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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무섭지만 나중에는 슬프다, 레이어스 오브 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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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어스 오브 피어 리메이크(사진출처: 스팀 상점 페이지)
▲ 레이어스 오브 피어 리메이크(사진출처: 스팀 상점 페이지)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이 최고의 문학이라 말했다. 등장인물이 고통받는 이야기는 감상자로 하여금 극한으로 집중·몰입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레이어스 오브 피어 리메이크는 예술가의 광기, 삶을 비극적으로 다룬 게임으로, 한 예술가 가족에 일어난 과거를 직접 경험하며 극한의 몰입을 할 수 있다.

이번 리메이크작은 레이어스 오브 피어 1편, DLC와 레이어스 오브 2편에 추가 스토리까지 더해 1편 가족의 스토리를 더 세밀하게 다룬다. 그래서 게임은 전반적으로 첫 번째 작품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레이어스 오브 피어 리메이크, 그 광기와 사랑과 예술 속으로 들어가보자.

※게임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담겨 있습니다

비극적인 예술가의 삶을 다룬 스토리

레이어스 오브 피어 리메이크의 핵심은 스토리다. 게임의 모든 시스템, 퍼즐, 공포 요소는 모두 스토리를 드러내기 위한 부가적인 요소다.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이름 모르는 작가가 되어 등대에서 집필활동을 시작하는데, 그 소설의 내용이 바로 레이어스 오브 피어 1편의 이야기다.

레이어스 오브 피어 1편과 리메이크 초반부 주인공은 화가다. 화가의 목표는 최고의 그림을 그리기 위한 재료를 모으는 것이다. 처음 시작하게 되면 상황도 배경도 알지 못한 채 플레이어는 주변을 탐험하고 지시문과 주인공의 대사에 따라 재료를 모으게 된다. 그 과정에서 비현실적인 환각을 보게 되는데, 점점 그 환각이 심해지고 집 안이 더러워진다. 그리고 스토리 끝 무렵에는 사실 더럽고 폐허가 된 집이 현실에 더 가깝고, 처음에 깔끔하게 정리된 집이 환각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된다.

재료를 모아 그림을 그린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재료를 모아 그림을 그린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깔끔해 보이는 집의 풍경은 사실 환각이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스토리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은유적으로 드러나며, 찾아낸 문서들을 통해 유추할 수도 있다. 가장 강한 충격을 줬던 것은 주인공과 딸의 스토리를 다룬 4장이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나오는 눈물 흘리는 인형, 배경으로 들리는 비명소리와 주인공의 고함소리, 주인공을 비난하는 문서 등이 등장한다. 이를 토대로 주인공이 자신의 딸을 예술적 재능 때문에 학대했으며, 이후 보육원에 보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상당히 충격적으로 전달된다.

이러한 큰 줄기는 원작의 궤를 따라가지만, 이번 리메이크는 화가와 딸(DLC)의 이야기에 피아니스트인 아내 시점의 이야기를 추가해 줄거리 완성도를 높였다. 다만 각 스토리가 모두 멀티 엔딩인데, 다른 스토리와 아귀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화가 엔딩 중 집에 불을 지르는 것이 있는데, 딸의 스토리에선 불에 타지 않은 집을 탐험하는 등 일부 개연성이 맞지 않는다. 이런 부분은 게임적 허용이라 봐야 할 것 같다.

앞서 설명한 게임 스토리와 연출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지만, 성우 연기는 다소 아쉬웠다. 주인공 아내와 작가는 감정적인 캐릭터임에도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는 정도에 그쳤지만, 진짜 문제는 작가의 아들 역할을 맡은 성우였다. 작가 아들 역할과 함께 문서 내레이션도 맡았는데, 심각하게 국어책 읽는 톤으로 연기했고 모든 문서와 역할 목소리가 똑같아서 몰입을 해쳤다.


▲ 아이템과 문서로 전개되는 스토리 (사진: 게임메카 촬영)

화를 내는 아버지, 부서진 장난감으로 스토리를 알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화를 내는 아버지, 부서진 장난감으로 스토리를 알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대사도 별로지만 연기는 더 별로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이템 탐색과 퍼즐을 활용한 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

게임 주요 플레이 방식은 탐색과 퍼즐이다. 플레이어는 주변을 탐색해 다음 공간으로 향할 수 있는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퍼즐을 풀어야 한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다양한 문서, 아이템, 열쇠를 획득하게 된다. 문서와 아이템 다수는 게임 스토리를 설명하는데 사용되고, 게임 진행에 필요한 아이템과 열쇠는 획득하고 나면 오른쪽 아래 표시된다. 게임에는 가방이나 인덱스 기능이 없다. 획득한 문서와 스토리 아이템은 스테이지 시작지점인 집안에 놓여있어 스테이지를 끝내기 전 까지는 다시 확인할 수 없다.

▲ 아이템에 나오는 설명으로 스토리를 유추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열쇠를 찾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열쇠를 찾았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퍼즐은 종류가 다양하고 비교적 직관적이다. 또한 모든 퍼즐이 주인공의 과거, 혹은 죄책감과 연관되어 있다. 주인공이 그린 기괴한 그림에서 비밀번호를 찾거나, 딸과 플레이했던 보드게임이 퍼즐로 등장하기도 한다. 어떤 퍼즐은 게임 진행과 무관하게 스토리 설명을 위해 존재하기도 한다. 

다만 몇 가지 퍼즐과 게임 진행은 직관적이지 않고 힌트도 없어 시간을 소모했다. 대표적인 것이 초반부 등장하는 착시 퍼즐인데, 빈 액자가 있어 원근감이나 착시를 이용한 퍼즐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해결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시선을 돌리다 저절로 퍼즐이 해결되어 버리기도 했다.

