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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에서는 보통 '강캐'와 '약캐'가 나눠진다. 강캐는 강한 캐릭터, 약캐는 약한 캐릭터를 의미한다. 특히 약캐 중 가장 약하다고 여겨지는 '최약캐'의 경우 "저 캐릭터는 글렀어. 아무리 해도 못 이겨" 라는 비아냥 섞인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취향이 강하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한, 이런 캐릭터를 고르는 건 사실상 패배 예약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런 최약캐의 운명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 '미쳤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컨트롤과 집중력을 통해 이런 최약캐로 강캐 군단을 두들겨 패며 역사를 쓴 이들 말이다. 그 중에서는 아예 게임 메타를 새롭게 바꿔버린 경우까지 있을 정도다. "강캐로 이기는 것은 그저 승리일 뿐이지만, 약캐로 이기는 것은 예술이다"라는 말을 낳으며 전설로 기록된 사례들을 한데 모아 보았다.
TOP 5. 엘리온-쥬베이로 우승
블레이블루 시리즈에 등장하는 고양이 캐릭터 쥬베이. 자그마한 몸집으로 재빠르게 움직이는 점이 KOF 시리즈의 최번개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귀여운 외모 탓에 인기는 훨씬 높은 편. 이런 종류의 캐릭터들이 늘상 그렇듯 몸집에 맞게 피격 판정이 작은 대신에 방어력은 썩 좋지 않다. 특히 무적기가 없는데다 수비 관련 다양한 페널티를 가지고 있기에 몇 대 맞다가 그대로 게임이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아 플레이어블로 출시된 센트럴 픽션에 데뷔했을 땐 약체 캐릭터로 취급됐다.
그러나, 이러한 취급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아 깨졌다. 2019년 열린 텍사스 쇼다운 블레이블루 센트럴 픽션 종목에서, '엘리온(Elyon)' 선수가 당시 최약체로 평가받던 쥬베이를 가지고 우승을 거머쥔 것. 엘리온은 이 자리에서 기동력을 한껏 살린 가드 뚫기 위주 플레이, 주된 화력 기술로 평가받는 부동사련진 이후 연계 콤보, 열구참과 드라이브 계열 기술들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당시 최강캐로 불리우던 레이첼을 꺾고 우승자 자리에 올랐다. 이후 쥬베이가 본격적으로 재발굴되면서, 현재는 A급 정도의 성능으로 평가받고 있다.


TOP 4. 시안-겐은 강캐였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겐. 나름대로 스트리트 파이터 1부터 등장한 전통적인 캐릭터로, 설정상으로는 고우키의 라이벌이라 불릴 만큼 절대강자 라인업에 속해 있다. 그러나 정작 인게임 성능을 몇몇 시리즈를 제외하면 암울했는데, 스트리트 파이터 4에선 '약캐' 반열에 드는 정도였지만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4에 가서는 오히려 너프를 당했다. 난이도도 높은 데다 성능은 그다지 좋지 않으니 최약캐 반열까지 떨어진 것은 당연한 수순. AE 버전으로 가며 약간의 상향이 가해졌지만 여전히 최약캐로 취급받았는데... 여기서 사건이 터진다. 바로 '시안' 허쿤센의 활약이다.
'시안'은 원래 달심 유저였으나, 우연히 마주친 겐의 영상을 보고 감명을 받아 겐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후 EVO 2013에서는 쟁쟁한 강자들만 만나는 악운 속에서도 겐을 신기에 가까운 솜씨로 다루며 영화와도 같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이런 활약으로 겐을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늘어나는 것까진 좋았는데, 그 정도가 지나쳤던 것이 문제일까. 캡콤에서 이를 경계한 듯 울트라 스트리트 파이터 4로 들어오며 다시 너프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안'이 닦아 놓은 길에서 수많은 겐 고수들이 등장한 것은 덤이다.


