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 게임 ‘어이쿠! 왕자님 ~호감가는 모양새~(이하 어이쿠 왕자님)’은 2008년, 마땅한 인디게임 플랫폼이 없던 당시 오프라인 서점까지 진출하며 국내 동인 게임의 전설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국산 BL(Boy’s Love) 게임이라는 특성, 프린세스 메이커에서 영감을 얻은 육성 시뮬레이션 요소, 당시의 유행과 패러디를 맛깔나게 끼워넣은 센스 등, 여러모로 국내에서는 만나보기 힘들었던 키워드의 집합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마추어 팀이 모여 만든 게임이었음에도 부족한 없는 게임성까지 갖추고 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평이었다.
이 게임을 개발한 팀의 이름은 ‘팀 대인배들’. “대인배답게 윤리의 영역을 넘나들겠다”는 이들이 15년 만에 돌아와 어이쿠 왕자님 리마스터와 함께 베이퍼웨어로 언급되던 차기작 '허잇차! 세자님 ~게섯거라 이놈아~(이하 허잇차 세자님) 출시를 발표했다. 이는 어릴 적 게임을 살 수 없었던 소녀부터 본편을 즐겼던 어른까지 많은 이들을 환호케 했다. 조금 과장을 더해 비유하자면 GTA 6 출시 확정 소식이나, 본편에서 공략할 수 없었던 미연시 속 내 ‘최애’의 공략 가능 DLC가 나온다는 소식에 준하는 기쁨과도 같았다.
다만 허잇차 세자님은 전작과 라임을 맞춘 제목을 제하면 마땅한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게임인지라 많은 이들의 궁금함을 낳았다. 과연 허잇차 세자님은 어떤 게임으로 등장하게 될까? 게임메카가 15년 만에 팀 대인배들의 팀장 뽀삐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동인 게임 고전 명작 ‘어이쿠 왕자님’을 만든 그들은 누구인가
“세상은 흘러가는 물과 같아서 이 순간의 욕망에 충실해야 엉덩이 비빌 곳이 생깁니다. 아이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로망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독수리 같은 눈으로 가슴 떨리는 자극 포인트를 낚아채겠습니다. 그리고 태산 같은 자세로 대인배답게 윤리의 영역을 넘나들겠습니다.” 이것이 팀 대인배들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네 문장이다.
이들의 첫 작품 어이쿠 왕자님은 아들을 키우고 싶다는 마음으로 개발된 프린세스 메이커의 왕자 버전, 그러니까 프린스 메이커 게임이다. 2008년 개발 당시, MSN 메신저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을 모아 개발을 시작했으며, 이후 프로젝트를 보고 재밌겠다는 생각에 참여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1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2008년작 어이쿠 왕자님은 뽀삐 팀장의 비유에 따르면 “천인공노할 이야기가 듬뿍 담긴” 여성향 서브컬처 게임이었다. 이는 15년 뒤 리마스터판 심의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무려 '11회 연속 등급 거부'를 받고만 것이다. 이는 첫 출시 당시 위원회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마추어 게임 심의 법령이 없었던 탓에 지나치게 욕망과 로망에 충실해 게임을 만든 결과였다.
팀 대인배들은 결국 직접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연락해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물어봤다. 출시를 위해 모인 금액만 13억 5,800만 원, 후원자만 1만 5,000명을 넘긴 상황이었다. 인터뷰 진행 당시야 배송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농담처럼 건넬 수 있는 말이었지만, 빠듯한 출시일에 계속해서 돌아오는 등급 거부라는 답변은 심적 압박을 주기에 충분했다. 결국 팀 대인배들은 결국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연락한 뒤 수정점을 전부 찾아 12회의 심의 끝에 리마스터판을 출시할 수 있었다. 뽀삐 팀장은 당시 너무 많은 등급거부를 받은 탓에 "이러다 펀딩 연기로 경제사범이 되는 줄 알았다"는 소회를 밝혔다.