딸아이와 했던 보드게임 퍼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딸아이와 했던 보드게임 퍼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착시 퍼즐,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 수 없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세계관에 몰입하게 하는 상징적 소품과 주인공 시점

레이어스 오브 피어는 여러가지 게임 디자인을 시도해 세계관에 몰입하도록 도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상징적인 소품의 활용이다. 각각 주인공마다 스스로의 정신적 문제를 상징하는 상징물들이 있다. 화가의 경우는 불과 재와 그림이며, 딸은 붓과 크레용, 화가의 아내는 쇠사슬과 새다. 상징물은 각각 화가의 경우 광기와 집착, 딸은 예술과 동심, 아내는 부자유와 자유를 나타낸다.

게임은 이런 소품을 적절하게 활용해 게임 전반적으로 분위기를 형성했는데,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된 장소는 화가와 화가의 아내가 함께 생활한 집이다. 화가의 환각에서 집은 늘어붙은 타르와 재로 뒤덮인 공간이었지만, 아내에게 집은 쇠사슬이 사방을 묶고 문 마저도 가로막힌 공간이었다. 같은 공간을 서로 다른 소품을 활용함으로써 각자에 눈에 비친 세상이 다르다는 것을 효율적으로 표현했고, 이런 미적인 부분에서 깊은 인상을 준다.

▲ 남편에게 집은 불타고 무너진 공간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아내에게 집은 쇠사슬로 고립된 장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아내에게 집은 쇠사슬로 고립된 장소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여기에 더해 왜곡된 1인칭 시점으로 몰입감을 더욱 높였다. 주인공은 등을 사용하거나 아래를 내려다볼 때를 제외하면 손과 다리도 보이지 않는다. 딸로 플레이 할 때는 어린아이의 시선 높이에서 게임이 진행되기도 한다. 또한 다리가 온전하지 않은 화가의 경우 움직일 때 다른 캐릭터와 다르게 시야가 조금씩 흔들린다. 이렇게 팔도 다리도 보이지 않고 캐릭터에 따라 흔들리기도 하는 시점은 확실한 집중과 몰입을 준다.

다만 집 복도나 좁은 공간에서 살짝 흔들리는 왜곡된 1인칭 시점은 3D 멀미를 유발하기도 했다. 특히 어린 딸로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머리가 아프고 속이 안 좋을 정도로 멀미가 심했다. 

아이템을 가리킬때도 손가락 조차 보이지 않는 1인칭 시점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아이템을 가리킬때도 손가락 조차 보이지 않는 1인칭 시점을 유지한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어린아이 시점의 플레이는 참신했지만 멀미가 심했다
▲ 어린아이 시점의 플레이는 참신했지만 멀미가 심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공포를 극대화하는 소품과 사운드

개인적으로 어둠 속에서 그림을 보는 것이 이렇게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이 게임을 하며 처음 경험했다. 특히 주인공이 화가고 입체파 화풍이어서 기괴한 인물화가 자주 등장하는데, 어두운 배경에서 그림과 눈을 마주치는 경험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을 정도다.

두려움을 자극하는 또다른 요소는 바로 각종 배경음이다. 우선 배경 음악은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대부분 고요하거나 바람소리 정도만 들리는데, 귀신이 등장하거나, 축음기나 피아노 같은 악기를 사용하거나, 컷신 정도에서만 배경음이 나온다. 대신 끊임없이 작은 소음을 들려줘 사람을 놀라게 한다. 고요한 가운데 물건 떨어지는 소리, 갑작스러운 비명 등 청각적인 점프 스케어가 많아 심장에 해로웠다.


인물화는 무섭기 그지없고 평범한 그림도 어두울 때 보면 매우 두렵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인물화는 무섭기 그지없고 평범한 그림도 어두울 때 보면 매우 두렵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그리고 공포게임의 핵심인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플레이어를 본격적으로 공포에 떨게 만든다. 귀신은 특정 구간에서만 등장하는데, 그때는 배경에서 긴장감 넘치는 음악이 나와 이를 알려준다. 귀신은 속도가 빠르지 않고 램프로 태워 없앨 수 있지만, 죽여도 다시 살아나기 때문에 등장하는 구간에서는 끊임없는 긴장감 속에 추격전을 벌여야 한다. 도저히 마주치고 싶지 않은 기괴한 생김새는 덤이다.

하지만, 게임에 적응되고 스토리를 파악하고 나면 무서움보다 슬픔을 더 많이 느끼게 된다. 처음 귀신에게 붙잡히면 혼비백산하지만, 나중에는 무서운 화면 너머 아내가 작은 목소리로 “당신 나를 만나러 온 건가요?”라고 기쁘게 말하는 것이 들리게 된다. 이를 통해 귀신의 정체를 알 수 있고, 아내가 화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화가의 죄책감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하게 된다.

귀신의 정체는 화가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아내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 귀신의 정체는 화가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아내의 환각이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레이어스 오브 피어 리메이크는 예술가의 광기와 비극을 게임이라는 매체에 맞게 잘 풀어냈으며, 방대한 줄거리를 단일 타이틀로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 비극적인 스토리를 좋아하거나 공포 게임 팬에게 추천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다만 특유의 시점과 시선 흔들림 때문에 3D 멀미에 취약한 플레이어에게는 추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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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PC, 비디오
장르
어드벤쳐
제작사
블루버 팀
게임소개
레이어스 오브 피어 리메이크는 1인칭 호러 게임으로, 원작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플레이어는 아웃라스트나 암네시아: 더 다크 디센트같은 서바이벌 호러가 아닌, 방을 수색하며 단서들을 찾아 스토리를 유추해 가야 한다. 자세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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