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는 현대 사회에 사용되는 신기술의 포문을 연 발전의 시대였다. 특히나 정보를 전달하는 '무선전신' 기술이 압도적으로 발전했다. 이 격동의 시대엔 수많은 기술이 세대교체라는 이름으로 사라졌으나, 거기서 살아남은 초기 전신 기호가 있다. 바로 모스부호다.
오직 점과 선으로 구성된 모스부호는 짧고 긴 신호를 낼 수 있는 수단만 있다면 빛, 소리, 심지어는 눈 깜빡임만으로도 원하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이러한 간편함은 모스부호의 큰 장점으로, 최첨단 통신기술이 발달한 현재까지도 종종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모스부호를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그 장르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즉각적으로 대응해야하는 전략 탑다운 슈팅게임이라면? 상상하기도 힘든 이 미션에 과감하게 뛰어든 게임이 있다. 바로 1918년,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둔 시대를 다룬 '모스(MORSE)'다.
영국의 개발자 알렉스 요한슨이 만든 모스는 전산기술 노동자가 되어 모스부호를 조작하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영국 어느 시골에 위치한 숨겨진 비밀 시설에서 모스부호로 기계를 조작하고, 이를 통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
스토리와 스테이지가 반복되는 구성을 취한 '모스'는 모든 스테이지를 가로축과 세로축으로 구성된 좌표로 구성했다. 플레이어는 스페이스바로 모스부호를 입력해 좌표를 설정하고, 엔터키로 포격을 진행해 타겟을 무력화시키면 된다. 지도상에 위치한 적군의 비행기, 함선, 참호 등에 정확히 포격을 진행해 지정된 수만큼 타겟을 무력화하면 스테이지가 클리어되고 다음 스토리로 넘어간다.
어려워 보이는 모스부호로 게임이 진행된다는 점은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으나, 입력해야 할 모스부호를 화면 왼쪽 하단에서 제시하고 있어 조작은 어렵지 않다. 다만 난이도가 올라가고 좌표가 확장될수록 막아내야 할 적의 등장이 늘어나기에, 공급받는 탄의 타입과 범위를 잘 파악해 최대한 효율적인 전술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일정한 시간마다 랜덤하게 공급되는 포탄의 종류는 스테이지에 따라 달라지며, 탄의 크기와 적용 범위 등은 좌표 상에서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스테이지 사이마다 등장하는 스토리에서는 주인공 아이다가 비밀 시설에 위치한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숨겨진 진실을 찾아나가기도 한다. 게임은 이 과정에서 평화로운듯 평화롭지 않은 전쟁 속 일상을 서술하며, 흑, 백, 적으로 구성된 세상과 미지의 기계, 아울러 '아이다'의 내면을 통해 제1차 세계대전을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BIC 2022에서 체험한 게임은 데모 버전이기에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초반의 스토리와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전쟁에 대해 사고해볼 여지를 남긴다.
다만, 게임 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시스템만을 보여주기 위한 데모 빌드였던 탓인지 별도의 세팅이나 사운드 조절이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더해 언어적 장벽을 느낀 게이머들이 게임 내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평 또한 곧잘 확인할 수 있었다. 게임 내적으로는 특유의 시스템에 한 번 적응하고 나면 이후의 플레이가 단순한 반복작업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이를 보완할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할 필요성이 있어보인다.
그럼에도 짧은 데모만으로도 인상 깊은 경험을 남긴 만큼, 이후로 이어질 시스템이 기대되는 게임이기도 하다. 정식 출시 버전을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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