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많은 MMORPG가 출시되고 있지만, 스토리까지 잘 구현한 작품은 드물다. 장르 특성 상 MMORPG에선 스토리가 우선순위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토리를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더빙, 컷신, 개연성과 핍진성, 대사와 글 등 세밀한 노력이 필요하기에, ‘태초에 천사와 악마가…’ 로 대표되는 뻔한 세계관 설명 몇 페이지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엔씨소프트는 지난 7일 신작 MMORPG ‘쓰론앤리버티(Throne And Liberty, 이하 TL)’을 출시하며 스토리와 세계관에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콘솔이나 싱글플레이 RPG를 주로 즐겨온 게이머에게도 통할 수 있도록 컷신이나 세계관 설정을 강화했고, 코덱스와 같은 요소도 추가했다고. 과연 그 결과물은 어떨까? 출시 1주일차인 15일, 게임메카는 TL을 플레이하고 그 스토리와 연출이 어땠는지를 알아봤다.
별의 힘을 품은 주인공 주변에 벌어지는 메인 스토리
TL은 메인, 서브 퀘스트를 통해 세계관을 풀어낸다. 다소 생소한 고유명사도 자주 등장하지만, 스토리에 집중하다 보면 의미와 윤곽을 어렴풋이 파악할 수 있다.
게임은 아키움 군단의 마녀 칼란시아가 별을 품은 아이들을 빼앗기 위해 위스프 섬을 침공하며 시작된다. 플레이어는 별의 힘을 가진 아이 중 한 명으로, 키워준 마법사의 희생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뒤 저항군의 일원으로서 성장하게 된다. 여느 MMORPG와 마찬가지로 플레이어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으며, 아키움 군단과 저항군 사이 벌어지는 사건을 주도하거나 휘말리며 메인 스토리가 전개된다.
성인이 된 주인공은 위스프 섬을 침공한 적들에게 맞서 별의 힘을 과하게 사용해 상처를 입게 된다. 위스프 섬에서는 이를 치료할 수 없었던 주인공은 아미토이 헤르피의 인도를 따라 고향을 떠나 라슬란 지방으로 향하게 된다. 이후 폭주하는 별의 힘을 다스리는 약을 만들기 위해 약재사 마티네를 찾아가고 그녀를 도와 재료를 모은다. 그 과정에서 마티네와 그녀의 자매를 납치하려던 아키움 병사들과 싸워 승리하고, 약을 완성해 별의 힘을 진정시킨다.
이후부터는 다소 옴니버스식 진행이 이어진다. 먼저 여관에서 만난 소녀의 의뢰에 따라 늑대 사냥제를 돕거나, 무너진 별빛 천문대로 향해 몰래 습격을 준비하던 고블린 부족에 맞서는 등이다. 그 후 별빛 천문대로 날아온 도움 메시지를 듣고 검붉은 숲으로 향한 주인공은 의외의 인물을 만난다.
도움을 요청한 이는 저항군 삼총사라는 별명을 가진 마법사 루테인이었다. 그는 실종된 마을 아이들을 찾고 있는데, 또 다른 삼총사의 일원 로버트와 함께 수사를 진행하다 보면 아키움 군단이 납치의 배후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은 단서를 삼총사 리더 소피아에게 보고하고, 이후 로버트를 따라 아키움 군단의 숨겨진 근거지로 향한다. 이후 삼총사와 저항군 리더 다빈치의 도움을 받아 아키움 지휘관을 처치하며 진정한 저항군의 일원으로 인정받는다.
이후 주인공은 마을의 첩보원으로부터 아키움 군단이 골렘의 핵을 노린다는 정보를 입수한다. 이를 먼저 탈취하기 위해 기억상실증에 걸린 드워프 음유시인 헨더스를 찾아가고, 여러 주변 인물로부터 정보를 얻어 아키움 군단을 추적한다. 이후 골렘 제작자 시에나 파커의 도움을 받아 아키움 군단과 골렘을 격파하고, 골렘의 핵을 얻는다.
이외에도 수호자 힘을 빌려 고대 뱀파이어와 싸워 이기거나, 거대한 샌드웜 퀸에 맞서기 위해 함정을 파는 등 별의 힘을 둘러싼 메인 스토리가 계속해서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스토리 구성이 옴니버스 방식이고 다소 전환이 갑작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후 에피소드를 보기 위해 다음 지역으로 발을 옮기는 원천이 된다.
