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게임스컴에는 한국 게임사 출전이 많았다. 게임스컴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에서 붉은사막 신규 플레이 영상을 공개한 펄어비스부터 넥슨, 네오위즈, 하이브IM, 그라비티 등이 직간접적으로 게임스컴에 출전해 글로벌, 특히 북미와 유럽 공략에 힘을 쏟았다. 여기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B2B 대상으로 운영한 한국공동관에도 15곳 이상 국내 중소 게임사가 출전했다.
게임은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만, 그 대부분이 중국, 중화권, 동남아 등 특정 지역에 쏠려 있다. 수출에 있어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중국이 판호 발급을 제한하며 신작을 낼 수 없었던 시기처럼 국내에서 컨트롤할 수 없는 해외 이슈에 휘둘리기 쉽다. 아울러 국내 역시 주력인 모바일게임이 성숙기에 접어든 와중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며 더 진지하게 신흥 시장 개척을 고려해볼 시기가 됐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통적인 게임 강세지역인 북미와 유럽은 진출만 가능하다면 난세를 해소할 대안이 될 수 있다. 올해 게임스컴에 한국 게임사가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도 국내와 이러한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 게임에 대한 현지 업계 및 게이머 반응은 어땠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앞서 이야기한 단점을 만회할 단초가 보였다.
올해 게임스컴에서 한국 게임에 대한 현지의 관심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우선 게임스컴 전야제인 오프닝 나이트 라이브에 공개된 붉은사막 플레이 영상은 공개 이틀 뒤인 25일 기준으로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조회수 220만에, 3,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댓글 대다수는 영어이며, 게임에 대한 기대감을 표하면서 사실적인 느낌을 강조한 그래픽과 전반적으로 검은사막보다 발전된 게임성을 긍정적으로 평했다.
아울러 붉은사막 영상에는 검은사막에 등장하는 우사와 매구가 이스터 에그로 등장하며, 두 게임 간 연관성 역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어서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영상 공개와 함께 삼성전자 부스에 검은사막 아침의 나라 시연 부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는 검은사막으로 쌓은 글로벌 인지도를 붉은사막에 연결해서 더 큰 시너지를 내겠다는 의도가 느껴진다.
이 외에도 B2C 단독부스를 운영한 하이브IM과 그라비티 부스 역시 게임을 즐기러 방문한 유저로 제법 붐볐다. 특히 별이되어라2 시연 버전을 선보인 하이브IM 부스에는 게임을 해보기 위해 유저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게임스컴 출전에 대해 하이브IM 관계자는 “글로벌 유저들에게 ‘별이되어라2’의 재미를 잘 보여드리고 싶고, 개발자가 직접 관람객의 표정을 보며 피드백을 받아 게임을 완성하고 싶었기 때문에 참가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공동관의 경우 컴투스로카, 스토익엔터테인먼트, 블렌즈, 픽셀리티 등 VR 게임사와 스팀에 신작 출시를 준비 중인 무모스튜디오, 에그타르트 등 PC게임 제작사 비중이 높았다. 두 플랫폼 모두 북미와 유럽이 주력이기에 게임스컴 출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스토익엔터테인먼트 김홍석 대표는 “시장 자체가 북미와 유럽에 있기에 이쪽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으며, VR 게임을 하려면 필요한 HMD(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 자체가 미국과 유럽에만 보급된 상황이다. 특히 최근 시장조사를 살펴보면 미국에서 생애 첫 게임 콘솔로 VR을 구매한 유저가 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인 부분이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컴투스 VR 자회사인 컴투스로카는 게임스컴 현장에서 미국 트레드밀 업체인 버츄익스와 다크스위드 서비스 계약을 맺기도 했다. 트레드밀은 기기 위에 올라가서 발로 직접 뛰며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장치다. 이에 대해 컴투스로카 이영현 COO는 “VR은 국내보다는 글로벌 서비스가 중요한데, 글로벌에서 특정 업체나 인플루언서, 유저들을 만나는 자리를 갖기는 쉽지 않다. 게임스컴을 통해 현지와 연결되며 성과도 가져갈 수 있어서 굉장히 의미 있었다”라고 밝혔다.
스팀에 출시될 예정인 메탈 수츠를 출품한 에그타르트는 이례적으로 B2B와 B2C에 모두 부스를 냈다. 에그타르트 박진만 대표는 “한국공동관에 참여하면서 B2C 부스를 따로 냈는데, B2C에서 게임을 플레이해본 퍼블리셔들이 저희 부스로 방문하며 미팅도 꽤 많이 했다. 반대로 B2B 미팅 중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싶다면 B2C로 안내하는 등 B2B와 B2C간 선순환구조가 생겼다. 둘 중 하나만 냈다면 이렇게까지 많이 미팅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공동관을 운영하는 콘진원 역시 내년에는 B2C에도 부스를 운영하는 것을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국 게임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는 어떠할까? 우선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산업팀 구수민 과장은 “작년에는 코로나 이후에 처음 출전하며 미팅에 다소 편중이 있었고, 특히 VR 쪽은 퍼블리셔나 투자자 매칭이 어려웠다. 그런데 2년 연속 참여하며 네트워크가 쌓였고, 3일간 200건에 달하는 미팅이 매칭됐다”라고 밝혔다. 공동관에 방문한 주요 업체는 에픽게임즈, 넷이즈게임즈, EA, 북미 주요 퍼블리셔인 픽셀 유나이티드 등이다.
공동관에 참여한 업계 관계자 역시 여러 요인을 토대로 한국 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옥토레이드 VR로 게임스컴에 출전한 블렌즈 김석현 대표는 “검은사막과 등 유명한 게임에 영향을 받으며 한국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 같다. 저희와 같은 인디게임도 그 영향을 받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K-POP,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에서도 인기를 끌며 국가 인지도가 높아졌고, 게임은 기존에도 언어가 없어도 재미를 전달할 수 있는 강점을 지녔기에 지명도 상승에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의견이었다. 스팀 출시 예정인 슈팅 신작 두비움을 개발 중인 무모스튜디오 전하웅 COO는 “현장에서 투자사 및 퍼블리셔와 미팅을 진행했다. 아직 프로토타입이라 계약 단계는 아니지만, 게임을 테스트하고 싶다는 업체가 두세군데 정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컴투스로카 신현승 대표는 “전반적으로 행사를 살펴봤을 때 검은사막도 그렇고, 붉은사막, P의 거짓 등이 호응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서 엄청난 대기열이 형성된 검은 신화: 오공 등 중국 게임도 마찬가지다”라며 “그동안 유럽에서 아시아 게임이 조명되지는 못했는데, 한국이라기보다는 아시아 게임이 작년부터 유럽 시장에서 빛을 보고 있고, 앞으로가 많이 기대되는 시장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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