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판타지 '아스타'가 공개서비스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게임이 서비스하고 폴리곤게임즈에서 개발한 MMORPG ‘아스타(ASTA)’의 사전 공개서비스가 지난 11일(금) 부터 12일(토)까지 진행됐다.
‘아스타’는 지난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지스타 한게임 부스의 간판 게임으로 소개됐던 작품으로, ‘황천’과 ‘아수’라는 진영 구분과 피리소리가 울리는 배경음악이 풍기는 동양적인 분위기 덕분에 서양 판타지를 채택한 여타 게임들 사이에서 그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번 사전 공개서비스에서 접한 ‘아스타’ 역시 당시의 매력을 충실히 담아낸 모습이었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부터 시작해서 인터페이스 아이콘 하나하나까지 동양적인 느낌이 배어나왔으며, 뮤지션 ‘양방언’이 작업한 음악도 귀를 즐겁게 했다. 여기에 디테일이 살아있는 주변 경관까지 더해져 맵 곳곳을 탐험하고픈 생각도 들게 만드는 매력을 발산한다.
사흘 간 휴식을 가진 ‘아스타’의 공개서비스는 16일(수)부터 시작된다. 본격적으로 게임에 돌입하기 전에 ‘아스타’ 만의 독특한 매력과 눈여겨 볼 만한 요소를 살펴보자.
한층 세련되어진 스토리텔링
‘아스타’는 이번 사전 공개서비스 전에 몇 차례 비공개 테스트를 거친 바 있다. 당시에는 ‘아수’와 ‘황천’ 중 한 진영을 선택하고 캐릭터를 만들면, 특별한 설명 없이 곧바로 시작 지점에서 게임을 진행해야 했다. 자세한 세계관 설명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으나,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하는 과정에서 인과관계 묘사가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었다. 자고로 한 시대의 영웅이 되려면, 구구절절한 과거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을 가졌다는 확신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 각 진영 캐릭터마다 부여된 오프닝 영상
해당 영상은 아수 진영 인간 오프닝
이 아쉬움은 추가된 영상으로 인해 싹 날아간다. 황천 인간의 경우, 진영을 선택하고 게임을 시작하면 아군의 수장인 아리타를 도와 팔괘군에 맞서게 된다. 웅장한 영상이 끝난 후,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직접 조종할 수 있는 화면으로 바뀌면서 적군을 물리치는 퀘스트가 부여된다. 치열한 전장 한가운데에서 캐릭터는 완전 무장한 상태로 거대한 적을 단숨에 물리치는 강력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우두머리 아리타가 맥없이 쓰러지는 순간 플레이어도 정신을 잃고 ‘알 수 없는 곳’으로 떨어지게 된다.
비록 3분 정도에 불과한 영상이지만, 해당 컷씬으로 인해 플레이어는 동기부여를 얻는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자신이 엄청난 전투가 벌어지는 장소 한 가운데 있었으며, 거기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는 점에 고무되는 것이다. 당시 착용하던 화려한 장비와 강력한 기술은 사라졌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그런 힘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도 생긴다. 플레이어에게서 범상치 않은 힘이 느껴진다는 NPC들의 반응도 그런 동기부여에 한 몫 한다.
▲ 아수 진영의 여신 '아리타'
다시 말하자면, 영상 추가로 인해 얼기설기 얽혀 있던 ‘아스타’ 스토리의 조각들이 맞춰지는 기분이 든다고 해야할까. 아주 사소하고 작은 부분일지 모르지만,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유저에게는 스토리텔링이 중요하게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튜토리얼 이후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흑’과 ‘아리타’라는 존재가 언급되기 때문에 스토리에 더욱 호기심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과거를 설명하는 영상이 삽입된 덕분에 그 갈증이 말끔히 해소된다.
5분만에 체득되는 쉬운 시스템 구성
‘아스타’를 하다 보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생각난다. 굳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고 지칭하지 않더라도, WASD키를 사용한 이동과 타게팅 전투 시스템은 이미 많은 게이머들에게 익숙해진 스타일이다.
