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들은 곧잘 소중한 기억을 자신의 창작물로 남겨두고는 한다. 이는 아주 오래 전부터 볼 수 있던 모습으로, 기술이 발전된 최근에는 그 매체나 제작자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 일반인들도 사진을 모아 영상으로 만들어내거나, 책으로 펼쳐낼 정도고, 이런 의도를 담은 게임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오늘 소개할 더 램지도 개발자가 자신이 키우던 햄스터에 대한 기억을 남기기 위한 시도에서 시작됐다.
다만 더 램지의 경우 모종의 사유로 인해 주인공이 햄스터에서 또다른 설치류인 다람쥐로 변하게 됐다고 하는데,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다람쥐 주인공과 자연이 조화롭게 얽힌 모험 이야기에 과연 어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지, 게임메카는 더 램지를 개발한 트래블러 박상훈 개발자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설치류 러버 개발자가 빚어낸 귀여운 플랫포머 게임 더 램지
귀여운 레트로 픽셀아트와 칩튠 BGM이 시선을 모으는 ‘더 램지’는 다람쥐 '램지'가 자신의 고향인 '다람지구'에서 일어난 납치 사건을 풀어나간다는 스토리를 담은 캐주얼 2D 탐험 플랫폼 게임이다.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을 추구하고는 있지만, 메트로배니아가 가진 어두운 분위기와 어려운 난이도를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가볍고 귀여운 비주얼을 추구했다.
마냥 밝게만 조정한 것은 아니다. 게임 내 배경은 기후 이상으로 변화한 환경이 중심으로, 이는 자신의 발명품인 '기후 변화 장치'를 실험하던 박사 ‘캐스터’의 무리한 욕심에서 시작됐다. 마을 밖으로 쫓겨난 캐스터는 기후 이상을 해결할 동료박사 ‘윌러’를 납치했고, 기후 이상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행성 전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이에 평범한 도토리 마을의 기온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었던 독거미가 살아남아 숲을 활보하거나, 행성 전체에 닥쳐온 대기근으로 굶주린 족제비가 다람쥐들이 사는 마을 근처까지 찾아오는 등 여러 사건들이 벌어지게 된다.
이는 게임 내 플랫폼에 등장하는 적 등을 통해 위기로서 작용하는데, 이 난관을 해결하는 일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코튼 건'이다. 이 코튼 건은 납치당한 유능한 박사 윌러가 만든 호신용품으로, 총에 목화 씨앗을 장전해 만든 '코튼 팝콘'은 장애물이나 캐릭터를 튕겨내 유저가 평소에 갈 수 없는 더 높은 곳을 올라갈 수 있게 만들고, 더욱 쉬운 이동과 수월한 문제 해결이 가능하게 했다.
박 개발자가 목화솜을 모티브로 삼은 이유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도구 중 가장 푹신하고 탄력있으면서도 비폭력적인 것이 무엇일까 고민한 결과다. 다만, 매커니즘은 비폭력과는 거리가 먼 고전 FPS, 퀘이크 시리즈의 '로켓 점프'에서 차용했다. 이는 폭발이 만드는 충격파를 활용해 약간의 대미지를 입는 대신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까다로운 기술이지만, 더 램지에서는 초보자도 컨트롤 장벽 없이 단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다듬어내 편의성을 중심으로 접근했다.
개발자들의 공동체 이키나게임즈와 픽셀게임 2인 서클 ‘트래블러’
더 램지 개발사인 이키나게임즈는 게임 개발 장인들의 행복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일종의 길드와 같은 회사다. 만드는 사람과 즐기는 사람 모두 행복한 게임을 개발하자는 목표로 장르와 플랫폼 구분 없는 다양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박 개발자가 소속된 ‘트래블러’는 이키나게임즈에 소속된 2인 서클로, 기획자 겸 프로그래머 1명, 픽셀 아트를 비롯한 전반적인 아트 부분의 담당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트래블러라는 이름은 문자 그대로 여행과 모험을 소재로 한 게임을 만든다는 뜻과, 모험으로 느껴질 새롭고 신선한 프로젝트 개발을 시도하는 곳이라는 뜻을 가졌다.