TOP 3. 무릎-브라이언의 재발견
철권 3부터 등장한 브라이언 퓨리는 사이보그+광기+무에타이를 조합한 캐릭터로 꽤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인기와는 별개로 성능 면에서는 딱히 주목받지 못했다. 철권 3에서는 최약체, 철권 태그 토너먼트에서도 잘 쳐줘야 중상급, 철권 4 당시에도 약캐 취급이었다. 특히 도발 기술은 사실상 적 약올리기 외엔 아무 쓸모가 없다고 평가받았다. 그런 브라이언 퓨리를 계속해서 파고든 사람이 있었으니, 현재 철권계 최고 실력자로 자리매김한 '무릎' 배재민이다.
배재민은 철권 4 당시부터 대구의 철권 고수로 이름을 알려 왔는데, 철권 5에 들어 전국구급 실력자로 자리매김 했다. 특히 브라이언의 도발을 적극 활용해 벽콤보 후 도발-제트어퍼라는 한없이 브라이언에게 유리한 심리전을 걸어대는 플레이 방식을 개척하며,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브라이언을 철권 5 최고 강캐 중 한 명으로 발돋움시켰다. 그야말로 외면받던 브라이언이라는 캐릭터를 발굴해 강캐 반열까지 멱살 잡고 끌어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무릎'이 세계 최고 플레이어가 된 지금도 브라이언은 그의 최고 주캐 중 한 명으로 여전히 활약하고 있다.


TOP 2. 박세준-디렉터도 놀란 파치리스 활용
4세대 포켓몬인 파치리스는 배틀에서 명실공히 약캐 취급을 받았다. 종족값 합계도 매우 낮을 뿐더러,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기에도 매우 애매했다. 오죽하면 제작진도 파치리스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정도였다고 하니, 사실상 배틀에서는 버려진 포켓몬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러던 가운데, WCS 2014에서 박세준 선수가 파치리스를 활용해 우승컵을 거머쥐었을 때의 충격이란 그야말로 어마무시했다.
당시 박세준 선수는 파치리스의 기술 구성이 싱글 배틀에서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만, 더블 배틀에서는 다르다는 것을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간파했다. 그로 인해 파치리스는 썬더나 파이어로의 공격에도 버틸 수 있는 내구성과 함께 '날따름' 기술을 써서 딜러를 보호하고, '볼부비부비'와 '분노의앞니' 등으로 적을 갉아먹는 서포터 역할까지 하는 다재다능형 포켓몬으로 거듭났고, 우승컵의 주역이 됐다. 오죽하면 개발자 마스다 준이치 디렉터가 "그 곳에서 파치리스가 활약하리라고는 제작진도 상상하지 못했다"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이후 파치리스는 "포켓몬의 강하고 약함은 인간이 멋대로 정하는 것이다"의 대표 사례가 되었다.


TOP 1. 임요환-테란은 강한 종족이었다
스타크래프트를 넘어 e스포츠계 전체의 황제라 불리는 임요환. 그의 찬란한 공적과 화려한 성과 때문에 잊혀진 것이 있는데, 바로 스타크래프트 3종족 중 테란은 초반에만 해도 약체 종족이었다는 것이다. 메딕이 없던 오리지널 시절은 물론이었고, 브루드 워 초기만 해도 강력했던 프로토스와 물량과 속도 공세를 펼치던 저그에 밀려 가장 외면받는 종족의 설움을 겪어야만 했다. 이에 '쌈장' 이기석을 비롯한 많은 테란 유저들이 다른 종족으로 옮기는 등 테란의 암흑기는 상당히 길게 유지됐다.
그러던 중 임요환이 나타났다. 특유의 컨트롤을 앞세워 바이오닉 테란을 재발굴했으며, 마린으로 러커를 잡아내는 신들린 장면 등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테란의 가능성을 열어줬다. 임요환의 뒤를 따라 많은 이들이 다시금 테란 연구에 매진했고, 이윤열, 최연성, 이영호 등의 신예들이 등장하고 메카닉 테란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전술들이 발굴되며 테란은 약소 종족에서 최강 종족으로 거듭났다. 급기야 1.08 패치 이후 나중에는 '테사기'라는 말까지 나왔으니, 그가 열어놓은 테란의 길이 얼마나 넓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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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취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jong31@gameme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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