이 조작법은 MMORPG 장르에서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진입장벽도 낮고 편하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비롯한 MMORPG를 다수 경험해 온 사람이라면 별다른 튜토리얼이 없어도 어렵지 않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실제로 ‘아스타’는 게임 조작법을 상세히 설명하는 튜토리얼 과정을 생략하고 간단한 퀘스트만 진행해도 5분만에 시스템이 손에 익을 정도로 쉽게 디자인됐다.
▲ 워…원딜이 다섯명!
▲ 원하는 적만 쏙쏙 골라 잡아서 처치하자
공격할 몬스터를 클릭하면 집중 공격을 퍼부을 수 있는 타겟팅 시스템도 그 편안함에 한 몫 더한다. 특히 활을 사용하는 ‘궁인’이나 암살에 특화되어 있는 ‘적인’은 범위 공격이 거의 없고 단일 대상을 집중 타격하는 기술이 대부분인데, 먼 위치에서도 몬스터 지정이 가능해 적이 뭉쳐 있는 공간에서도 효율적인 1:1 전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 지역 협동 임무 진행중
3초 후 선동꾼 홍패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 일점사에 장사없음☆
4위는 나름 순위권입니다 후후
또한 캐릭터의 동선을 따라 퀘스트가 배치되어, 굳이 한 장소에서 사냥을 하지 않고 퀘스트 경험치만으로도 빠른 레벨업이 가능하다. 각 지역을 이동하며 다양한 NPC들이 주는 퀘스트 말고도 특정 지역에 도달하면 ‘수행과제’가 부여되는데, 이는 혼자서 일정 수 이상의 지역 몬스터를 잡는 지역 개인 임무와 주변의 유저들과 협동하여 진행하는 지역 협동 임무 두 가지로 분류된다. 특히, 지역 협동 임무는 다른 플레이어들과 직접 파티를 맺지 않아도 퀘스트에 미친 기여도를 기준으로 다양한 보상이 주어져 임무가 발생할 때마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동양미가 느껴지는 그래픽이 압권
전투와 퀘스트 시스템은 익숙하지만, ‘아스타’의 세계관 만큼은 남다르다. ‘아시아 판타지’를 표방해 동양적인 세계관을 채택한 게임에서 불문율처럼 등장하는 ‘문파’나 ‘권법’ 같은 무협 요소는 쏙 뺐으며, 전투 시 추가 공격을 가할 수 있는 ‘혼불’와 캐릭터를 강화해주는 ‘수호령’ 등 한국 사람들에게 친숙한 개념의 시스템을 더했다.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단어 하나하나도 영어 표현 없이 조곤조곤 한국어로 이루어진 것도 꽤 마음에 든다.
▲ 혼불의 기능은 체력 회복, 추가 공격 등 다양하다
▲ 수호령 슬롯은 레벨이 오르면 더 확장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그래픽 표현이다. 물론, ‘아스타’의 전체적인 그래픽 수준이 광원에 따라 캐릭터의 머릿결 텍스쳐가 변하고 옷의 보풀이 보일 정도로 높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그래픽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생기지 않고, 오히려 삽화처럼 느껴지는 주변 경관 덕분에 각종 기물들의 동양적인 색감이 더욱 살아난다. 즉, 세밀하게 묘사된 한국화 같은 느낌의 그래픽이다.
▲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황천 지역 탑이 인상적입니다
▲ 궁전이 영롱하군요
▲ 벚꽃 철은 아닌데 여기는 활짝 피었네요
진영 간 컨셉을 확실히 잡고 색감부터 건물 양식까지 신경쓴 부분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천계에서 추방된 여신 ‘아리타’를 섬기는 ‘아수’ 진영과 죽음의 신 ‘흑’이 유배되면서 생긴 ‘황천’은 설명만 들어도 그려지는 이미지가 다르다. 더불어 아수 진영에서는 인간과 용족, 호족을 선택 가능하고 황천은 인간, 도깨비, 요괴의 일종인 야요를 고를 수 있는 등 각 종족이 가지는 특성도 확연히 차이난다. 굳이 표현하자면 ‘선’이 아수, ‘악’이 황천 진영일 것이다.