더 램지는 ‘설치류 애호가로서 고양이와 강아지가 귀여움의 전부가 된 세상이 질렸다’라는 생각을 반쯤은 농담 삼아 하고 있던 박 개발자가 자신이 키우던 햄스터를 하늘로 떠나 보내고 난 후, 이를 기리기 위해 만들던 프로토타입에서 시작됐다. 그렇게 기획과 개발을 이어나가던 중 돌연 인터넷에서 '람쥐썬더'라는 사진을 발견하고 큰 감동을 받아, 주인공은 햄스터보다 다람쥐가 더 어울리겠다는 생각에 캐릭터를 다람쥐로 결정하게 됐다. 더 램지의 ‘램지’는 그렇게 탄생했다.
더 램지는 플랫폼 게임으로써는 드물게 더빙이 포함돼 있다. 이에 게임쇼 등지에서 유저들로부터 “어째서 플랫폼 게임에 더빙이 들어가게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고. 박 개발자가 굳이 게임에 더빙을 넣은 이유에는 체감 난이도 저하가 있다. 메트로배니아에 익숙한 사람들은 힌트 없이도 넓은 맵을 탐험하기를 어려워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박 개발자는 “맵 내의 NPC와의 대화가 큰 정보가 될 것”이라며, “메트로배니아 장르에 미숙한 유저와 캐릭터와의 대화를 사랑하는 유저들을 위해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장치를 넣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트래블러는 더 램지 이후에 어떤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나갈지 계속 고민해나가고 있다. 여러 생각을 공유하고는 있지만, 우선 ‘트래블러’라는 서클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질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공통된 방향을 가지고 있다. 차기작은 좀 더 모험에 집중한 게임이나, 더욱 아름다운 픽셀아트가 돋보이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박 개발자의 말이다.
‘햄스터 유니버스’ 예고, 어떤 귀여움 보여줄까?
더 램지는 앞서 출시된 이키나게임즈의 또다른 게임 '슈퍼 햄스터볼'에서부터 시작된, 다양한 설치류 캐릭터가 등장하는 세계관과 연관된 게임이다. 정식 출시 이후 더 램지의 반응이 좋아 많은 이들이 후속을 원하게 된다면, 게임 내 캐릭터들을 활용한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개발자들끼리는 '햄스터 유니버스'라 부른다는 이 독특한 세계관이 확장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오는 4월 말 스팀 출시를 앞둔 더 램지는, 이후 닌텐도 스위치 등 여러 콘솔로도 출시 예정이다. 체험판에서는 공개되지 않았던 게임 후반부로 갈수록 기후 이상의 원인이 마을에 퍼져있던 소문보다도 더 복잡한 문제였다는 것이 밝혀지고, 기후 이상이 불러온 재앙에 휩쓸려 더욱 처참한 환경이 된 다른 섬의 모습도 만날 수 있다.
박 개발자는 “더 램지에 많은 관심을 주시고 다양한 의견을 남기신 분들께 언제나 감사드린다. 완성된 게임에서는 더 깊은 스토리가 이어질 것이고, 더욱 귀여운 캐릭터들도 많이 등장할 것”이라며, “이 게임은 개발자들의 취향을 꾹꾹 눌러 담아 만들어졌다. 재미있게 플레이해주실수록 저희들은 매우 기뻐할 예정이다. 설치류를 좋아하는 개발자가 이 게임에 진심을 담아 여러분들께 전한다. 독자 여러분들도 좋아하는 것을 진심을 다해 좋아하셨으면 한다. 좋아하는 것이 없다면 그것을 찾기 위한 시간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며 게임에 대한 관심과 함께 개발사의 목적과 맥이 통하는 마무리 인사를 남겼다. 모쪼록 램지와 트래블러의 여정이 행복하게 마무리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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