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펙스 레전드(Apex Legends)’ e스포츠 대회에서 선수들이 경기를 하는 도중 계정을 해킹당하며 핵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경기가 도중에 중단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에이펙스 레전드 글로벌 시리즈 북미 지역 결승전에서 다크제로(DZ) e스포츠 소속 ‘겐부르텐(Genburten)’ 노얀 오즈코세와 팀 솔로미드(TSM) 소속 ‘임페리얼할(ImperialHal)’ 필립 도슨이 경기 도중 해커에 의해 강제로 비인가 프로그램이 설치되는 일을 경험했다.
해킹으로 인해 겐부르텐은 경기 도중 적 위치가 보이는 월핵과 조준이 자동으로 적 머리에 향하는 에임봇이 실행됐고, 이상을 감지한 선수는 즉시 게임을 종료했다. 임페리얼할 역시 경기 도중 본인의 조준이 자동으로 적에게 향하는 이상현상을 감지했고, 그 사실을 대회 운영진에 알렸다. 이를 확인한 운영진은 대회를 긴급 종료했다.
이후 에이펙스 레전드 e스포츠 리그를 주최하는 EA는 "시리즈의 경쟁적 무결성이 손상되어 진행 중인 결승전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라며, "추후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에이펙스 레전드는 오랜 기간 해킹과 핵 프로그램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출시 초기에는 에임봇, 위치파악, 벽 투시 등 수많은 핵이 출현했고, 경기 시작 직후 음성채팅으로 핵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유저도 있었다. 유저들은 이번 사건에 대해 e스포츠 경기를 망친 해커뿐만 아니라 게임을 운영하는 EA와 리스폰 엔터테인먼트 측에도 대응이 미비했음을 지적했다.
한편 이번 해킹 사건의 범인은 ‘디스트로이어2009’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월 퓨리아(FURIA) 소속 ‘히스왓슨(hiswattson)’ 제이콥 맥밀린 선수 경쟁전 경기에서 수십개의 봇이 그를 쫓아다니게 만드는 사이버 테러를 자행했다고 알려졌다.
아울러 이러한 사이버 테러가 e스포츠 리그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리그인 LCK는 디도스 공격으로 인해 비공개 녹화 중계로 전환한 이후, 오프라인 서버를 도입하며 생중계로 전환했다. 에이펙스 레전드에서도 유형은 다르지만 외부 공격에 대회가 영향을 받는 사례가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e스포츠 종목사 및 리그 주최 측 역시 사이버 테러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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