▲ 악녀같이 생겼나요?
▲ 붉은 피부에 우람한 체격을 가진 도깨비 종족
캐릭터를 비롯한 몬스터, 건물 디자인에서도 ‘아시아 판타지’의 느낌이 진하게 묻어난다. 백호를 닮은 호족과 한국 설화의 단골 인물 도깨비, 여우를 모델로 한 야요는 ‘아스타’에서만 등장하는 독특한 종족들로 그 외견도 개성 넘친다. 특히 도깨비의 붉은 피부와 야요의 가늘게 찢어진 눈매는 동양인 특유의 이목구비를 연상시킨다.
더불어 각종 필드에 등장하는 일반 몬스터들도 동양적인 느낌으로 디자인되어, ‘아스타’의 세계관이 더욱 견고해졌다. 검은 한복 차림의 날아다니는 ‘저승사자’, 족두리를 쓴 ‘근하신년’은 ‘아스타’의 많고 많은 몬스터들 중에 단연 눈에 띄게 디자인된 것들이다.
▲ 왠지 새해에 널 보면 좋은 한해를 보내기는 힘들 것 같구나
디자인을 마무리하는 색감도 적절하게 사용된 편이다. ‘황천’ 진영의 경우, 지역 전체에 탁한 보라색이나 초록색 같은 푸른빛이 섞인 차가운 색감을 사용하고 뿌연 안개가 내려앉은 것처럼 표현됐다. 반면 ‘아수’ 진영은 대체로 밝고 선명한 색으로 배경을 구성하고, 주변 건물도 황천에 비해 부드러운 선으로 구현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현실감 넘치는 그래픽보다는 게임 컨셉과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표현과 색감에 큰 점수를 준다. 만약에 게임이 보다 정교하고 현실감 넘치는 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면 ‘황천’ 진영에 사용된 선명한 보라색이나 붉은 빛 등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졌을 수 있는데, 위와 요소들이 합쳐져 ‘아스타’만의 그래픽이 완성됐다. 동양미는 살아있으면서도 ‘중국’스러운 기름기는 쫙 빼고, 각 진영의 이미지도 확실히 살렸기 때문이다.
진영 간 PvP 활성화가 목적? ‘단련’ 시스템
이번 사전 공개서비스에서 유저들의 이목을 끈 것은 바로 ‘단련’ 시스템이다. 단련은 레벨업 포인트와는 별개로 캐릭터의 능력치를 강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 능력치 분배 화면에서 단련 버튼을 누르면 하루 한번 사용 가능하다. 단 주사위를 돌려서 나온 무작위 수치로 능력치를 강화해, 오히려 수치가 떨어질 수도 있다.
▲ 뽑기가_아주_잘된_예.jyp
단련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무한대로 실행되기 때문이다. 이 기능이 적절히 사용되면 레벨업 없이도 캐릭터가 강화되어 레벨이 낮은 플레이어라도 진영 간 전투에 임하는 등 PvP 콘텐츠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횟수 제한이 없어 특정 캐릭터가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단련을 할 경우, 유저간 밸런스가 깨질까 우려된다.
작은 차이가 재미를 만든다
‘아스타’는 가랑비 같은 게임이다. 파격적인 시스템도 자극적인 콘텐츠도 없지만, ‘아시아 판타지’라는 뚜렷한 컨셉을 이질감 없이 게임 속에 잘 녹여냈다. 따라서 다수의 유저를 확 끌어들이는 한방은 없을지라도, 게임에 서서히 익숙해지면 그 특유의 매력을 곱씹게 만들어 플레이어로 하여금 어느 순간 흠뻑 빠질 수 있도록 설계된 작품이라는 말로 ‘아스타’ 체험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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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막내 위치를 벗어난 풋풋한 기자. 육성 시뮬레이션과 생활 콘텐츠를 좋아하는 지극히 여성적인 게이머라고 주장하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납득하지 않는 것 같음.glassdrop@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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