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시된 스토리 기반의 슈팅게임 ‘메트로: 라스트 라이트’는 세기말, 폐쇄된 지하철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뤄 주목을 받았다. 지하철이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과 열악한 상황 속의 인간 군상들이 깊은 감명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트로: 라스트 라이트’는 그래픽이나 액션성보다도 완성도 높은 스토리가 주요한 매력으로 꼽힌다.
‘메트로: 라스트 라이트’가 이렇듯 독특한 세계관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메트로 2033’이라는 작품 덕분이다. ‘메트로 2033’은 ‘메트로: 라스트 라이트’ 전작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동명 소설로 먼저 출간된 작품이다. 해당 소설은 러시아에서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국내에도 번역본이 나와 한국 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다. 이에 힘입어 ‘메트로 2033’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서술하는 ‘메트로 2033 유니버스: 어두운 터널(이하 어두운 터널)’이라는 작품이 새롭게 출시됐다. 그를 기념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메트로 2033’ 작가 드미트리 글루코프스키를 만났다.
▲ '메트로 2033' 저자이자 '메트로 유니버스' 창시자인 드미트리 글루코프스키
드미트리는 오전에 진행된 사인회 덕분에 한껏 고무된 표정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그는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150명이 넘는 팬들이 찾아왔다. 한국에 소설이 출간된 건 알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메트로’ 시리즈를 좋아해 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얼떨떨한 기분도 들지만 매우 감동받았다”고 연신 미소를 지었다.
사실, 이번에 출시된 ‘어두운 터널’은 드미트리가 집필한 작품이 아니다. 또 다른 작가 세르게이 안토노스가 기존 ‘메트로 2033’으로부터 시작된 세계관을 기반으로 쓴 스핀오프작이다. 이런 형태의 작품이 국내에는 ‘어두운 터널’이 처음이지만, 러시아에서는 총 50편에 달하는 소설이 출시됐다. 그 작품들은 ‘메트로 유니버스’ 시리즈라 불린다. 한 작가가 세계관을 독식하지 않고, 동일한 설정을 여러 사람이 나누면서 서로 다른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 '메트로 2033 유니버스: 어두운 터널' 표지
‘어두운 터널’의 저자가 아님에도 드미트리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그가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메트로 2033’ 세계관을 재해석하는 데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메트로 2033’을 활용해 제작되는 다양한 콘텐츠에 긴밀하게 관여해왔다. 4A게임즈와 함께 제작한 슈팅게임 ‘메트로 2033’의 스토리를 직접 서술하고, 이 외에 러시아 현지에 출시된 ‘메트로 유니버스’ 웹게임과 소셜게임, 모바일게임 등도 모두 모니터링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메트로 2033’으로 영화를 제작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TV시리즈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처럼 ‘메트로 2033’의 적용 범위는 게임에만 국한된 건 아니나,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제작 가능한 매력적인 세계관이다.
특히 ‘메트로 2033’은 각각의 콘텐츠 성격에 맞게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IP이기도 하다. 드미트리는 ‘메트로 2033’ 개발 당시 게임을 ‘유저가 직접 스토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콘텐츠로 이해하고, 보다 게임이라는 매개체에 잘 어울리게 스토리를 변경했다. 주인공 아르티움은 소설 속에서 부득이한 상황 탓에 두 명을 죽였지만, 게임에서는 다르다. 유저의 선택에 따라 학살자가 될 수도 있고, 소설과 다른 결말을 맺는다. 원 설정에만 집중해 게임 본연의 재미를 잃었던 여타 작품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 게이머로 하여금 원작 소설을 궁금하게 만들었던 게임 '메트로 2033'
“‘메트로 2033’로 게임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하면 게이머들이 좀 더 작품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소설과는 분명 다른 콘텐츠이니까요. 그래서 개발사와 계속 소통하며 아르티움의 캐릭터성을 좀 더 슈팅게임에 맞게 바꿨죠. 물론, 원작의 핵심인 절망적인 세기말 분위기를 살리려고 중간중간 다른 캐릭터와 대화하는 요소를 많이 넣었습니다. 다행히도 평이 좋더군요."
이를 계기로 드미트리는 4A게임즈와 새로운 작품 개발에 착수한다. 구체적인 게임명과 장르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드미트리가 주요 시나리오와 캐릭터 설정 등을 담당한다. 특히 이번 작품은 사람들이 지하철 밖으로 나와, 황폐해진 도시를 탐험하며 겪는 이야기를 핵심 스토리라인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 드미트리는 소설과 게임, 영화는 모두 성격이 다른 콘텐츠이기에 캐릭터에 대한 해석도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헐리우드에서 제작될 예정이었던 ‘메트로 2033’ 영화는 현재 취소된 상태다. 그러나 최근 한국을 비롯한 몇몇 영화사에서 ‘메트로 2033’을 영화로 제작하고 싶다는 제안을 해, 드미트리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헐리우드에서 건네준 시놉시스를 봤을 때, 이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지향하던 ‘메트로 2033’ 영화와 너무 달랐었거든요. 그래서 취소했는데, 지금까지도 ‘메트로 2033’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러브콜이 많이 옵니다. 한국에서도 연락이 왔었으니 두고 봐야겠죠."
결국 그의 목표는 여전하다. 어린 시절부터 상상해왔던 ‘메트로 2033’의 세계관을 다양한 콘텐츠에 녹여내 좀 더 많은 이들과 공감을 나누고 싶다는 것이다. 게다가 드미트리 본인이 ‘폴아웃’과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의 팬을 자처할 만큼 게임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고 있으니, 앞으로 '메트로 유니버스'로 제작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성황을 이뤘던 사인회 현장
▲ '메트로 2033' 세계관 사람들의 필수품인 방독면도 종종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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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막내 위치를 벗어난 풋풋한 기자. 육성 시뮬레이션과 생활 콘텐츠를 좋아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게이머라고 주장하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것 같음.glassdrop@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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