로고 (사진출처: '걸스 후 코드' 공식 홈페이지)
그 노력의 성과는 조금씩 나타나는 중이다. 국제 게임 개발자 협회(IGDA)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미국 게임 개발자의 22%가 여성이다. 2009년 11.5%보다 딱 두 배 늘어난 수치다.
“요즘 E3나 PAX처럼 큰 게임쇼들에 가보면, 헐벗은 부스걸들이 없어요. 여성 개발자가 늘어난 탓도 있겠지만, 예전에는 남자 게이머가 주요 관람객이었다면 이제는 가족 단위가 많거든요. 저는 그것도 중요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해요. 부모 손을 잡고 다양한 게임을 접하는 여자아이가 늘어난다는 의미잖아요? 이렇게 천천히 게임산업의 분위기가 변화하면, 여성 개발자도 점점 많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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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막내 위치를 벗어난 풋풋한 기자. 육성 시뮬레이션과 생활 콘텐츠를 좋아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게이머라고 주장하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것 같음.glassdrop@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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