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게임이든 안 그렇겠냐만, 인디게임에선 콘셉트가 매우 중요하다. 스팀에만 하루에 수십 개가 넘는 게임이 등록되는 홍수 속에서 살아남아 스스로를 드러내기 위해선 독특하고 참신한 요소가 필수다.
하지만 이런 참신한 아이디어가 매번 샘솟는다면, 모든 게임이 성공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새로운 장르가 탄생하고 유행을 이끌었다. 매번 창의적인 게임 플레이를 만드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래서 최근 강조되는 것은 기존에 출시된 게임에 자신만의 색을 입혀 멋지게 꾸미는 것이다.
소개할 ‘매직 페이퍼’ 역시 다른 작품에 존재했던 요소를 참신하게 다듬은 게임이다. 겉보기엔 마법을 사용해 몬스터를 처치하고 던전을 클리어하는 흔한 게임처럼 보인다. 하지만 여러 마법 속성, 특유의 마법 조각 시스템이 게임을 독창적이고 독특하게 만든다.
인벤토리에 퍼즐 모양 마법을 지정하는 ‘매직 페이퍼’
매직 페이퍼는 던전 탐험하는 핵앤슬래시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얼핏 귀여운 디아블로가 연상되는데, 다양한 마법을 사용해 몬스터를 무찌르고 마왕을 물리쳐야 한다. 던전은 여러 방으로 구성되고, 방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처치하면 다음으로 넘어간다. 던전 마지막에는 난이도 높은 보스도 등장한다.
던전을 탐험하다 보면 다양한 마법 조각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마법 조각을 마법진에 장착하면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마법 조각은 테트리스 퍼즐 같은 모양을 가지고 있다. 조각으로 마법진을 완성하면 특수 효과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마법 조각을 장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법은 각기 다른 위력과 속성을 가진다. 개발진에 따르면 강한 마법은 조각 개수가 더 많아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또 같은 조각을 모아 중복해서 장착하면 마법이 강화된다. 약한 마법을 여럿 장착해 위력을 강화할지, 다양한 마법을 사용할지는 플레이어 선택이다.
이런 가방 정리 요소는 디아블로 등 다양한 RPG에서 이미 등장했다. 다만 이런 게임에서 인벤토리 정리가 부가요소로 느껴졌다면, 매직 페이퍼에서는 핵심 플레이 요소로 기능한다. 상당히 유기적이고 독특한 게임 시스템인데, 이러한 요소는 과연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
첫 시작은 유아용 퍼즐 게임이었다
매직 페이퍼 개발사 텔레포트 소프트가 가장 처음 개발한 게임은 재미있게도 유아용이었다. 텔레포트 소프트는 전우진, 김영해 2인 개발자로 구성된 작은 인디게임 팀이다. 국가지원 코딩 교육과정을 수강하던 두 개발자가 2020년 6월 만나 팀을 꾸렸고, 나중에 한 사람이 합류했다. 하지만 이후 창립 맴버 한 명이 군 입대를 하게 되어 현재 2명의 개발자가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두 개발자 모두 게임 개발은 처음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 어떤 게임을 만들지 고민했고, 최초 프로젝트로 유아용 게임을 개발하게 됐다. 이유는 유아용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을 가진 팀원이 있었고, 익숙한 분야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이후 시장 조사를 통해 모바일 플랫폼에서 첫 게임 ‘퍼피 랜드-로보타의 모험’을 출시했다. 다양한 외국어로 번역됐고, 성우까지 기용한 게임이다.
하지만 유아용 게임을 개발하니 인디 개발팀으로는 상당한 문제를 겪을 수 밖에 없었다. 게임 에셋을 외부에서 구해야 한다는 문제가 가장 컸다. 유아용 게임이기 때문에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성우 비용이 많이 들었다. 무려 7개 언어로 번역된 만큼, 번역 비용도 상당했다. 두 번째 유아용 게임 ‘공룡 월드-로보타의 모험-‘을 출시한 뒤, 두 개발자는 2인이 독립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신작을 구상하게 됐다.
좋아하던 판타지 주제로 출발한 신작 개발
두 개발자는 자신들이 어릴적 즐기던 디아블로에서 출발해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기로 했다. 전우진 개발자는 “옛날 디아블로1의 도살자에 깜짝 놀라서 죽고 잠깐 멍해졌을 때의 추억을 생각하며, 우리도 그런 어두운 분위기의 판타지 게임을 만들어 보자”라는 심경에서 매직 페이퍼를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판타지 만화, 게임을 참고했다. 어릴 때부터 만화 작가가 꿈이었던 전우진 개발자는 몬스터와 마법이 등장하는 판타지 세계를 매우 사랑했고, 이 중 특히 토리야마 아키라가 그린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를 동경했다. 어둡고 진지한 디아블로 분위기와, 약간은 귀엽고 부드러운 드래곤 퀘스트 사이에 위치한 매직 페이퍼의 분위기는 이런 과정에서 탄생했다.
게임이 가진 독특한 마법 인벤토리 시스템은 디아블로와 이스케이프 프롬 타르코프, 바이오하자드 4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 다양한 게임을 살펴보면서 게이머들이 인벤토리 정리에 쾌감을 느낀다는 것을 발견했고, 로그라이크와 마법, 그리고 인벤토리를 한 게임에 어떻게 넣을까 고민한 끝에 매직 페이퍼의 시스템이 탄생하게 됐다. 전에 개발한 유아용 게임이 퍼즐 장르였던 것도 시스템 정립에 큰 도움이 됐다고 두 개발자는 말했다.
내년 6월 출시 목표로 절찬리 개발중인 매직 페이퍼
게임 개발 과정은 수월하지 않았다. 특히 “UI, UX 편의성을 개선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엄청 고난도 기술이었다”라고 전우진 개발자는 말했다. 김영해 개발자는 “퍼즐을 스킬로 구현하는 것이 3차원 복잡도였는데, 컴퓨터 공학에서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사용했다”라고 회상했다.
현재 매직 페이퍼 개발은 33% 정도 완성됐고, 내년 6월에 출시를 계획 중이다. 최근 화염 속성 던전과 마법, 몬스터 등과 콜로세움 콘텐츠를 추가했다. 콜로세움 콘텐츠는 원하는 마법 조각을 걸고 싸워 피해를 적게 입을수록 더 많은, 혹은 크기가 작은 조각을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구상했다. 도전 모드나 몬스터 도감 등도 앞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두 개발자는 매직 페이퍼가 사실상 유저들과 함께 만든 게임이라고 말했다. 전우진 개발자는 “대미지 표시가 없다고 말씀하시거나, 마나가 부족한데 오브젝트를 파괴로 회복할 수 있도록 조정하면 좋겠다 등 간단한 의견부터 전문적인 조언까지 있었다”며, “언제든지 피드백 받을 준비가 되어있고, 구체적인 조언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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