세계관과 메인 스토리를 보충하는 과거 회상과 서브 퀘스트
메인 스토리 이외에도 다양한 서브 퀘스트와 과거 스토리를 통해 게임 세계관을 소개하고 스토리를 풍부하게 한다. 특히 컷신과 함게 나오는 과거 이야기가 중요하다. 주인공은 별의 힘을 사용해 시공의 고리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해당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생생하게 관찰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영웅 헨리의 묘지 근처에서는 늑대 괴수가 마을을 공격한 날로 돌아가 사건을 체험한다. 별빛 천문대에서는 직접 헨슨이 되어 아키움 군단과 전투를 벌이고 간신히 살아남는다. 이외에도 전설적인 뱀파이어 슬레이어, 골렘 제작자, 삼총사와 다빈치 등의 과거 행적을 돌아볼 수 있다. 과거 스토리는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새로운 인물들을 설명해주고, 이들이 세계관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인물인지를 자세히 알려준다.
서브 퀘스트는 주로 아키움 군단의 악랄함과 강력함을 소개하는 것들이 많다. 초반부 귀신이 출몰하는 여관에서는, 아키움 군단이 어떻게 마을 사람들을 납치하고 공격했는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다. 또한 아키움 군단이 고양이로 변해 마을을 정찰하고 정보를 얻어간다는, 다소 독특한 콘셉트의 퀘스트도 존재한다.
일부 서브 퀘스트는 메인 퀘스트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한 내용을 보충하는 경우도 있다. 골렘 마력석을 구매하는 퀘스트는 경매를 하는 듯한 독특한 방식으로 구성됐으며, 다양한 파생 아이템을 통해 골렘에 대한 설정을 풀어낸다. 검붉은 숲을 탐사하는 퀘스트에서는 삼총사의 과거를 추가로 알 수 있으며,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 받게 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서브 퀘스트와 추가 요소들이 세계관을 보충하고 플레이어의 이해에 도움을 준다.
다양한 컷신을 바탕으로 한 연출
스토리를 풀어나감에 있어 연출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제대로 된 연출이 없다면, 이야기가 흥미롭고 글의 품질이 뛰어나도 흥미를 느끼기 어렵다. TL은 더빙과 컷신을 주로 활용해 스토리 몰입감을 높이고자 노력했다.
메인 퀘스트에는 수많은 컷신이 등장한다. 처음 캐릭터를 생성하고 나면 부유하는 고래와 함께 섬의 전경이 출력되어 모험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한다. 골렘의 심장을 얻는 메인 퀘스트 말미에서는 드워프 음유시인이 뮤지컬 형식으로 폭군의 지배와 저항군의 의기를 강조한다. 주인공이 진정한 저항군으로 인정받는 장면 역시 표식을 건네주는 상징적인 묘사로 끝맺어 여운이 남는다.
과거 기억을 되짚어보는 내용에서는 다소 굵은 선의 애니메이션 풍 컷신이 나와 이것이 과거라는 점을 확실하게 강조한다. 다소 어두운 내용에서는 채도가 낮고 어둡고 굵은 선이 더 많이 사용된다. 밝고 희망찬 과거 스토리에선 밝은 채도와 캐릭터의 미소가 이를 드러낸다. 일러스트, 컷신 등 세세한 부분 까지도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주요 스토리뿐만 아니라 수많은 서브 퀘스트와 부가 콘텐츠에서도 컷신이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별의 조각과 연관된 부가 스토리에선 세계관에서 가장 중요한 악역 카자르와 마녀 칼란시아가 컷신으로 등장해 아키움 군단의 비인간적이고 강력한 모습을 드러낸다. 물론 인간과 공포새의 박치기 대결과 같은 다소 개그스러운 퀘스트도 영상으로 출력되는 등 게임 연출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다소 과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는데, 순간이동 비석을 활성할 때다. 비석의 경우 상호작용하면 해당 지역을 살펴보는 컷신이 역사와 특성을 설명하는 내레이션과 함께 나온다. 이를 통해 지역과 세계관 이해가 쉬워지긴 하지만, 내레이션 만으로도 가능한 만큼 약간은 자원 낭비로 느껴지기도 했다.
TL은 메인 스토리를 흥미있게 표현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메인 스토리에서는 세계관을 소개하면서도 지루하지 않도록 옴니버스식 구성을 선택했다. 각종 서브 퀘스트와 부가 시스템은 메인 스토리에서 부족한 개연성과 세계관 설명을 충족하고자 구성했다. 연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주요 장면뿐만 아니라 부가 스토리에도 컷신이 활용됐으며, 성우 풀 더빙을 통해 세계관에 생명을 부여하려 했다. 일부 요소는 과하다고 생각되지만, 엔씨소프트 전작들과 비교하면 서사나 세계관 완성에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추후 다양한 신규 에피소드가 추가될 예정인데, 품질을 더 가다듬고 완성도를 높인다면 오랜만에 스토리 부분도 즐길 만한 MMORPG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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