베이퍼웨어가 아니다! 팀 대인배들의 정신 담은 추리게임 ‘허잇차 세자님’
어이쿠 왕자님 리마스터판 출시를 마무리한 팀 대인배들이 개발 중인 허잇차 세자님은 모바일 수집형 RPG에 추리 어드벤처를 더한 게임이다. 게임의 배경은 가상의 조선으로, 플레이어블 캐릭터 문수는 모종의 사유로 사라진 세자를 찾기 위해 암행에 오르게 된다. 플레이어는 문수로서 팔도를 돌고 세자를 찾아나가며 각 도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스토리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각 지역마다 서로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다. 플레이 핵심은 '진실과 사실은 다르다'는 판단과 선택으로, 플레이어는 조사를 진행해 단서를 수집하고 자신의 가치판단에 맞춰 네 명의 죄인 중 한 명을 선택해 판결을 내려야 한다. 넷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엔딩과 함께 플레이어블 캐릭터 어사로서 문수의 평판은 달라진다. 모든 엔딩 및 컷신은 수집할 수 있으며, 한 스토리의 엔딩을 보고 나면 빠르게 다른 엔딩을 볼 수 있도록 스킵 기능과 단서 저장 기능이 준비됐다.
이렇게만 보면 본격 추리 어드벤처 게임을 추구하는 것 같지만, 어이쿠! 왕자님에 이은 여성향 동인게임임을 보여주는 요소가 바로 ‘역졸’ 콘텐츠다. 역졸은 어사 문수의 부하들로, 문수가 역졸과 교감하고 소통할수록 능력치가 높아진다. 이렇게 높아진 능력치는 새로운 단서를 찾는 요소가 되기도 해 숨겨진 엔딩이나 진상을 살필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여기에 주된 시대적 배경을 조선으로 잡되, 게임성과 캐릭터성을 살릴 수 있게 퓨전 사극 디자인을 추구했다. 이에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나 배경은 몰입감이 깨지지 않는 선에서 풍부한 변주를 주었다. 덕분에 추리의 재미와 함께 캐릭터를 공략할 수 있는 연애 시뮬레이션의 재미도 만나볼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허잇차! 세자님의 개발은 약 20~30% 단계에 접어들었다. 오픈 스펙은 3개의 지역으로, 플레이타임은 빠르게 엔딩을 본다면 지역 당 30분, 꼼꼼하게 한다면 지역 당 최대 3시간 가량을 예상하고 있다. 예상 최종 스펙은 5지역으로, 이후 추가 시즌이 나오게 된다면 DLC나 신작이 아닌 인앱결제 방식의 업데이트로 제공하겠다는 것이 뽀삐 팀장의 말이다.
“양질의 콘텐츠 위한 오타쿠 1만 양병 성공” 팀 대인배들의 다음은
어이쿠 왕자님도, 허잇차 세자님도, 모두 팀 대인배들에게는 전례가 없는 게임이었다. 만들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과감하게 개발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뽀삐 팀장은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예상치 못한 상황들을 겪으며 많이 배워나가고 있다”며, 동인 게임 개발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전했다.
허잇차 세자님도 개발 초기에는 난항을 겪었다. 장르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재택으로 각자의 생업과 스케줄이 엉키며 30분이면 확인이 끝날 일이 일주일이나 밀리기도 하는 등 다양한 문제를 맞닥트렸다. 그래도 올해부터는 사무실에 출퇴근하는 형식으로 개발에 집중해 빠른 공유와 확인이 가능해졌다고.
팀 대인배는 허잇차 세자님 출시 후 어이쿠 왕자님 스팀 출시도 예정하고 있다. 만약 스팀 출시를 하게 된다면 리사이징과 현지화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예상 지원 언어는 중국어, 영어, 일본어로, 뽀삐 팀장은 "일본은 자국 콘텐츠가 많아 경쟁력이 조금 궁금하다"며 기대를 밝혔다.
뽀삐 팀장은 인터뷰 말미에 “나는 오타쿠 어린이 10만 양병설을 주장한다”며, “많은 어린이들을 일찍 오타쿠의 길로 빠트려 양질의 작품을 많이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어이쿠! 왕자님의 구매층을 보면 20대가 많은데, 당시 구매가 불가능했던 분들이 성인이 돼 구매한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며, “후원자 분들의 수를 보자면, 이 정도면 오타쿠 1만 양병은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동인 게임이란 무엇인가? 동인의 본질은 앞서 말했듯 특정 서브 컬처에서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며, 동인 게임은 이들이 만든 게임이다. 상업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겠으나,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고 함께 즐긴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팀 대인배들은 풍부한 경력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한 동인 게임 개발팀이 아닐까 싶다. 모쪼록 이 추억의 개발팀이 앞으로 더 많은 이들에게 추억과 재미를 남겨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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