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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순식간에 '헬조선'으로, 통치자 게임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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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헬조선'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신조어라 칭하기도 애매할 정도로 널리 쓰인 지 오래다. 정치, 경제, 외교, 사회적으로 좋지 않은 소식이 전해질 때는 물론, 요즘처럼 강추위가 찾아오거나 올 여름처럼 무더위가 이어질 때, 황사나 미세먼지가 극성일 때도 이 말이 자주 등장한다. 오죽하면 인터넷에서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자주 쓰이냐를 한국 국민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과 각박해져가는 삶의 척도로 사용하기도 할 정도다.

입에서 절로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오고 뭔가 더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아 눈앞이 캄캄한 요즘이지만, 게임에서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어보자. 게임 속에는 현실보다 더한 '헬XX'가 펼쳐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오늘은 그 중에서도 플레이어가 지도자가 되어 헬국가를 만들 수 있는 게임을 선정해 보았다. 눈 앞의 사회를 헬로 만들 것인가, 헤븐으로 만들 것인가. 직접 결정해 보자.

TOP 5. 윗대가리들 노는 꼴 봐라, 크루세이더 킹즈

높은 자리에서 나라를 이끄는 이들이 '윗대가리'라고 불릴 정도로 신뢰를 잃으면, 자연스레 국민들의 신뢰와 애국심이 떨어진다. 그런 면에서 정치인이나 지도자들은 사생활 관리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다만, 권모술수가 판치는 크루세이더 킹즈 시리즈에서는 그런 건 신경 쓸 겨를조차 없다. 그저 비정한 막장 아침 드라마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상속이나 계승 등을 위한 아들이나 아버지, 형제 암살은 기본이고, 근친상간이나 문어다리 불륜, 사생아 들이기, 새장가 위해 배우자 독살하기, 마음에 들지 않는(능력이 떨어지는) 자식 살해... 현실에서는 하나만 들켜도 탄핵감인 이야기들이 매일같이 펼쳐지는 궁정. 실생활이 어떻든 간에 이런 나라에서 살고 있으면 하루종일 윗대가리 욕만 하더라도 입이 열 개는 필요할 것이다.

▲ 크루세이더 킹즈 시리즈에서 펼쳐지는 일들을 글로 쭉 읽고 있자면, 막장드라마도 이런 막장이 없을 정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4. 노동자 생활보다는 산업 효율이라고? 빅토리아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산업혁명 사회구축 게임, 빅토리아 시리즈 역시 헬 분야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인재다. 실제 역사에서도 산업화 초기 수많은 인권 탄압과 비인간적인 행위가 일삼아졌듯, 게임 내에서도 이런 광경이 재현된다. 예를 들어 정치 형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노동자 복지정책에 신경쓰는 것은 한도 끝도 없는 지출을 요구하기에, 저소득 노동자들로부터 최대한 노동력과 임금을 빨아먹는 악독한 플레이가 요구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게임 내에서는 산업화 효율을 올리고 하루 빨리 강대국으로 가야 한다는 막대한 사명이 주어지는데다, 다른 열강들과 경쟁도 벌여야 한다. 따라서 실제 역사처럼 식민지를 차지하고, 괴뢰국을 건설하고, 현지에서 인력과 자원을 수탈하는 행위까지도 적극적으로 벌여야 한다. 일제강점기의 헬조선 상황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니 약간의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원래 이런 게임이다 보니...

▲ 노동자들을 가능한 대로 찍어누르면서 산업화를 앞당겨야 하다니, 노동자 입장에서 조금 찝찝하긴 하다 (사진출처: 빅토리아 3 트레일러 갈무리)

TOP 3. 지도자가 나쁜 게 아니라 세상이 나쁜 거다, 프로스트 펑크

프로스트 펑크의 세계는 위의 게임들과는 달리 조금 팍팍하다. 인류는 멸망 직전이고, 북극에 마련된 증기 보일러 근처에 모여 혹독한 삶을 이어간다. 물자는 부족하고 사람들은 쉽게 절망에 빠진다. 그 와중 사람들을 얼마나 잘 토닥여가며 인류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는가는 플레이어에게 달려 있다. 

그러니까, 플레이어가 만드는 헬정책들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대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결정에 불과하다. 식량이 부족할 때 음식에 톱밥을 섞어 양을 늘리거나, 야근과 철야근무를 강제하거나, 어린이들을 혹독한 작업에 투입하거나, 자신에게 반대하는 이를 처형해 식량으로 쓰거나, 중환자들의 치료를 포기하고 죽게 내버려 두는 등 말이다. 듣고만 있어도 정신이 아득해지는 헬펑크지만, 저렇게라도 안 하면 인류가 멸망한다니 어쩔 수 없겠다.

▲ 아동 노동이건, 배급 제한이건... 살아남기 위해서니까 조금만 이해해 달라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2. 인간의 끝없는 악의를 보라, 림월드

악랄한 생존 시뮬레이션 게임 하면 열 중 아홉은 림월드를 떠올릴 만큼, 림월드의 어둠은 넓고 깊다. 일단은 행성 탈출 시뮬레이션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각종 잔혹한 행동들도 서슴치 않는 서바이벌 운영 게임에 가깝다.예를 들어 특성이나 건강이 좋지 않은 인원은 방출하는 것이 캠프에 도움이 되는데, 그냥 쫒아내면 나중에 적대 세력의 습격자로 재등장할 수 있으니 지은 죄도 없지만 양 손을 자르고 방출하는 등은 애교다. 인간 농장, 노예 농장, 장기 농장 등 이름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는 행위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게다가 최근엔 좀 더 악랄한 플레이가 가능한 신규 확장팩 '바이오테크'가 추가되기도 했다. 기계 주입을 통한 뇌 이식, 유전자 조작 개조, 아동 노동 신념, 흡혈 특성 등... 이런 세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려면 구성원 하나하나가 싸이코패스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실제로 그런 성향 주민들은 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 인간의 끝없는 악의를 마주하라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TOP 1. 지독히도 현실 같아서 더 무서운, 트로피코

사실 대부분의 경영 시뮬레이션이 그렇지만, 플레이어는 막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웬만해서는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간섭을 받는 일도 드물다. 은연중에 독재자급 지위를 부여받는 것이다. 이 '독재자'라는 것에 더욱 초점을 맞춘 게임이 바로 트로피코 시리즈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국가명부터가 '트로피코자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왠지 우리나라 북쪽에 붙어있는 독재국가를 연상시키니까.

자연히 게임의 목적 역시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동시에 독재 체제를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그 과정에서 실제 역사적 사건들을 풍자하는 요소도 다수 집어넣었는데, 국민이 벌어들인 돈을 비자금 형식으로 스위스 비밀은행에 예금시킨다던지, 정치적 위협이 될 만한 인간들을 사상범으로 처형한다던가, 선거 결과를 마음대로 조작하고, 계엄령을 내린 뒤 시위대를 총살하고, 방송국을 장악해 지도자 칭송 내용만 틀게 하고, 지식인들을 잡아넣고 책을 불태우는 등이다. 그 과정에서 '차라리 견실하게 국가 운영하는게 더 쉽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저런 짓을 하는 인간들은 대체 뭐하는 놈들인가 싶다.

▲ 제가 만드는 자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오십쇼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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